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으로 5년 자숙, 영화 ‘마지막 숙제’ 개봉 앞둬…가시밭길 예고에도 아내 윤혜진 존재감 눈길
엄태웅은 2021년 말부터 새해 시작까지 연달아 근황을 알렸다. 모습을 공개한 곳은 아내인 발레리나 출신 방송인 윤혜진의 SNS(소셜미디어)였다. 특히 엄태웅은 아내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5년 만에 처음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연예인 부부가 일상의 사진을 찍어 SNS에 공개하는 일은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니지만, 엄태웅 부부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논란에 휘말려 파경에 이를 수도 있는 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사건으로부터 5년이 지났다. 시간은 이들 부부에게 ‘약’이 됐을까. 아내 윤혜진은 현재 남편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활동 복귀의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차분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내조 덕분에 한껏 날이 서 있던 여론도 덩달아 조금씩 수그러든다.
#엄태웅, 윤혜진 SNS 및 유튜브로 복귀 발판
드라마와 영화의 주연으로 활약해온 스타 엄태웅이 활동을 중단한 이유는 2016년 연루된 성매매 사건 때문이다. 한 유흥업소의 종업원 A 씨는 엄태웅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엄태웅은 즉각 무고를 주장하면서 맞섰다. 결혼해 딸까지 둔 유명 배우가 성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그 파장은 거셌다. 진위와 상관없이 논란에 연루됐다는 것만으로도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반전도 일어났다. A 씨의 주장이 허위로 드러났기 때문. 엄태웅은 성폭행 혐의는 벗었지만, 경찰은 그에게 성매매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벌금 100만 원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엄태웅을 고소한 A 씨는 무고와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실형을 선고 받았다. 어수선하게 벌어진 스캔들 여파로 윤혜진은 사건 당시 임신 중이던 둘째 아이를 잃는 아픔도 겪었다.
성매매 혐의 이후 엄태웅은 모든 활동을 멈추고 대중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얼마 뒤 이들 가족은 인도네시아 발리로 떠나 오랫동안 머물렀다. 세상의 따가운 시선에서 잠시 벗어나 가족만의 시간을 갖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 뒤로도 5년여 동안 엄태웅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2021년 9월 영화 ‘마지막 숙제’ 출연을 공식화했고, 모든 촬영을 마치고 2022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엄태웅은 처음 영화 제작진으로부터 출연 제안을 받고 망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작진의 적극적인 제안과 아내의 지지에 힘입어 연기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물론 한계도 있다. 논란에 휘말리기 전까지만 해도 영화 ‘건축학개론’, 드라마 ‘원티드’ 등 굵직한 작품들에서 활동했지만 이번 복귀작인 ‘마지막 숙제’는 저예산 휴먼 장르의 영화다. 규모가 작은 작품으로 먼저 연기를 시작해 대중의 반응을 조심스럽게 살피려는 나름의 의도도 깔려있다는 해석이다.
#아내의 전폭 지원, 여론 돌릴까
지금 엄태웅이 복귀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주인공은 아내 윤혜진이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인 그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에 몸담았던 2013년 엄태웅과 결혼했다. 두 사람의 연결고리는 엄태웅의 누나인 배우 엄정화. 인기 배우와 발레리나의 만남으로 화제를 뿌렸지만 뜻하지 않은 논란으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지금 남편의 복귀를 누구보다 물심양면 지원하는 역할은 아내가 하고 있다.
윤혜진은 남편이 공백기를 보내던 2021년 방송에 데뷔했다. 그동안 유튜브 채널과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과 소통했지만 대중 앞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JTBC 예능프로그램 ‘해방타운’이 처음이다. 엄마나 아내의 역할에서 잠시 벗어나 며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내용의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는 사려 깊은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어필했다. 함께 출연하고 있는 가수 장윤정, 백지영 등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과 지금은 할 수 없는 발레리나라는 직업에 갖는 자부심으로 호감을 얻었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해 엄태웅이 돌아올 수 있는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평가다.
가족의 일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윤혜진은 12월 31일 자신이 운영하는 채널에 엄태웅과 함께 출연했다. 남편의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마당을 마련해준 것이다. 엄태웅은 “(2022년에는)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을 대신해 가정을 지킨 아내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뜻이다. 이에 윤혜진은 “남편에게 영화 시나리오 제안 전화가 왔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려고 한다”고 답했다.
논란이 촉발된 5년 전과 비교해 엄태웅을 향한 비난 여론은 잦아들었지만 그렇다고 그의 복귀 시도가 환영만 받는 것은 아니다. 특히 여성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매매 사건에 연루됐던 만큼 싸늘한 시선도 여전하다. 앞서 성매매 사건에 연루돼 오랫동안 활동을 멈췄던 몇몇 연예인의 사례와 비교해 본다면 엄태웅 앞에는 ‘험난한 앞날’이 예고돼 있기도 하다. 리스크를 안고 엄태웅을 선뜻 캐스팅하려는 영화나 드라마 제작진이 과연 있을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엄태웅에게는 ‘다른 점’도 있다. 바로 아내의 존재감이다. 윤혜진은 남편의 사건을 굳이 들추지 않으면서도 한 가족이 겪은 어려움, 인내심을 갖고 고통을 극복하기까지의 과정을 기회가 닿을 때면 담담히 풀어놓는다.
최근에도 유튜브를 통해 “그때(사건이 벌어진 때) 내 속은 속이 아니었지만 보기 좋든 싫든 가족 셋이 붙어 지냈다”고 했다. 누구보다 가까이 남편을 본 아내의 입장에서 “충분히 자숙한 것 같았고, 그래서 아내가 용서를 했다”고도 밝혔다. “아내가 용서했으니 남의 일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윤혜진의 말은 구구절절 늘어놓는 그 어떤 설명보다 날카로우면서도 현명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