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스탁 최고 구속 162.5km 눈길…키움 푸이그 돌발행동 우려…NC 루친스키 몸값 최대 200만 달러 ‘톱’
외국인 선수 구성은 새 시즌 대비 과정의 핵심이다. 한 베테랑 감독은 "어떤 외국인 선수를 뽑느냐에 한 해 농사의 절반 이상이 달려 있다"고 했고, 오랜 기간 프로야구 감독을 경험한 한 야구인은 "외국인 선수 셋이 팀 전력의 70%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믿을 만한 국내 선발투수가 늘 부족한 KBO리그에선 외국인 투수 두 명이 사실상 팀 마운드 성패의 키를 쥐고 있기에 더 그렇다.
올해도 대부분 구단이 야심차게 외국인 선수 세팅을 마쳤다. 사장, 단장, 감독을 모두 교체하느라 조금 늦게 스토브리그를 시작한 KIA 타이거즈만 투수 한 자리를 남겨뒀을 뿐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1월은 물론이고 2월 스프링캠프 기간까지 외국인 선수 계약에 진통을 겪곤 했지만, 최근에는 '속전속결'이 대세다. 특히 올해는 메이저리그(MLB)가 노사합의 결렬로 직장폐쇄에 돌입하면서 향후 거취를 안심할 수 없게 된 일부 외국인 선수들이 일찌감치 도장을 찍었다. 불확실해진 빅리그 도전보다 확실한 한국행을 빠르게 결정한 것이다.
#시속 162㎞ 던지는 투수 온다
주목할 만한 새 얼굴도 많아졌다. 두산이 새해 들어 영입을 발표한 강속구 투수 로버트 스탁(33)이 그중 한 명이다. 메이저리그(MLB) 출신 오른손 투수인 스탁은 총액 70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4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에 계약했다.
미국 워싱턴주 벨뷰 출신인 스탁은 키 185㎝, 체중 97㎏의 체격 조건을 갖췄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를 졸업한 뒤 2009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전체 67순위로 지명됐다. 이후 2018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뒤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컵스를 거쳐 지난해 뉴욕 메츠 소속으로 뛰었다. 스탁의 MLB 통산 성적은 55경기(선발 3경기) 2승 4패, 평균자책점 4.71이다.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230경기(선발 13경기)에 나서 23승 14패, 평균자책점 3.73을 기록했다.
스탁이 큰 관심을 받는 이유는 직구 평균 시속이 155㎞에 이르는 투수라서다. 지난해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01마일(162.5㎞)까지 나왔다는 후문이다. 변화구는 컷패스트볼(커터),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진다. 두산 관계자는 "스탁은 직구 무브먼트가 좋고, 커터는 MLB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진을 잡는 능력이 뛰어나 아리엘 미란다와 함께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투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스탁의 이력은 아마추어 때 더 화려했다. 만 12살 때 시속 130㎞의 공을 던졌고, 2002년에는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대만과 경기에서 안타를 한 개도 내주지 않고 완투하는 노히터 경기를 했다. 미국 아마추어 야구 전문잡지 베이스볼아메리카는 2003~2005년 3년 연속 연령별 최고 선수로 스탁을 뽑았다. 그는 15세였던 2004년 역대 최연소로 미국 주니어 야구 대표팀에 선발되기도 했다.
고교 시절 투수와 포수로 맹활약한 스탁은 학업 능력도 뛰어났다. 아구라 고등학교를 1년 조기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해 USC 역사상 최초로 '조기 입학한 운동선수'로 기록됐다. 그는 포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해 2009~2011년 포수 마스크를 썼다. 루키리그 올스타 포수로 선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 투수에 전념했고, 빅리그에도 투수로 데뷔해 꾸준히 공을 던졌다.
다만 줄곧 불펜 투수로 활약하느라 선발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게 불안 요소다. 지난해 두산에서 뛴 워커 로켓은 전반기 평균자책점 1위를 달렸지만, 후반기 팔꿈치 통증으로 고전하다 9월 30일 LG 트윈스전 등판을 마친 뒤 전열에서 이탈했다. 로켓의 2021년 성적은 9승 9패 평균자책점 2.98. '한 시즌을 책임질 외국인 투수'를 찾던 두산 입장에선 풀 타임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산 관계자는 "스탁은 주로 불펜 투수로 나섰지만, 2019시즌 후반기부터 꾸준히 선발 준비를 했다. 이닝 소화 능력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지난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아리엘 미란다와 이미 19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미란다는 지난 시즌 28경기에서 14승 5패, 평균자책점 2.23, 탈삼진 225개를 기록해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닥터 K' 유형의 투수인 왼손 미란다와 오른손 스탁은 별다른 외부 전력 보강을 하지 못한 두산의 올 시즌 키플레이어다. 두산은 또 지난 3시즌 동안 함께한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도 4년째 함께하기로 합의를 마친 상태다. 다만 페르난데스의 여권 기한이 지난해 말 만료된 탓에 새 여권을 발급받느라 공식 계약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두산은 "모든 절차가 완료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100만 달러 받는 새 외국인 선수는?
올해 KBO리그에서 가장 높은 몸값을 받는 외국인 선수는 NC 다이노스 투수 드류 루친스키다. 올해로 4년째 한국에서 뛰게 된 그는 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160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를 합쳐 최대 200만 달러를 받는다. 롯데 외국인 선수 세 명의 연봉 총액(209만 달러)과 비슷한 금액이다. 하지만 신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는 1인당 총액 100만 달러 이하로만 계약할 수 있다. 올해 그 상한선을 꽉 채운 새 외국인 선수는 7명. KT 위즈 외야수 헨리 라모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앨버트 수아레즈,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 SSG 랜더스 투수 이반 노바와 내야수 케빈 크론, 한화 이글스 외야수 마이크 터크먼이다. KBO리그에 데뷔할 선수 14명 중 딱 절반에 해당한다.
우승팀 KT가 발 빠르게 영입한 라모스는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보스턴에 5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한 뒤 지난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외야수다. 연봉 75만 달러에 인센티브 25만 달러가 포함됐다. 베테랑 외야수 유한준이 은퇴하면서 중심타선과 외야 한 자리가 비었는데, 그 공백을 메워줄 거란 기대를 받고 있다.
라모스는 빅리그 첫 시즌인 지난해 18경기에서 타율 0.200(50타수 10안타), 홈런 1개, 8타점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916경기에선 타율 0.282, 80홈런, 443타점을 남겼다. KT 관계자는 "라모스는 스위치 히터로 2루타와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평균 이상의 주력과 수비를 보여주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삼성에 입단하는 투수 수아레즈는 지난해까지 3년간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었다.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7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다. 2021년 정규시즌 2위에 오른 삼성은 올해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와 290만 달러,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과 170만 달러에 각각 재계약한 뒤 수아레즈에게도 100만 달러를 썼다. 그만큼 올 시즌 성적에 거는 기대가 크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오른손 투수 수아레즈는 2006년 아마추어 FA 신분으로 탬파베이 레이스와 계약하면서 미국으로 왔다. 2016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소속으로 MLB에 데뷔한 뒤 통산 3승 8패, 평균자책점 4.51을 기록했다. 2019년부터 3년간 일본 야쿠르트 스왈로즈 소속으로 뛰면서 통산 10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의 성적을 남겼다. 선발과 불펜을 오갔고, 지난해 일본시리즈에도 등판했다. 지난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53㎞였다.
LG가 영입한 루이즈는 계약금 15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25만 달러를 받고 한국에 온다. 미국 국적인 그는 2012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입단한 뒤 2016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거쳐 지난해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뛰었다. MLB 통산 315경기에 출장해 타율 0.212, 홈런 28개, 109타점을 기록했다.
주 포지션은 3루수지만, 1루와 2루, 외야까지 수비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LG 관계자는 "루이즈는 뛰어난 수비 능력을 갖춘 내야수이고 좋은 선구안을 가진 중장거리 타자다. 안정된 수비력과 수준급 타격으로 팀에 꼭 필요한 역할을 잘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푸이그도 오고, MLB 90승 투수도 오고
2021년 정규시즌 최종전 패배로 아깝게 5강을 놓친 SSG는 올 시즌 창단 2년 만의 첫 가을잔치를 위해 투수 윌머 폰트를 제외한 외국인 선수 두 명을 모두 바꿨다. 둘 다 100만 달러를 받는 기대주다. 특히 투수 이반 노바는 올해 새로 오는 외국인 선수들 중 이름값이 가장 높다. MLB에서 통산 90승 77패,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한 베테랑 오른손 투수다. 계약금 15만 달러, 연봉 75만 달러, 옵션 10만 달러에 사인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노바는 2004년 뉴욕 양키스와 계약하면서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MLB에 데뷔했고, 이듬해 27경기에서 16승 4패, 평균자책점 3.70으로 활약하면서 팀 주축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피츠버그 파이리츠, 시카고 화이트삭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거치면서 통산 11시즌 동안 빅리그 240경기에 등판했다. 150이닝 이상 소화한 시즌이 6번이나 되고, 2017년과 2019년엔 나란히 187이닝을 소화했을 정도로 검증된 선발 투수다. 2020년 MLB 4경기에서 1승을 올리는 데 그쳤고 지난 시즌에도 MLB 무대를 밟지 못했지만, SSG는 오랜 빅리그 선발 경험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 노하우에 높은 점수를 줬다.
케빈 크론은 SSG에서 5년을 뛰고 은퇴한 제이미 로맥의 후임자로 선택됐다. 계약금 15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옵션 25만 달러를 받는 그는 마이너리그 트리플A 홈런왕 출신의 강타자다. 2014년 MLB 신인 드래프트에서 애리조나에 14라운드로 지명돼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2019년까지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통산 186경기에 출전해 안타 222개, 홈런 60개, OPS(출루율+장타율) 1.057을 기록하는 등 빼어난 장타력을 과시했다. 2019시즌에는 홈런 38개를 쳐 트리플A 퍼시픽코스트리그(PCL) 홈런왕을 차지했다.
다만 빅리그 경험이 2019년과 2020년 두 시즌밖에 없다. 통산 47경기에 출전해 15안타 6홈런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는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카프에서 뛰었지만 타율 0.231, 홈런 6개, 16타점을 올리고 시즌 종료 후 방출됐다. 하지만 '홈런군단'으로 이름난 SSG는 키 196㎝, 몸무게 115㎏에 달하는 크론의 체격과 파워에 주목해 새 시즌 중심타자로 영입했다.
한화는 새 외국인 타자 마이크 터크먼과 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70만 달러에 사인했다. 좌투좌타 외야수인 터크먼은 2013년 신인 드래프트 10라운드로 콜로라도 로키스에 지명된 뒤 2017년 MLB에 데뷔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기량을 펼치기 시작한 건 2019년 양키스로 트레이드된 이후다. 그해 기존 외야수들의 잦은 부상으로 기회를 잡으면서 주전 외야수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에도 양키스와 샌프란시스코 소속으로 빅리그 75경기에 출전했을 만큼 경력이 탄탄하다. 비시즌에 일본 구단들과 영입 경쟁이 붙었지만, 금액 문제로 협상이 지지부진하던 시점에 한화가 100만 달러를 제시해 계약이 성사됐다. 터크먼의 MLB 통산 5시즌 성적은 257경기 타율 0.231, 홈런 17개, 78타점, 93득점, 출루율 0.326, 장타율 0.378. 마이너리그 통산 도루가 117개로 발도 빠른 편이다. 한화 관계자는 "정확성과 파워를 겸비한 선수다. 전문 외야수로서 공격과 수비, 주루 능력을 두루 갖추고 있어 올 시즌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이들 모두의 유명세를 합해도 키움과 연봉 100만 달러에 계약한 야시엘 푸이그를 능가할 수는 없다. 푸이그는 LA 다저스에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함께 뛰었던 '쿠바 악동'이다. 그는 다저스 소속으로 MLB에 데뷔한 2013년 타율 0.319, 홈런 19개, 42타점을 올려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2위에 올랐다. 빅리그 7시즌 통산 성적은 타율 0.277, 홈런 132개, 415타점. 다혈질적인 성격과 숱한 사건·사고, 돌발행동, 팀 내 불화 등 경기 외적인 변수가 단점으로 꼽히지만, 키움은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다"며 푸이그를 데려왔다.
다만 계약 이후에도 미국 현지에서 또 한 번 추문이 불거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14일(한국시간) "푸이그는 다저스 소속이던 2017년 1월 팬 페스티벌 기간에 두 차례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이 사건은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고, 푸이그는 피해자들에게 32만 5000달러(약 3억 8500만 원)를 주고 사건을 덮었다"고 전했다. 푸이그가 KBO리그에서 보낼 올 시즌이 어쩐지 아슬아슬해 보이는 이유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