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평균 못미치는 한 자릿수 성장률 기록…그룹 내 일감 의존 탈피 대외 매출 늘리기 시동
유안타증권이 최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정보통신은 2021년 3분기까지 매출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SDS와 현대오토에버는 각각 21.6%, 27.6% 올랐다. 유통업계 경쟁 관계인 신세계그룹의 신세계I&C는 10.9% 상승했고, 한화시스템은 49.9%나 올랐다. 롯데정보통신만 홀로 한 자릿수 성장률에 그쳤다. 2021년 4분기 수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극적인 반전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21년 한 해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롯데정보통신의 2019년과 2020년 성장률도 각각 4.1%, 0.5%에 불과했다. 경쟁사들이 2019년 평균 19%, 2020년 평균 3.4%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부진했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롯데그룹이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시스템 구축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유통의 경우, 신세계그룹이 옥션과 G마켓을 인수한 후 쓱닷컴에 대대적인 투자를 집행해 쿠팡·네이버 등과 맞설 계획이다. 이에 대응할 롯데그룹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야심찬 ‘디지털 전환’
롯데그룹은 2020년 10월 공식 블로그 등을 통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대표 과제로 주문했다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함에 따라 첨단 기술 발전과 사회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그룹 전반에 디지털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국내 기업 절반 이상이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 속도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으며 72%가 디지털 전환을 조직 내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상황”이라며 “롯데는 디지털 전환을 주도할 인재를 선발해 육성하는 한편 각 사별 사업 특성에 맞춰 첨단기술과 트렌드를 접목해 현업에 디지털 전환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IB)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2021년 IT 시스템 투자에 대규모 자금을 집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롯데는 제조, 물류 등 전통산업 중심이라 스마트팩토리와 물류센터 자동화, 무인점포,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데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기대했다”면서도 “롯데그룹 SI 업체인 롯데정보통신이 확실한 수혜기업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업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2021년 롯데정보통신의 주가 수익률은 시장 평균에도 못 미치는 마이너스(-) 10%에 머물렀다”고 전했다.
IT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이커머스(온라인쇼핑) 부문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롯데는 2020년 4월 7개 유통 계열사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한 롯데온을 출범시켰다. 롯데온은 2023년까지 매출 2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하지만 롯데온을 운영하는 롯데쇼핑 이커머스 부문은 2021년 1~3분기 매출 800억 원, 영업손실 1070억 원을 기록했다.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이커머스는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지만 사용자환경(UI) 등에도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데 롯데온은 사실 방치에 가까운 느낌”이라며 “경영진 사이에서는 투자해봐야 손해만 커진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3조 4000억 원이나 들여 G마켓과 옥션을 인수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기 위해서라도) 이커머스에 대규모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롯데그룹은 투자하지 않으면 점점 밀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2022년에는 대대적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박람회 ‘CES 2022’에서 ‘리테일 메타버스’를 공개했다. 도심 속 공원 콘셉트로 가상의 하이마트, 롯데면세점 스토어를 메타버스 체험공간으로 꾸민 것이다. 메타버스는 가상공간을 콘텐츠로 채워야 하기 때문에 제작비용이 건당 최대 수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정보통신 자회사 칼리버스가 이를 맡을 것으로 보이며 연간 수백억 원의 신규 매출이 집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칼리버스는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VR 콘텐츠 특허를 가지고 있다”며 “롯데정보통신은 그룹사의 클라우드를 책임지면서 향후 VR 커머스, 가상 오피스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적극적 M&A로 외부시장 공략
롯데정보통신이 그룹 내 일감에만 의존하지 않고, 홀로서기도 준비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이 2021년 10월 전기차 충전기 업체 중앙제어를 인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앙제어는 7킬로와트(kW) 완속 충전기부터 350kW 초급속 충전기를 개발·제조·설치·유지·보수하는 기업이다. 2020년 국내 공급된 신규 충전기 1만 9000대 중 약 4300대를 중앙제어가 공급했다. 중앙제어의 2020년 매출 438억 원 중 약 50% 이상이 전기차 충전기 매출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교통부 계획안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까지 국내 순수 전기차(하이브리드 제외) 보급 대수가 113만 대에 이를 전망이다. 충전기 1기당 전기차 2.1대로 가정하면 2025년까지 공급될 충전기수는 약 54만 기에 이른다. 중앙제어의 시장점유율이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매년 약 700억 원의 신규 매출이 발생하는 셈이다. 롯데정보통신이 중앙제어 지분 71.14%를 매입하는 데 690억 원을 썼으므로 예상대로 전개된다면 ‘남는 장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의 이창영 연구원은 “롯데정보통신뿐만 아니라 모든 SI 기업이 대외 매출 비중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라며 “롯데정보통신은 중앙제어,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 등으로 올해는 작년과 달리 양호한 수익성을 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롯데정보통신 관계자는 “(2021년) 전체 매출 성장률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순수 IT 서비스 부문만 놓고 보면 롯데정보통신의 성장률이 낮지 않다”며 “신사업을 위해 중앙제어와 칼리버스를 인수했고, 최근 CES 2022에서 메타버스 관련 반응도 좋았다. 신사업에 더 투자하고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한 사업들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