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소장용” 해명 뒤 출국장서 붙잡혀…마약 케타민 권유·미성년 몰카 촬영 정황…연예계에 잘 알려진 인사
MBC가 단독으로 확보한 이런 동영상은 모두 62개로 파일 제목으로 볼 때 지난 6월 28일부터 11월 13일 사이에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62개 파일은 모두 같은 제목 형식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으며 내용은 모두 거실이나 침실 등에서 몰래 촬영한 성관계 모습이다. 날짜는 다르지만 이름이 같은 파일이 존재하는 것으로 볼 때 MBC가 파악한 피해 여성은 최소 50여 명이다.
#“저도 교회 다니고…”
MBC는 이번 취재를 ‘유명 골프장 리조트와 언론사를 운영하는 기업 회장 아들이 여러 여성과 성관계하는 장면을 불법 촬영한 영상을 수백 개 가지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오면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세간에 더욱 충격을 준 것은 몰카 동영상을 촬영해 보관한 이가 유명 기업 회장의 아들로, 본인 역시 그 회사 등기이사이기 때문이다.
경찰에 긴급체포된 권 아무개 씨의 부친인 권 회장은 기독교 기업인으로, 리조트 내부에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교회를 세웠으며 기독교계 인터넷 언론사 발행인이기도 하다. 권 씨는 몰카 촬영 여부를 묻는 MBC 취재진을 처음 만났을 때 “사실무근”이라며 “저도 교회 다니고…”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불법 촬영이 주로 이뤄진 장소는 강남의 한 45평형 아파트다. 이 아파트는 권 씨의 거주지는 아니고 지인들과 어울리기 위한 아지트 공간으로 지난 8월 임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아파트의 임대 시세는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600만 원 정도로 권 씨는 2년치 월세를 선불했다.
권 씨는 아파트 옷장 등에 충전해 놓은 몰카를 이용해 불법 촬영을 했는데 본인이 직접 설치하기도 했지만 개인 비서에게 “세차를 준비하라”는 암호 문자를 보내 먼저 몰카 충전 및 설치를 지시하기도 했다.
MBC 인터뷰에서 권 씨는 여성들을 주로 단골 술집에서 소개받았다고 밝히며 “나쁜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 개인 추억 소장용”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영상을 유포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는데 MBC가 62개의 파일을 확보해 확인 취재를 한 것을 두고 “파일이 어디로 유출이 됐든 누가 빼앗아 간 건데…”라며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컴퓨터 3대 들고 출국하려다…
결국 권 씨는 MBC 인터뷰를 끝낸 뒤 바로 해외로 출국하려다 인천공항에서 붙잡혔다. 권 씨가 MBC 취재진을 만난 것은 지난 8일 오전으로 몰래 촬영 자체를 부인하던 권 씨는 취재진이 관련 증거를 언급하자 몰카는 인정했지만 외부로 유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직후 권 씨는 이날 저녁 미국 LA로 가는 비행기 표를 구입한 뒤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자신의 람보르기니 차량을 이용했는데 차량에 컴퓨터 본체 3대를 챙긴 상태였다.
MBC는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동영상과 권 씨와의 인터뷰 내용 등을 일체 경찰에 제출했고 급하게 권 씨를 뒤쫓은 경찰이 8일 오후 5시 무렵 인천공항 지하주차장에서 권 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권 씨가 챙겨 나온 컴퓨터 본체 3대를 확보했다. 이 컴퓨터들에 결정적인 증거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경찰 수사 과정에서 권 씨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 등이 대거 발견됐다. 2013년부터 최근까지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몰카 동영상 100여 개와 사진 120여 장이 연도와 월별 폴더로 정리돼 있었다. 촬영 장소는 숙박업소 등 다양했다. 권 씨가 날짜와 상대 여성 이름, 나이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해 몰카 동영상을 보관해 왔으며 자신의 휴대전화 일정표도 꼼꼼히 작성해 둬 경찰 수사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성년자가 피해자인 것으로 보이는 정황까지 포착됐다.
#“그 사람이 그 권 씨가 맞냐’ 연예계도 충격
권 씨가 본인이 촬영한 몰카 파일을 외부에 유출하지 않았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는 없다.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을 다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는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권 씨는 여성들을 주로 단골 술집에서 소개받았다고 밝혔는데 금품이 오간 성매매였을 경우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며, 미성년자 상대 성매매도 있었다면 처벌 수위가 더 올라간다.
게다가 권 씨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도 처벌받을 위기에 몰렸다. 제보자는 권 씨가 전자담배기기로 액상 형태의 케타민을 피웠다고 주장했는데 MBC 취재진에게 권 씨는 “신기해서 몇 번 한 게 전부다. 수면제 식으로 생각해서…”라고 케타민 흡연 사실을 인정했다. 케타민은 투약하면 정신을 잃어 ‘데이트 성폭행’에 자주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권 씨가 피해자들에게 사용했는지 여부도 경찰 수사 대상이다. 경찰은 입수한 동영상 중 일부 여성들이 의식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을 확인했다.
다만 권 씨는 미성년자와의 성관계 및 몰카 촬영, 그리고 동의 없이 여성에게 케타민을 흡연하게 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권 씨의 체포 소식은 연예계에서도 상당히 화제가 됐다. 권 씨가 연예계에서도 상당히 잘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으로 ‘기사에 난 그 사람이 우리가 아는 권 아무개 씨가 맞냐’는 질문이 연예인들 사이에서 오갔을 정도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