SK E&S와 LNG·수소 분야 겹치고 재무 부담까지…“중장기적으론 대립” 지적에 SK가스 “시너지 조율할 것”
SK가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최창원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 지분 40.18%를 갖고 있고, SK디스커버리는 SK가스 지분 72.20%를 보유 중이다. 최태원 회장의 SK디스커버리 지분은 보통주 기준 0.11%밖에 되지 않는다. 공식적으로 SK디스커버리는 SK그룹 계열사지만 마음만 먹으면 계열분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LNG 사업과 수소 사업을 놓고 펼칠 SK가스와 SK E&S의 경쟁 구도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현재는 안정적, 미래는 불투명
SK가스의 현 상황은 안정적으로 보인다. SK가스의 2020년 매출은 4조 4123억 원이었지만 증권가에서는 올해 6조 7000억 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관측한다. 다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1900억 원대에서 올해 1200억 원대로 감소하다 2022년부터 정상 궤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성장성이다. SK가스는 E1과 LPG 시장을 양분하고 있지만 시장 확장은 쉽지 않은 한계가 있다. 연료용 LPG 사용량은 2015년 4000만 배럴에서 2020년 2900만 배럴로 감소했다. 화학용 LPG 수요가 늘고는 있지만 차세대 먹거리라고 평가받을 정도는 아니다.
SK가스의 시가총액은 1조 1000억 원대고, 주가이익비율(PER)은 4~6배 수준이다. PER이란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수치다. 코스피지수 평균 PER은 10배 정도로 SK가스의 PER은 상대적으로 낮다. 주식 투자자들이 SK가스 에너지 사업에 부정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 증권사 한 연구원은 “SK가스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목받았던 적이 2014년 중국 가스 시대 개막에 따른 차이나가스홀딩스 지분이 부각된 건과 2017년 LPG 차량 구매 범위 확대 등 두 번밖에 없었다”며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LPG 산업이라는 자체가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SK가스는 2013년 말 기준 차이나가스홀딩스 지분 2.25%를 갖고 있었지만 현재는 모두 매각했다.
발전 업계에서는 SK가스 신사업 추진에 대해 “방향은 맞다”고 평가한다. 전기차 시대가 개막하면서 연료용 LPG 시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LPG 분야에 추가 투자하기보다 새로운 산업을 찾아야 한다는 것. LNG와 수소는 선택할 수밖에 없는 선택지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SK E&S와의 충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두 회사는 각각 LPG와 LNG에 주력해 충돌할 일이 없었지만 이제는 경쟁할 수밖에 없는 모양새가 됐다.
#내부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
SK가스의 LNG·수소 사업 경쟁력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우선 체급에서 SK E&S에 밀리다 보니 내부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 이익 규모나 자기자본 등 자금력은 물론이고, 시작부터 늦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SK가스는 LPG 유통 및 판매업에 국한된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2014년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민자화력발전 사업자인 고성그린파워에 지분을 투자하고, 당진에코파워(현 울산지피에스)에도 신규 투자했지만 결과적으로 패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진에코파워는 2017년 정부로부터 복합화력발전으로 전환하라는 권고를 받고 현재 이행 중이다. 고성그린파워는 그대로 석탄 화력발전 사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 대대적인 수익은 내지 못하고 있다.
하필이면 세계적인 친환경 에너지 열풍이 불기 전에 석탄발전에 투자해 결과적으로 LNG 사업에 대한 진행도 늦어졌다. SK가스의 LNG 사업은 2025년쯤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SK가스가 투자한 LNG 복합터미널은 2024년 6월 준공 예정이다. LNG·LPG 복합발전소는 2022년 초 착공해 2024년 준공 예정이다. 수소 충전소 100여 개 구축은 2030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SK E&S는 2025년이면 성과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SK E&S는 2025년에 LNG 1000만 톤(t)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지난 9월 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자가소비용 물량과 해외 프로젝트 등을 통해 현재 약 700만t 규모의 LNG 공급량을 확보했다”며 “중국 저장성과 장쑤성 두 곳에 LNG 터미널 건설을 추진 중에 있고, 중남미에 LNG 터미널 건설을 위해 국내 몇몇 기업과 공동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는 등 상당히 구체적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SK가스의 자금 사정이 괜찮지만 LPG 화학 수요가 꺾이고 전기차 확산으로 차량용 LPG 소비마저 줄어들면 재무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탄탄한 지원을 받는 SK E&S에 비해 SK가스는 SK디스커버리 내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맡고 있어 자금 부담은 이중으로 커질 전망이다. SK가스는 2014년만 해도 주당 1700원을 배당했지만 2015년 2000원, 2017년 2600원, 2019년 3000원, 올해 4000원 등 매년 배당액을 늘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당장은 SK가스와 SK E&S가 협업하는 그림으로 갈 수 있겠지만 업종 특성상 중장기적으로는 대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SK가스 관계자는 “현재는 각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업 부문이 충돌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형태로 조율하는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