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서 9번 트로피, 상무 소속으로 2부 우승도…“은퇴하더라도 전북에 남아 축구문화 발전시키고파”
#"내가 없을 땐 우승을 못했다^^"
이번 우승으로 최철순은 자신의 리그 우승 횟수를 9회로 늘렸다. 이전까지 이동국, 홍정남과 함께 8회로 같았지만 이들이 은퇴 등의 이유로 떠나며 홀로 9회 우승을 달성했다.
최철순은 2006년 입단 직후부터 우승을 경험했다. 두 번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지난해 FA컵 우승도 함께했다. 최철순은 "운이 좋았다. 팀이 강팀으로 변모하고 역사를 써내려 가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최철순은 겸손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내가 없을 땐 우승을 못했다"며 웃었다. 최철순은 K리그를 대표하는 '원클럽맨'이지만 군 복무를 해야 했기에 상무에서 활약한 기간이 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전북은 우승 타이틀을 따내는 데 실패했다.
반면 최철순은 상무 소속으로 2부리그 우승 트로피를 따냈다. 2부리그까지 범위를 넓히면 리그 우승을 10회 경험한 셈이다. 그는 "상무 전력이 정말 좋았다. 우승이 어렵지 않게 느껴질 정도였다"면서도 "전북이 2010년 들어 2년 연속 우승을 하지 못한 게 그때뿐인데 그때만 내가 없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모든 대회를 통틀어 10회가 넘는 우승을 경험한 최철순, 이제는 우승이 덤덤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할 때마다 느낌이 새롭다"며 "매년 조금씩 다른 멤버들이 함께하면서 결과를 낸 것이기에 기쁜 마음은 똑같이 크다"고 설명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
이번 시즌 전북의 K리그 우승은 가장 어려웠던 우승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수년간 울산이 꾸준히 전북의 라이벌로 성장했고 이번 시즌은 오랜 기간 울산이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전북은 시즌 막판에야 순위를 뒤집었다.
시즌 중 전북은 경기력에서도 흔들림이 있었다. 최철순은 "경기력이 나오지 않아 분위기가 처졌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김상식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전북은 지난 5월 한 달간 6경기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며 우려를 샀다. 최철순은 당시를 떠올리며 "분명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는 팀인데 전북다운 경기력이 나오지 않아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까지 굉장히 힘들어했다. 그래도 그런 힘들었던 것을 우승으로 보상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최철순은 단단했던 전북 팀 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우승에 대한 의심은 없었다. 울산에 리그 선두를 내주고 있던 기간에도 '우리가 우승을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하지 않나. 우리 팀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숱한 우승을 경험해본 최철순이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해로 2011년을 꼽는다. 당시 전북은 압도적인 전력으로 K리그를 석권하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는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정말 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질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팀이었다"며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모두 전북이 우승할 것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준우승에 그쳤다. 당연한 것은 없다는 걸 배운 시즌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선수 생활 오래 지속하고파"
프로 데뷔 이래 상무 시절을 제외하면 줄곧 전북에서만 뛴 원클럽맨 최철순, 그는 구단 내 가장 오래 활약한 선수이자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선수들의 이동이 더욱 잦아지는 최근의 스포츠계에서 원클럽맨의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팬들도 오랜 기간 한 팀에서 뛴 선수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낸다.
최철순은 "당연히 팬들이 주시는 사랑을 잘 알고 있다. 나 또한 앞으로도 오래 전북에서 더 활약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일은 아니다(웃음).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원클럽맨이 배출되기 힘든 국내 축구의 문화를 꼬집기도 했다.
"유독 우리(국내 축구)는 외부에서 선수를 데려오는 데 집중을 한다. 다른 팀에서 데려오는 선수에게 자연스럽게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구단에 있던 선수들은 홀대를 받는 경향이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강팀으로 군림하던 팀들이 약해지는 모습을 봐왔다. 전북만큼은 강팀으로서 꾸준히 이어지길 바랐다. 나 또한 전북에서 계속 활약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래서 구단에 그런 부분에서 많은 요청을 했고 현재의 나와 전북이 있게 됐다."
최철순은 2006년 전북 유니폼을 입고 데뷔, 16시즌을 보냈다. 2021시즌이면 만 35세가 되는 그는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최고참급 선수가 된다. 선수 생활의 마무리와 그 이후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그는 "현재로선 선수 생활을 오래 지속하고 싶다. 몸 상태에는 문제가 없다. 자신감이 있다. 부상을 잘 당하지 않는 스타일이기에 아픈 곳도 없다"며 "나는 오래 뛰고 싶은데 주변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언젠가 선수 생활이 끝난다 할지라도 그는 전북에 남아 일하는 모습을 그려봤다고 털어놨다.
"축구의 문화, 팀의 문화를 더 멋있게 발전시키는 데 관심이 많다. 꼭 지도자가 아니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경기장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전주=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