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사업 우려 높고 4조원대 차입금 부담…모회사 호텔롯데 상장 앞두고 낮은 주가 흐름 고민
롯데그룹은 2000년 이후 상장한 모든 계열사의 주가가 6개월 안에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일례로 롯데쇼핑은 2006년 공모가 40만 원에 상장했지만 상장 사흘 만에 공모가가 깨졌고, 반년 후에는 30만 원 아래로 떨어졌으며 현재는 8만 원대에 머물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2018년 7월 공모가 2만 9800원에 상장했지만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가 깨졌다. 2019년 10월 공모가 5000원에 상장한 롯데리츠는 이듬해 코로나19 여파로 4300원까지 추락했다.
롯데렌탈은 부진한 주가 흐름이 신경 쓰일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2022년 롯데렌탈의 모회사 호텔롯데를 상장할 계획이다. 현재 일본롯데 등 일본 자본이 호텔롯데 지분 99% 이상을 가지고 있다. 호텔롯데 청약이 흥행을 일으켜야만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도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다.
#롯데렌탈의 신사업 전기차·자율주행·플랫폼
롯데렌탈은 최근 기관투자자 대상의 기업설명회(NDR)에서 △전기차 △자율주행 △플랫폼 세 가지 영역의 신사업을 발표했다. 롯데렌탈은 2022년 중 자회사 그린카 산하에 전기차(EV) 전용 카셰어링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고,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롯데렌탈과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4월 배터리 활용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롯데렌탈은 배터리 관련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전기차 특화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롯데렌탈은 2021년 8월 자율주행 기술 업체 포티투닷(42dot)에 250억 원을 투자했다. 김현수 롯데렌탈 대표이사는 당시 “포티투닷 지분 투자는 롯데렌탈의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도약을 위한 첫 걸음”이라며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롯데렌탈은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노력도 강조했다. 제주도 등에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과 기업 간 거래) 중고차 플랫폼을 론칭하고, 향후 일반 소비자 대상의 B2C(Business to Consumer·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플랫폼도 내놓겠다고 밝혔다. 모빌리티 체험 시설도 조만간 구축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롯데렌탈의 청사진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플랫폼과 전기차, 자율주행은 모두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분야지만 뚜렷한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서비스는 모호하고 플랫폼은 강력한 경쟁자들이 너무 많으며, 자율주행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고전하는 가운데 단순 투자로 얼마나 실적을 낼 수 있겠냐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그런가 하면 롯데렌탈에 대한 우려 요인도 만만치 않다. 우선 중고차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22년부터 차량용 반도체 수급 이슈 등이 해결되면 신차 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롯데렌탈은 현재 24만 대 이상의 중고차를 보유하고 있다.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어 급격하게 내연기관차의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롯데렌탈은 B2B 중고차 매매시장 점유율이 23%에 달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32%)에 이은 2위 사업자다. 그러나 최근 기업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영향으로 전기차 구매량을 늘리고 있고, 일부 택배회사는 대규모 공급계약 건을 논의 중이다. 롯데렌탈 중고차 매매업에 우려 섞인 시선이 많은 이유다.
4조 원이 넘는 차입금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렌탈은 렌탈로 버는 이익의 절반가량을 이자비용으로 납부한다. 금리 인상 시기에는 비용부담이 커져 이익률이 떨어지게 된다. 국내 증권사 한 연구원은 “롯데렌탈과 비슷한 시기에 상장한 케이카는 결국 중고차 매매를 위해 판을 깔아주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어느 정도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며 “롯데렌탈은 빚을 내 자동차를 구입하고 이후 렌트했다가 중고차로 되파는 구조라 자칫 잘못하면 사업 모델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롯데렌탈 관계자는 “전기차가 도입된 지도 수년이 지났으므로 곧 전기차 중고차가 들어올 시점이라서 장기적으로 중고차 사업이 나쁘지 않다”며 “차입금도 재무에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주가흐름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쏘카 IPO 흥행 여부 주목하는 그린카
롯데렌탈은 카셰어링 서비스 자회사 그린카에 기대를 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카 차량을 수령할 수 있는 지점이 2021년 3분기 말 기준 3018곳, 보유 차량은 9800대다. 회원 수는 380만 명에 이른다. 그린카의 시장 점유율은 32%로 쏘카(59%)에 이은 2위 사업자다. 그린카가 대기업 계열사다 보니 쏘카에 비해 차량을 구매하거나 정비할 때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그린카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 쏘카와 선두 다툼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린카 입장에서는 경쟁사인 쏘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쏘카는 2022년 기업공개(IPO·상장)를 진행할 계획이다. 쏘카는 약 2조 5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롯데렌탈은 시가총액이 1조 3000억 원 수준에 그친다. 그렇지만 쏘카의 IPO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롯데렌탈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민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쏘카가 기대했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 롯데렌탈 또한 그린카 기업 가치가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그린카는 롯데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미미한 부문이지만 롯데렌탈의 가치를 증명하는 주요 회사이고, 롯데렌탈 또한 호텔롯데 가치 산정에 있어 중요한 회사”라며 “호텔롯데도 면세점, 호텔 등 코로나 시대에 부각시키기 어려운 구경제 산업군이라 롯데렌탈의 주가 정상화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