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지성규 부회장 박성호 행장 등 후보군 형성, 변수는?
지난 11월 초 김정태 회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차기 회장 연임 의지를 묻는 질문에 ‘없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 말이 지켜진다면 2013년부터 4연임 하면서 하나금융을 이끌던 김정태 회장의 시대는 내년 3월 막을 내리고 다음 회장 시대로 접어든다.
하나금융의 차기 회장 후보로 그동안 꾸준히 거론된 인물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다. 함영주 부회장은 김정태 회장 체제 아래에서 영전했다. 2012년 김정태 회장이 하나금융 회장에 오른 뒤인 2015년 함영주 부회장은 하나은행 행장으로 선임됐고 이듬해 지주사 부회장직을 겸직했다.
각종 리스크 속에서도 김정태 회장은 함영주 부회장을 신뢰했다. 채용비리 의혹 등 법률리스크가 부각된 이후 함영주 부회장은 2019년 은행장직을 내려놓기는 했지만 지주사 부회장직 연임에 성공하며 그룹 내 존재감을 드러냈다. 다만 법률리스크는 여전히 유효하다. 함 부회장은 채용비리 관련 1심 재판을 치르고 있다. 또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 판매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받고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함영주 부회장으로서는 이 같은 법률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김정태 회장의 임기가 만료됐을 때도 함 부회장은 강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법률리스크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김정태 회장이 1년 연임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성규 부회장과 박성호 행장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함영주 부회장이 은행장 3연임에 실패하면서 2019년 은행장에 오른 지성규 부회장도 그룹 내 존재감이 강화되는 분위기다. 다만 지성규 부회장은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이후 은행장 연임에 실패했다. 지난 12월에는 이와 관련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부에서 회장직에서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성호 은행장은 올해 3월 지성규 은행장의 빈 자리를 채우며 은행장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2명의 부회장과 비교해 현재로서는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변수는 또 있다. 김정태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다. 하나금융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정태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해진다. 이 관계자는 유력 후보자들이 법률리스크에 갇혀 있어 김정태 회장의 연임으로 방향이 선회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비록 김정태 회장이 직접 '연임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함영주·지성규 부회장의 리스크 탓에 김정태 회장의 5연임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정태 회장이 연임하려면 먼저 풀어야 할 게 있다. 하나금융의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이사의 재임연령은 만70세까지로 하되 재임 중 만70세가 도래하는 경우 최종 임기는 해당일 이후 최초로 소집되는 정기주주총회일까지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나금융 회장의 임기는 3년이지만 지난해 하나금융그룹 사정을 감안해 1년만 연임하기로 결정한 김정태 회장은 1952년 2월 11일 생으로서,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이면 만 70세가 넘어간다. 따라서 또 다시 연임하려면 이 규범부터 고쳐야 하는데 곳곳의 반발과 비난을 무릅쓰면서 이를 행하기는 쉽지 않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지주사 회장 연령을 만 70세 제한한) 규정을 고치면서까지 5연임을 한다면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김정태 회장은 본인이 직접 차기 회장 의지가 없다고 피력했다”며 “김정태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