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 출신 전관 메리트 뚝! 시장 분위기 급변…대신 경찰 출신 몸값 폭등
전관 변호사들 시장은 더욱 직격탄을 맞았다. 2016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홍만표 변호사의 1년 100억 원 소득 신고는 이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됐다는 평이 나온다. 대신 경찰대 출신이나 경찰 근무 경력이 있는 변호사들의 몸값이 폭등했고, 법원 출신 변호사 역시 꾸준히 사건이 들어온다고 한다. 대형 로펌들도 검찰 출신 전관을 영입하는 것보다 경찰이나 판사 출신을 영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이렇다.
‘집행유예 기간 중 음주운전 사고로 재판을 받게 된 A 씨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별도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대응했고, 그대로 기소가 되자 그제야 변호사를 찾아 나섰다. A 씨는 실형이 선고될 경우를 대비해 판사 출신 변호사를 수소문 끝에 선임했다. A 씨가 건넨 선임 비용은 2000만 원 정도. 전관이 아닌 변호사는 500만~1000만 원이면 선임할 수 있지만, 실형만은 피해야겠다는 판단 하에 내린 선택이었다.’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몰려있는 중소형 B 로펌.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때에는 수십억 원의 연매출을 올렸던 곳이지만, 올해 실적은 최근 2~3년 같지 않다. 검찰 수사가 대거 중단되면서 사건이 크게 줄었고, 때문에 기업 자문을 확대하는 동시에 판사 출신 변호사도 영입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 등 경찰 수사에 필요한 변호사 수요를 확보해 로펌을 운영하기 위한 방안을 시도 중인데, 이와 함께 부동산 등기를 하는 전문팀도 꾸렸다. 법무사들이 주로 해온 업무지만, 등기 대행 수수료라도 수익으로 잡기 위한 시도다.’
#달라진 변호사 시장 구조
법원이나 검찰 출신 변호사들 가운데 대다수는 이제 개업보다는 대형 로펌으로의 직행을 선호한다. 사건을 수임해 오는 영업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에는 이런 분위기가 더욱 확대됐다. 경찰이 직접 수사권을 가지고 무혐의 처분 등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검찰 사건이 대거 줄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 이후 기업 등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가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면서 소위 ‘큰 사건’이 대폭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대형 로펌들도 전관을 영입하는 것을 꺼린다. 그만큼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인데 최근 영입된 이들도 판사들이 대부분이다. 사법 농단에 연루된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법무법인 바른에,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법무법인 화우에 각각 들어갔다. 하지만 3년의 대형 로펌 취업 제한이 풀린 검사장 이상 검사들의 대형 로펌 이직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는 “예전에는 전관 영업을 위해 검사들을 판사보다 더 적극적으로 뽑았다면 이제는 검사는 웬만하면 한두 명만 뽑고, 과정도 더 신중해졌다”며 “판사는 그래도 민사 사건이 있어서 채용을 여전히 한다. 그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경찰 출신 법조인이다. 선배 대우를 확실하게 받는 경찰대 선배 기수의 경우 정말 최고의 러브콜을 받는데, 경찰 사건이 많아지는 데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형 로펌들은 경찰 출신 법조인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율촌이 대표적이다. 국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율촌은 ‘경찰수사대응팀’을 신설해 경찰 출신 변호사인 최인석 변호사를 비롯한 10여 명 안팎으로 팀을 꾸렸다. 이 밖에 다른 로펌들도 ‘경찰대 출신’이나 ‘사법시험 합격 후 경찰 근무 경력’이 있는 변호사들을 10명 안팎으로 확보했다.
#전관 시장 양극화?
그러다 보니 서초동 전관 변호사 시장에서는 판사 출신과 검사 출신들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오히려 3년 취업 제한으로 대형 로펌으로 갈 수 없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들의 사무실에는 사건이 엄청나게 몰려든다는 후문이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대충 추려보니 최근 나간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은 15명 안팎인데 이들 가운데 몇 명은 아예 형사 사건이나 민사 사건으로 선임을 특정해 받을 정도로 일이 많다고 하더라”며 “서초동에서 예전에는 제일 잘나가는 변호사를 ‘검사 출신’으로 얘기했는데 이제는 ‘판사 출신’ 변호사들 이름이 더 많이 나오더라”라고 얘기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들의 고민이 더 깊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경찰은 검찰과 달리 수사 피의자에게 ‘변호사를 선임하라’는 제안을 하지 않는 게 보편적이다. 선임해 가더라도 오히려 꺼려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그러다 보니 검찰 출신을 찾는 법조 시장 수요가 반토막 났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앞서 언급한 B 로펌 대표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 출신으로는 이제 전혀 메리트가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일이 줄었다”고 호소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검찰 사건만으로는 사무실을 돌리는 게 쉽지 않아 부동산 관련 다른 일을 해보려고 고민 중”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