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5개월 앞두고 공약 이행률 20% 밑돌아…남은 임기 평화통일 공약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임기 5개월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 공약 이행률은 20%를 밑돌았다. 대선공약체크 사이트 ‘문재인미터’에 따르면 공약 이행율은 17.47%다. 887개 공약 중 155개를 완수했다. ‘완료’ 평가를 받은 공약들은 △젠더폭력방지기본법 제정 추진 및 국가행동계획 수립 △배우자 출산휴가 유급휴일 10일로 확대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전국 확대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 △역사교과서 다양성 보장을 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금지 △민간기업에 대한 법령에 근거 없는 기부금 징수 행위 금지 추진 등 51개 항목이다.
‘진행 중’인 공약은 총 887개 중 445개로 50.17%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 내걸었던 적폐청산·반부패 등 권력 개혁과 관련된 공약들이 다수다 △국정농단을 야기한 각종 적폐 분석, 공작정치 등 특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조사와 진상규명 및 보충수사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의 ‘5대 중대 범죄’ 양형 강화 및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 추진 △내부 고발자 등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 강화 △사학비리 근절 △공직윤리를 강화하여 부패 없는 깨끗한 공직사회 구현 등이다.
‘파기’ 평가를 받은 공약은 △산업자본의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규제 강화 등 금산분리 원칙 준수 △한일관계: 역사문제의 진정한 반성과 실용적 우호협력의 동시추진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 통한 여성 고용 확대 등 6개다. 정부 출범 이후 파기된 공약은 총 25개로 2.82%다. 공약 이행이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지체’로 평가된 항목은 176개로 총 19.84%로 집계됐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했던 일자리 공약 역시 부진한 상태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연간 일자리 증가 수는 박근혜 정부의 22% 수준이다. 비정규직 증가 규모는 94만 5000명으로, 이명박 정부의 4.2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의 1.8배 수준이다.
장시간 일자리는 감소했고 단시간 일자리는 증가하면서 일자리 질 역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 2017년 8월부터 2021년 8월 사이 전일제 및 청년 일자리는 감소한 반면 시간제와 노인·비정규직 근로자, 공공일자리는 520만 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10대 공약 중 첫 번째 공약으로 일자리 확대를 제시했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해 공공부문 81만 개, 민간부문 51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무엇보다 집값 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정책이 가장 큰 실패로 꼽힌다. 정부는 지금까지 모두 26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집값 상승을 막지 못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값은 3.3㎡(약 1평)당 2061만 원이었다. 현재 서울 아파트값은 2248만 원(109%)이 올라 4309만 원이 됐다. 서울 30평형 아파트값은 2017년 5월 평균 6억 2000만 원이었지만, 4년 7개월 만에 12억 9000만 원으로 급등했다.
규제로 인한 풍선 효과로 집값이 올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12월 15일 대한주택건설협회 토론회에서 “규제책으로 일관한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 풍선효과를 재연했다”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은 11월 21일 “서민들에게 많은 박탈감을 드리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함으로써 무주택자, 서민, 청년, 신혼부부의 ‘내집 마련’ 기회를 충분히 드리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여권에선 코로나19로 인해 한계가 있었다는 아쉬움이 크다. 청와대와 정부 역량을 모두 코로나19 방역에 쏟을 수밖에 없었던 만큼, 다른 부문에 있어선 다소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 40%의 지지율에 육박, 이례적으로 ‘레임덕 없는 정부’로 평가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계속 40%를 유지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12월 11~12일 조사한 결과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지율은 40.4%였다. 전 주에 비해 0.1%포인트만 하락해 계속 40%대를 유지한 결과다(자세한 사안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남은 기간 치적으로 꼽히는 평화통일 공약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정부가 내세웠던 북한 핵문제 해결 등 평화통일분야 6개 공약이 여전히 답보 상태다. 해당 공약에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실행, 신성장동력 제공 △남북한 시장 통합, 점진적 통일 추진 △남북기본협정 체결 △북한 인권개선, 이산가족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 해결 △남북 사회·문화·체육교류 활성화, 접경지역 발전 등이 있다.
임기 말 종전선언 추진은 정부 치적으로 남길 수 있는 ‘반전 카드’로 꼽힌다. 임기가 끝나기 전 북한 비핵화의 초석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비핵화 협상은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에 북미 정상회담의 ‘노딜’ 사태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문 대통령은 12월 17일 제20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 개회사에서 “종전선언은 전쟁의 기억과 이산의 상처를 치유하고, 이해와 협력, 관용과 포용의 가치를 공유하며 한반도 평화 시계를 다시 움직이는 동력이 될 것”이라며 종전 선언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