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온라인 커뮤니티 비난 여론 확산…정승원 측 “주문 음식 먹다 답변해준 것일뿐”
지난해 11월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방금 동성로 클럽 거리에서 대구FC 선수들 봤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의 작성자는 “몇몇 선수가 동성로에서 핼러윈을 즐기고 있다”며 “선수들도 사생활이 있지만 얼굴이 알려진 선수들 행동 하나하나가 구단 이미지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선수들을 본 시간은 11월 1일 오전 1시 40분에서 2시 10분 사이”라며 “공공장소에서 만취해 추태를 부리거나 이성을 유혹하고 큰소리로 비속어를 쓰는 건 자제해야 한다. 언행에 주의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글과 함께 올라온 사진에선 정승원과 동료 선수들이 한 남성과 노마스크를 한 채 웃고 있다. 또 다른 사진에선 이들이 한 여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게시글 게재 후 선수들에 대한 비난이 삽시간에 일었다. 특히 그날은 대구FC가 제주 유나이티드에 0-5로 패한 날이었기에 부정적 여론은 더욱 확산됐다.
정승원 유니폼에 칼을 두고 “배은망덕이 니한테(너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 같다” “이제 보니 X나게 부질없고 돈과 시간만 날린 뻘짓이더라” 등 악플 수위도 굉장히 높았다.
그러나 3일 일요신문i 취재를 종합하면 이러한 내용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어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정승원 측에 따르면 정승원을 비롯해 함께 자리했던 동료 선수들은 지난해 11월 1일 오전 2시쯤 대구 동성로의 한 분식집 앞에서 주문한 음식을 먹고 있었다. 음식을 먹기 위해 불가피하게 마스크가 내릴 수밖에 없었고, 공교롭게도 이때 팬으로 추정되는 커플이 다가와 말을 걸었으며, 그 상황에서 답변하던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음식을 주문해 먹고 있었다는 증거로 정승원 측은 해당 시간의 결제내역이 담긴 카드사용 내역서도 공개했다.
당시 현장을 지켜보고 있던 분식집 사장도 정승원 측의 주장과 비슷한 진술을 하고 있다. 분식집 사장은 일요신문i에 “지난해 11월 1일 오전 2시쯤 정승원과 일부 선수들이 음식을 주문해 먹고 있다가 팬으로 추정되는 커플이 다가와 말을 걸어서 답해주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비록 음식 섭취 탓에 마스크를 내릴 수밖에 없었지만 일부에서 전하는 '헌팅'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사태가 불거진 뒤 대구FC 측은 지난해 11월 2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논란을 빚었던 선수들에게 잔여경기 출전 정지 및 벌금을 부과했다. 대구FC 관계자는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선수들이 직접 상황을 설명했으며 이를 토대로 징계(잔여경기 출전 정지 및 벌금 부과)를 내렸다”고 말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도 “상벌위원회를 열어 20분 정도 (현장에 있던) 선수들이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승원 측은 자신의 해명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으며 심지어 선수 의견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승원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해당 사건 이후 구단(대구FC)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징계위원회에서 소명 의견을 내 사실관계 입증에 노력했으나 재심 청구 끝에도 선수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정승원 측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승원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수오재의 박경란 변호사는 “금주 내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허위사실의 글을 작성하고 유포한 최초 작성자를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 위반으로 고소할 것이며 악플을 단 누리꾼도 명예훼손, 모욕 등으로 형사고소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향후 지속적이고 엄중한 태도로 선수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선수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불법, 부당한 행위에 대해 적극적인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정승원은 2016년 대구FC에 입단하며 프로 무대에 발을 디뎠다. 그는 2017년 K리그 데뷔에 성공한 뒤 2018 시즌부터 주전으로 나섰다. 지난해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국가대표로도 활약한 바 있는 정승원은 실력과 외모를 겸비한 스포츠 스타로 알려져 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