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모임 줄취소 대목 준비 수포로, 여행·공연·극장가도 초토화…“갑작스런 조치 희망조차 사라져”
#사적모임 금지 기준 강화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가 시작된 게 딱 지난해 이 즈음인데 또 연말이 이러면서 2년 연속 연말 장사가 끝장났다. 그나마 지난해엔 내년에는 괜찮아질 거라는 희망으로 버텼는데 이제는 그런 희망조차 없다.”
서울 마포에서 고깃집을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의 하소연이다. 지난해 12월 23일 0시부터 5인 이상 사적모임이 금지된 데 이어 올해는 12월 18일 0시부터 4인 이상 사적모임이 금지되며 영업시간도 밤 9시로 제한된다. 그렇게 또 다시 연말 특수가 사라졌다.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술자리 등 사적모임이 급증하며 지난해 못한 송년 모임도 대거 잡혔지만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송년 모임 취소는 곧 식당이나 주점의 대거 예약 취소를 의미한다. 백신패스가 있는 4인까지만 모일 수 있고 식당과 카페 등의 영업시간이 밤 9시로 제한되면서 정상적인 송년 모임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유흥시설도 밤 9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하다. 아예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상황은 아니지만 유흥업계에선 사실상 영업정지라는 반응이다. 룸살롱 등 유흥업소들에게 밤 9시는 영업을 시작하는 시간인데 그때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저녁 4~5시부터 손님을 받는 등 기존과 다른 형태로 업소를 운영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지만 유흥업계에선 연말 9시 이후 불법 영업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여행까지 줄취소
여행업계는 이미 치명상을 입었다. 12월 3일부터 모든 입국자가 10일 동안 자가격리하는 방안이 발표되면서 어렵게 되살아나려던 해외여행 불씨가 다시 꺼져가고 있다. 홈쇼핑 등 다양한 경로로 오랜만에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을 판매했던 여행업체에는 이제 밀려오는 예약 취소 연락만 넘쳐 난다.
그나마 올해 들어 국내 여행은 괜찮은 편이었다. 제주도와 강원도를 중심으로 호텔과 리조트 등은 예약을 하기 힘들 만큼 손님들이 몰렸다. 그렇지만 방역대응 비상조치가 시작되면서 예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4명 이하의 가족 단위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이상의 경우 사적모임 인원 제한으로 정상적인 여행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해넘이와 해맞이 명소로 알려진 서해안과 동해안 주요 관광지에 비상이 걸렸다. 일찌감치 예약이 끝났지만 16일 방역대응 비상조치가 발표되면서 지역 숙박업소에 문의 및 취소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그 여파는 관광지의 식당 등 상인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콘서트는 어쩌라고…
공연계도 충격이 큰데 아직 별다른 반응은 없다. 방역 당국의 별다른 통보가 아직 없고 공연을 중단하라는 행정명령까지 내려진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비정규공연장에서의 300명 이상 행사는 관계부처 승인 하에 관리된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종전과 동일하다. 다만 향후 2주간 필수행사 외에는 불승인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인기 가수의 콘서트는 필수행사로 분류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이미 위드 코로나 상황에서 관계부처의 승인을 받아 티켓을 판매하고 음향과 무대 장비 등 공연 준비도 모두 끝냈다. 당장 12월 17일부터 19일까지 KSPO DOME에서 ‘나훈아 AGAIN 테스형’ 서울 공연이 열리고 한 주 뒤인 크리스마스부터 연말까지는 더 많은 콘서트가 대기 중이다. NCT 127, 트와이스 등 아이돌부터 장민호 김희재 이찬원 정동원 등 트롯 스타까지 다양한 공연이 티켓 판매를 끝낸 상황이다.
공연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승인을 받아 예정된 콘서트가 열리는 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급변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칫 방역당국에서 행정명령을 내려 공연을 취소하거나, 허용 인원 축소 등의 추가 조치가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가수의 티켓을 어렵게 확보해 콘서트 날짜만 기다리던 팬들도 애가 타는 상황이다.
게다가 실내체육시설 운영이 오후 9시로 제한되는 것도 콘서트 등 공연에 영향을 미쳤다. 트와이스는 12월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열 계획이었지만 24일 공연을 급히 취소했다. 금요일인 24일 공연은 저녁 7시 30분에 시작될 예정으로 애초 러닝타임이 2시간 30분인데 1시간 30분 만인 9시까지 공연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오후 6시에 시작하는 25일 공연과 5시에 시작하는 26일 공연은 정상적으로 열린다.
#“영화산업의 특수성 감안해 달라”
영화계도 매우 당황하는 분위기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이사회, 사단법인 영화수입배급사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상영관협회 등은 지난 16일 ‘극장 영업시간 제한은 영화산업의 도미노 붕괴를 가져온다’는 긴급 성명을 통해 극장 및 영화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거리두기 강화 움직임의 예외로 인정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특히 밤 10시로 영업시간을 제한하면 저녁 7시 이후 상영 시작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개봉 첫 날 6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경우 러닝타임이 2시간 20분 가까이 돼 저녁 6시 30분에 시작하는 상영이 마지막 관람 회차가 된다. 극장 입장에선 가장 피크 타임에 관객을 못 받게 되는 상황이다.
결국 기대작들이 대거 다시 개봉을 연기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연말 극장가 한국 영화의 마지막 버팀목이던 ‘킹메이커’가 12월 29일 개봉 일정을 잠정 연기하고 배우 인터뷰 등 홍보 스케줄을 중단했다. 이미 기자시사회까지 끝난 상황에서 이례적인, 그만큼 절박한 조치다. 송강호, 전도연, 이병헌 주연의 기대작 ‘비상선언’도 계속 개봉을 미뤄오다 내년 1월 어렵게 일정을 잡았지만 또 다시 개봉을 연기했다.
대체적인 불만은 왜 하필 연말 특수가 기대되는 대목에 이런 조치가 이뤄지느냐다. 또 너무 갑작스런 발표로 대응을 할 시간조차 없었다는 불만도 많다. 연말 특수를 기대하며 예약을 받고 식자재 등을 미리 준비했다가 피해가 더 커졌다는 자영업자들이 많은데 예약률이 높았던 여행업계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존보다 강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등의 보고를 받았지만 청와대가 ‘후퇴는 안 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반대하면서 방역당국의 제안이 채택되지 못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12월 14일 중앙일보를 통해 보도돼 화제가 됐다. 이 기사에는 “방역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보고가 많았지만, 그때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하게 반대했다. 대통령의 반대 수위가 방역당국이 당혹스러워 할 정도로 강했던 것으로 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도 실렸다.
그렇지만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정면승부’ 전화 인터뷰에서 “가짜 뉴스”라며 “상황이 있으면 거기에 적합한 대책을 세워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 정부와 대통령이 할 일이지 그런 결정(반대)을 왜 하나.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