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상 전 동아원 회장 측 코도 인수 시도…현금 부족으로 어려움 겪자 사조동아원 주식 매각일 연장
1952년 설립된 동아원그룹은 식품기업으로 6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동아원그룹은 고 전두환 씨의 사돈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전 씨의 삼남 전재만 씨는 1995년 이희상 전 회장의 장녀 이윤혜 씨와 결혼했다. 동아원그룹은 2010년대 들어 연이은 사업 부진으로 적자를 기록했고, 2015년 워크아웃에 들어가 해체 수순을 밟았다.
사조그룹은 동아원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던 한국제분과 동아원, 한국산업 등을 인수했다. 2017년 한국제분과 동아원의 합병 법인 사조동아원이 출범했고, 2018년에는 한국산업도 사조동아원에 흡수합병됐다. 그러나 사조그룹이 인수한 후에도 사조동아원의 재무 상황은 좋지 않았고, 사조동아원은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자회사 코도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법인인 코도의 주요 사업은 와인 생산 및 판매로 사조동아원은 당시 코도 지분 93.23%를 갖고 있었다.
사조동아원은 2017년 5월 보유 중인 코도 주식 14만 8000주 중 10만 2492주를 331억 원에 매각한다고 1차 공시했고, 2017년 8월에는 나머지 4만 5508주를 147억 원에 매각한다고 2차 공시했다. 1차 계약 상대방 ‘로터스원코리아유한회사(로터스원코리아)’이고, 2차 계약 상대방은 ‘로터스원코리아’와 ‘로터스원USA유한회사’ 두 곳이었다.
로터스원코리아는 이희상 전 회장 측 회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희상 전 회장 일가는 대산앤컴퍼니 지분 70%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대산앤컴퍼니는 로터스원코리아 지분 30.62%를 가진 최대주주다. 또 이희상 전 회장과 그의 장남 이건훈 씨가 개인적으로 로터스원코리아 지분 3.12%를 각각 갖고 있으며 이윤혜 씨도 지분 0.62%를 보유 중이다. 로터스원USA유한회사는 법인등기부에서 확인이 되지 않아 해외 법인으로 추정된다.
한편, 효성그룹 계열사인 더클래스효성과 더프리미엄효성도 로터스원코리아 지분을 6.25%씩 각각 갖고 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이희상 전 회장의 삼녀 이미경 씨와 부부관계로 효성그룹과 동아원그룹은 혼맥으로 이어져 있다. 효성 계열사들은 투자 목적으로 로터스원코리아에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로터스원코리아 공동업무집행자는 고릴라인베스트먼트와 이건훈 씨 두 명으로 사실상 이건훈 씨가 로터스원코리아를 통해 코도를 지배하고 있다. 로터스원코리아가 직접 보유한 코도 지분은 30.30%이고 특수관계자의 지분까지 포함하면 지분율은 50.98%로 늘어난다.
로터스원코리아는 아직 계약한 코도 지분 전량을 매입하지는 못했다. 사조동아원이 로터스원코리아와 맺은 1차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매각 대상 주식 10만 2492주 중 4만 371주를 우선 매각하고, 나머지 6만 2121주는 2022년 7월까지 풋옵션 방식으로 매각하는 것이었다. 사조동아원은 2020년 7월까지 6만 2121주 중 33%를 풋옵션을 행사해 매각하고, 2021년 7월과 2022년 7월 각각 33%와 34%의 풋옵션을 행사하기로 계약했다.
계약에 따라 로터스원코리아는 2020년 7월까지 6만 2121주의 33%가 넘는 2만 1651주를 매입했다. 로터스원코리아가 이미 33% 이상을 매입해 사조동아원이 풋옵션을 행사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로터스원코리아는 2021년 7월까지 66%에 해당하는 총 4만 1414주 이상을 확보해야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로터스원코리아는 2020년 7월 이후 코도 주식을 매입하지 않고 있다. 사조동아원은 풋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사조동아원은 지난 8월 공시를 통해 ‘2021년 7월 33%, 2022년 7월 34%의 풋옵션을 행사한다’는 계약 내용을 ‘2022년 7월까지 67%의 풋옵션을 행사한다’고 변경했다. 사조동아원이 로터스원코리아의 코도 주식 매입 시점을 늦춰준 것이다. 로터스원코리아 측은 이미 코도 지분 절반 이상을 갖고 있어 남은 주식 매입이 늦어져도 지배력에는 문제가 없다.
로터스원코리아의 코도 지분 매입이 늦어진 이유는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로터스원코리아의 자산은 총 191억 5300만 원이지만 이 중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200만 원에 불과했다. 또 사조동아원은 2019년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이희상 전 회장 자택에 채권최고액 31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이와 관련, 사조동아원 한 관계자는 “로터스원코리아 측에서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상황이 어렵다며 연장을 요청했다”며 “근저당권은 계약이 파기될 경우를 대비해 일종의 담보 형식으로 잡아놓은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코도 주식 6만 2121주의 매각가는 총 200억 원이 넘어 31억 원으로는 담보로서 가치가 부족해 보인다.
사조그룹의 동아원그룹 계열사를 인수 과정에서 헐값 매각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동아원그룹 계열사가 매물로 나온 2016년 초,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한국제분과 동아원 매각가로 3000억 원 수준을 예상했다. 하지만 사조그룹은 한국제분 인수대금 1000억 원과 동아원 전환사채(CB) 인수대금 600억 원, 총 1600억 원에 두 회사를 인수했다. 당초 예상가의 절반 수준이었다.
동아원그룹은 2016년 1월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구체적인 매각구조는 향후 잠재투자자를 대상으로 별도 안내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가 같은 해 2월 공개 경쟁입찰을 포기하고 사조그룹의 인수 사실을 발표했다. 당시 동아원은 공시를 통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는 등 인수합병(M&A)을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며 “공개 경쟁입찰 방식에 의할 경우 거래 종결을 확실하게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