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승 이어 장예찬 과격 발언과 태도 논란…2030 겨냥 공약들 되레 외연 확장 걸림돌 우려도
“박살내겠다는 표현을 보고 아찔했다. 과거 많은 운동권 인사들이 맞는 말을 하고도 유권자들로부터 외면 받았던 것은 소위 ‘싹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태도의 문제다.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끝내면 될 일을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최근 논란이 된 장예찬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청년본부장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 중진의원이 전한 말이다. 윤 후보의 ‘청년 참모’로 꼽히는 장 본부장은 1월 11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박살내드리겠다”며 공개 토론을 신청해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장 본부장은 2012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무실 1층 동물병원을 폭파시키고 싶다”는 글과 함께 “식용을 제외한 지구상의 모든 동물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댓글을 남겼던 것으로 드러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를 두고 민주당 선대위 동물권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 의원은 1월 11일 “장 본부장의 반동물권적 망언을 규탄한다”며 “1500만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위해 일선 동물병원에서 고군분투하는 2만 수의사, 그리고 수많은 동물권 활동가들에 대한 협박이자 모욕”이라고 했다.
그러자 장 본부장은 페이스북에 “장소, 인원, 방송사 모두 고민정 의원님 원하는 대로 맞춰드릴게요”라면서 토론을 제안했다. 이어 장 본부장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고 의원을 향해 “박살을 내드릴게요”라고 했다. 앞서의 중진의원은 “잘잘못을 떠나 오만한 태도다. 윤 후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참모라는 신분을 망각한 발언”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장예찬 논란’을 계기로 선대위에서 역할이 늘어난 청년들의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영입한 청년 정치인을 놓고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SNS(소셜미디어)에 ‘5·18은 폭동’ 영상을 공유하고 ‘정규직 철폐’ 등의 주장으로 사퇴했던 노재승 전 선대위원장도 그중 한 명이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요즘 민주당에서 우리 선대위에 들어와 있는 젊은 정치인들의 과거 행적을 샅샅이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며 “어디서 뭐가 터질지 모른다. 기존 정치인들의 경우 선거나 여러 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 검증이 이뤄졌지만, 최근 들어온 2030 정치인들은 그렇지 않다. 또 선거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나 과한 행동이 나올 수 있다. 2030 정치인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좋지만 당과 후보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그어줄 필요가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선대위 개편 후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2030 표심을 위해 청년 보좌역들을 선대위 내 핵심 멤버로 두고 있다. 기존 선대위에서는 메시지를 쓰면 여럿을 거쳐 윤 후보에게 전달됐는데, 현재는 메시지팀 내 청년들이 윤 후보에게 메시지를 직접 보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윤 후보가 매일 아침에 전달받는 상황 보고서엔 1월 11일부터 40여 명의 청년 보좌역이 전달하는 의견이 들어간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입당 후 이준석 대표와 여러 차례 갈등을 빚었다. 내홍을 거듭하다 1월 6일 가까스로 봉합된 뒤 이 대표는 선거 전면에 나섰다. 윤 후보로선 2030 청년 지지층이 급락하자 이 후보의 존재감이 절실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그동안 2030과 6070을 끌어들인 뒤 민주당 지지층인 4050을 포위해야 한다는 이른바 ‘세대포위론’을 주장해왔다. 특히 여가부 폐지는 이 대표가 강조해왔던 사안이기도 하다.
정가 일각에서는 이런 전략이 오히려 역풍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선거는 2030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세대포위론이 아니라 자칫하다간 2030 세대고립론으로 전락할 수 있다.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