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긴축과 강달러는 국내 증시에 부담…코로나 변이, 전쟁, 파생상품 등도 변수로 꼽혀
#반도체·자동차에 거는 기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반등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다. 관건은 외국인이다. 글로벌 긴축과 달러 강세는 신흥국에 투자하는 외국인에게는 불리한 조건이다. 금리와 환율의 기회비용을 뛰어넘을 정도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다면 반도체뿐 아니라 코스피까지 끌고 올라갈 수도 있다. 시가총액 1, 2위인 두 종목이 오르면 주가지수도 덩달아 오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증권사들의 코스피 전망치 상단이 전고점을 크게 넘지 못하는 3400선에 머무르는 이유다.
오히려 종목 장세가 뚜렷해질 수 있다. 2020~2021년을 뜨겁게 달궜던 전기차, 2차전지 열풍이 자율주행차와 IT로 확산될지도 살펴야 한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의 IT화를 가속시키는 요인이다. 휴대전화보다 훨씬 더 많은 IT 제품과 부품이 필요하다. 최근 LG이노텍 등의 주가 급등도 이 같은 흐름 속에 나타난 현상이다. 미국에서 곧 열리는 CES 박람회에서도 자율주행차와 로봇이 핵심 주제다.
코로나19 치료제는 가장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다. 관건은 세 가지다. 치료효과, 가격, 생산량이다. 백신이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조건인 △충분한 효능과 이용의 편의성 △대중이 이용 가능한 합리적 가격 △각국이 빠른 시간 내 충분한 양을 확보할 수 있는 생산능력 등의 충족이 중요하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일뱅크 등 초대형 기업공개(IPO·상장)도 또 다른 변수다. 시장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실제 코스피에도 영향을 미칠만한 규모다. 하지만 2020~2021년의 열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앙은행의 긴축으로 위험 프리미엄이 낮아진 상황인 데다가 공모희망가가 꽤 높아 흥행을 장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계속되는 미국의 힘
2000년 이후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까지만 해도 한미 증시는 동행 흐름을 보였다. 2011년 이후 기술주와 나스닥의 질주로 동행이 흐트러졌다. 최근 10년간 연간수익률에서 코스피는 단 한 차례도 나스닥을 이기지 못했다. 나스닥은 9배 이상 올랐지만 코스피는 1.6배 커지는 데에 그쳤다. 같은 미국 증시 내에서도 기술주 비중이 큰 S&P500는 4.5배, 다우존스는 3.4배, 중소기업 위주인 러셀2000은 3.8배 팽창했다. 이른바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의 힘이다.
미 연준(Fed)은 최근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통화정책의 긴축전환 일정을 분명히 했다. 실물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바탕이다. 글로벌 자금은 환율이 강해지는 곳으로 이동하는 성향이 강하다. 달러 강세는 다른 통화의 약세다.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부담을 더 높인다. 펀더멘털이 튼튼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을 자극할 수도 있다. 강달러는 전세계 자금에 “미국으로 오라”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 새해에도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미국의 혁신 주도력 역시 여전하다. 스마트폰과 SNS(소셜미디어), IT 플랫폼에 이어 전기차, 자율주행차, 반도체, 인공지능(AI), 메타버스에서도 미국 기업들이 최정점에 있다. 미국은 정책도 증시 친화적이다. 401K로 대표되는 미국의 연금은 전세계 어느 곳보다 주식 비중이 높다. 미국 가계의 경제력이 연금에 달렸다. 증시가 올라야 소비 비중이 큰 미국 경제도 유지되는 구조다.
#파생상품의 역습 주시하라
미국 증시를 구조적으로 무너뜨린 것은 외부의 힘이 아니라 내부의 지나친 탐욕이었다. 긴축으로 자산가격 재조정이 이뤄지면 비정상적 상승 요인의 부작용이 드러날 수 있다. 특히 높은 위험을 수반하는 파생상품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일례로 콜 옵션을 통한 일부 기술주의 가격 급등이다. 개인들의 콜 옵션 투자와 이를 헤지(hedge) 하기 위한 기관들의 주식 매수로 주가가 급등한 현상이다. 테슬라, 애플 등 초대형주의 주가를 밀어 올릴 정도의 어마어마한 거래가 나타날 정도다. 만약 흐름이 반대로 바뀌면 주가 급락이 나타날 수도 있다.
블룸버그가 최근 전세계 전문가 9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022년 가장 큰 시장 위험으로 인플레이션(31%), 코로나바이러스 변이(26%), 전쟁(23%) 등이 꼽혔다. 대만(8.6%), 우크라이나(4.7%) 등 갈등 지역을 위험 요인으로 꼽은 응답까지 합하면 전쟁 관련이 최소 36%로 가장 높아진다.
우크라이나를 사이에 둔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은 전세계 에너지 시장과 밀접한 영향을 주고 받는다. 대만을 사이에 둔 중국과 미국의 대치는 전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인 TSMC를 볼모로 두고 있다. 고조된 갈등이 평화적으로 해소된 사례는 역사적으로 드물다. 전쟁이라는 변수도 꼭 고려해야 할 이유다. 예상되는 파장 등을 사전에 고려해 만에 하나 사태가 발발했을 때 신속 대응할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