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등서 맛보기 공개 후 후원 플랫폼으로 유도…해외 법인 규제 사각지대, 미성년 성착취 통로 우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트위터 등 대형 SNS가 성인 콘텐츠를 홍보하는 창구로 변질되고 있다. SNS에 자신의 신체 일부가 노출된 영상과 이미지 등을 올려 팔로어를 늘린 뒤 “더 높은 수위의 콘텐츠를 보고 싶다면 가입하라”며 개인 후원 플랫폼 가입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들이 매달 후원금으로 받는 금액은 적게는 1만 원부터 많게는 50만 원까지 다양한데, 가격이 올라갈수록 제공되는 콘텐츠의 양과 수위는 올라간다.
최근 승무원 룩북으로 논란이 된 유튜버 A 씨는 ‘미국의 아프리카TV’라고 불리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패트리온(patreon)’에서 성인 유료 방송을 진행 중이다. A 씨는 유튜브 영상을 업로드할 때 자신의 패트리온 주소도 함께 게재하고 있는데 이보다 수위가 높은 영상을 보려면 패트리온을 통해 월 100달러(약 12만 원)를 후원해야 한다.
패션 스타일을 화보집 형식으로 보여주는 이른바 ‘룩북’ 채널을 운영 중인 A 씨는 11월 2일 자신의 채널에 8분 16초가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에서 A 씨는 속옷 차림으로 등장해 두 벌의 승무원 유니폼과 압박 스타킹 등을 입는데 이 가운데 한 벌이 대한항공 여성 승무원의 유니폼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됐다. 현재 A 씨는 패트리온 후원을 중단한 상태다.
인스타그램 역시 성인물 홍보 창구가 됐다. 크리에이터를 자처하는 일부 판매자들은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에 ‘온리팬스’ ‘모델’을 걸어두고 적극적으로 개인 후원 플랫폼을 홍보했다. 이 중에는 자신이 입던 스타킹이나 속옷 등을 선물로 보내주고 매달 50만 원의 멤버십 가입비를 받는 사람도 있었다.
모든 SNS 가운데 가장 익명성이 강한 트위터의 경우 적극적으로 모델 알바를 구하는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틱톡에는 다른 SNS들보다 수위가 높은 영상과 사진이 게재되는 일이 잦다.
성인 콘텐츠 판매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개인 후원 플랫폼은 패트리온과 온리팬스(onlyfans)다. 회원제 형태로 운영되는 창작자 개인 후원 플랫폼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적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 탓이다. 개인의 취향이 중요하게 된 대신 시대에 발맞춰 급성장한 플랫폼이지만 애석하게도 아직까지 이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콘텐츠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음란물이다.
미국 법인의 패트리온은 아프리카TV와 크라우드 펀딩이 혼합된 후원 플랫폼으로 창작자들은 매달 멤버십 가입 회원들에게만 자신의 제작물을 단독 공개한다. 패트리온의 경우 웹툰이나 작곡 등 다양한 콘텐츠가 올라오는 플랫폼으로 성인 콘텐츠만 유통되는 사이트는 아니다. 반면, 영국 법인인 온리팬스는 2019년부터 음란물 유통을 허가하면서 성인 콘텐츠를 원동력으로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국내에는 올해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문제는 온리팬스의 경우 성인 인증 절차가 허술해 미성년자가 직접 음란물 판매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콘텐츠를 판매하려면 성인 인증을 해야 하는데, 신분증을 들고 사진을 찍는 방식이 전부다. 지난 6월 BBC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14세 청소년이 할머니의 여권과 은행 계좌로 온리팬스에 가입했으며, 26세 여성의 여권으로 17세 청소년의 계정을 만들기도 했다. 신분증 위조나 사진 합성을 한 경우에는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해외법과 국내법의 괴리에 있다. 온리팬스는 영국 나이로 만 18세 이상이면 판매자 가입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는 우리나라에서는 고등학교 3학년으로, 국내법상 미성년자로 분류되는 나이다. 이 경우 판매자가 자신의 신체를 찍어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팔면 현행법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음란물)에 해당한다. 그런데 온리팬스는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어 국내법상 관련 규제조치를 직접 받지 않아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착취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10월 온리팬스에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음란물을 유통한 판매자를 구속했다. 이 판매자는 트위터를 통해 남성 1명과 여성 9명 등 10명을 모집해 이들과 성관계한 모습을 촬영해 온리팬스에서 판매했다. 판매자가 모집한 여성 가운데에는 미성년자도 있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온리팬스에서 콘텐츠를 판매한 청소년 가운데 도움을 요청한 이들은 과거에 성적 학대 피해자였으며 분노, 낮은 자존감, 자해, 자살 상상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SNS 상에는 여전히 ‘온리팬스 모델 알바를 구한다’는 구인글이 올라오고 있다.
유튜브는 음란물 관련 신고가 지속적으로 들어올 경우 해당 계정을 정지하거나 수익 신청을 금지하는 등의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들은 애당초 유튜브 조회수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를 홍보창구로 삼아 실질적인 수익은 개인 후원을 통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계정 정지를 당한 판매자들은 또 다른 계정을 만들거나, 타 SNS로 옮겨 홍보를 계속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얻고 있는 또 다른 크리에이터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과거 패트리온에서 웹툰을 연재한 B 씨는 “창작자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후원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들어 패트리온을 통해 작품을 공개하고 연재를 해오고 있었으나, 성인 콘텐츠가 점점 늘어나면서 외부에 ‘패트리온으로 돈을 벌고 있다’고 공개하기 어려워졌다. 현재는 패트리온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온리팬스는 지난 10월부터 노골적인 성인 콘텐츠는 금지하고 있다. 온리팬스 측은 “플랫폼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과 포용적인 창작자-팬 커뮤니티를 위해서 콘텐츠 가이드라인을 개선해야만 했다”며 “단순한 나체 사진이나 동영상 정도는 허용되지만, 성행위를 묘사하는 등 노골적 수위의 콘텐츠는 엄격히 제재하겠다”고 전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