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아예 사버렸더라면…”
▲ 이석채 KT 회장 |
통신업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말이라고 한다. 1996년 이석채 KT 회장이 정보통신부 장관이었던 시절, 우리나라는 디지털 이동통신기술로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 미국식)를 채택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유럽식 GSM의 인기와 효용성이 높아지던 때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과감히 CDMA를 채택, 상용화했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이 차차 선택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나갔다. 우리나라가 CDMA의 주도권을 쥔 것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세계적인 휴대전화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이석채 회장은 당시 정통부 장관으로서 이를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이다. 또 CDMA 상용화는 이 회장의 큰 업적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CDMA의 상용화로 가장 큰 덕을 본 것은 미국 퀄컴사다. CDMA는 우리나라 전자통신연구원(ETRI)과 미국 퀄컴이 공동 개발한 기술이다. CDMA에 쓰이는 핵심 칩과 기술은 퀄컴이 보유하고 있었다. CDMA 방식이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되면서 퀄컴의 칩과 기술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비록 퀄컴의 공동 창립자인 어윈 제이콥스와 앤드루 비터비는 IT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인물이지만 퀄컴은 당시 그저 그런 벤처회사 중 하나에 불과했다. 퀄컴이 지금의 무선통신칩 세계 1위 회사로 올라설 수 있었던 발판이 바로 우리나라의 CDMA 상용화였던 셈이다. 퀄컴이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에서만 거두어들인 로열티는 5조 원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통신업계 사람들은 1996년 당시 공동 개발했음에도 퀄컴에 아직까지 로열티를 지급하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한 IT업체 대표는 “CDMA와 관련해 퀄컴의 기술을 샀거나 아예 퀄컴을 인수라도 했다면 지금 우리는 글로벌 IT 회사를 하나 갖고 있었을 것 아니냐”며 아쉬워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