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선수 계약 조건 불리해도 ‘이적 거부’ 가능

강제 이적 제약, 선수 권리 높이는 연맹 규정 시정 안 나와

[일요신문] 올해부터 프로축구 선수는 연봉이 높더라도 계약기간, 소속 리그 등 다른 조건이 불리하면 이적을 거부할 수 있다. 또 선수의 대중 매체 출연 제한은 완화되고, 초상권 보호는 강화된다.

지난해 12월 8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년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 강원FC와 대전하나시티즌의 경기에서 강원 신창무가 대전 이용희를 앞에 두고 공격하고 있다.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연합뉴스

3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22개 프로축구 구단이 한국프로축구연맹(연맹) 규정에 따라 공동으로 사용하는 선수계약서를 심사해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시정 대상 조항은 △선수가 이적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 △선수의 대중 매체 출연 및 초상 사용 등에 대해 구단의 서면 동의를 받도록 한 조항 △선수의 초상권을 구단에 귀속시키는 조항이다.

선수가 이적을 거부할 수 있는 계약 조건은 확대된다. 연맹은 그동안 기본급 연액이나 연봉이 이적 전 계약 조건보다 유리한 경우 선수가 이적을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공정위는 이 규정이 선수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해 불공정하다고 봤다.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선수가 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고, 상·하위 리그로 프로축구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서다.

이에 양수 구단이 선수에게 제시하는 조건이 본 계약 조건보다 계약기간, 소속리그 등이 불리한 경우 선수가 이적을 거부할 수 있도록 시정했다.

TV 등 선수의 대중매체 출연을 구단이 일방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규정도 완화한다. 시정 전 규정은 선수가 대중매체에 출연하려면 구단의 서전 동의를 받도록 했다. 공정위는 선수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며 불공정하다고 봤다.  

앞으로 구단이나 연맹은 선수가 대중매체에 출연해 경기력에 영향을 받거나 구단 및 연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활동이 명백한 경우 등 구체적인 이유가 있을 때만 출연을 제한할 수 있다.

선수의 모든 초상권을 구단에 귀속했던 조항도 달라진다. 시정 후엔 구단이 사용할 수 있는 퍼블리시티권(성명, 초상, 예명, 아호, 음성 등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경기 및 훈련 등 선수 활동에 관련한 부분으로만 한정된다.

김용헌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