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진출 대기업들 너도나도 고퀄과 손잡아…B2C 확대 전환점 삼아 급성장 중
‘478과 11’. 2021년 기준 미국과 한국의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 수다. 미·중은 전 세계 유니콘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2021년 전 세계 유니콘의 51%(480개)가 새롭게 탄생했지만, 이 중 한국 기업은 단 1개만 포함되는 데에 그쳤다. 2020년 국내 스타트업 신설 법인은 12만 개를 돌파했고, 2021년 투자 금액은 12조 5505억 원에 달할 정도로 활발하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70%는 창업 후 5년 이내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하고 사업을 접고 있다.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 속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으로 무장한 유니콘 발굴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유니콘에 도전하는 국내 스타트업의 현황과 개선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일요신문] 사물인터넷(IoT) 외길을 걸어온 스타트업 ‘고퀄’의 포부는 당차다. 2025년 유니콘으로 거듭난 후 기업공개(IPO·상장)에 나서겠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만큼 기업 성장에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고퀄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스마트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기업들은 시장 공략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고퀄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스마트홈 열풍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스마트홈 열풍이 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이 연평균 24.1%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2020년 608억 달러(약 71조 5920억 원)에서 2025년 1785억 달러(약 210조 1837억)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스마트홈 시장 규모도 2020년 20조 원에서 2025년 3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자·통신·IT 등 다양한 업계에서 스마트홈 기술 개발과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LG전자는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스마트홈 비즈니스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자사 가전제품의 IoT 플랫폼인 애플리케이션(앱) ‘LG씽큐’를 활용한 사업화를 위해서다. 지난 2014년 삼성전자는 스마트홈 솔루션업체 ‘스마트싱스’를 인수한 뒤 서비스를 강화하며 경쟁력을 키워왔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2022 CES’에서 고도화된 연결성과 맞춤화 경험을 기반으로 한 기술 혁신을 강조하며 스마트싱스 관련 제품과 소프트웨어를 소개한 바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2015년부터 연구소를 열고, 국내외 기업과 협력을 통해 IoT 시장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3사가 각자 운영 중인 스마트홈 앱을 통해 IoT 서비스를 제공 중이기도 하다. 네이버 클로바, 카카오 미니, KT 기가지니, 구글홈 미니, 아마존 알렉사 등의 AI 스피커는 대표적인 IoT 제품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은 삼성SDS 홈 IoT 사업 부문 인수를 진행 중이다.
#대기업의 어엿한 파트너로
대기업들이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추면서 떠오르는 있는 곳이 바로 고퀄이다. 고퀄은 지난해 7월 5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 중 한샘이 30억 원을 책임졌다. 고퀄의 플랫폼 역량을 접목해 스마트홈 기반 리모델링을 시작하고자 창사 50년 만에 처음으로 벤처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앞서 고퀄은 2015년 1월 삼성벤처투자를 시작으로 2016년 9월 경인전자, 2018년 6월 큐더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인 SK쉴더스(옛 ADT캡스)는 다양한 홈 IoT 기기 연동을 통한 편리하고 스마트한 보안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2021년 8월 고퀄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우상범 고퀄 대표는 “한샘과는 2년 정도 협업을 했는데, 지난해 신성장동력으로 스마트홈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자 고퀄에 투자를 결정했다”며 “삼성, LG, KT, SK, 네이버, 카카오 등 다양한 회사들과 일을 하고 있다. IoT를 한다고 하는 대기업들과는 다 협업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간다리가 필요한 IoT 시장에선 독립적인 스타트업이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대기업은 이해관계가 복잡해서 경쟁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우상범 대표는 2013년 대구스마트벤처창업학교 1기생으로 입교했다. 같은 해 미국 MIT가 개최한 국제창업행사(MIT-GSW)에서 ‘지능형 홈네트워크 방범시스템’을 선보여 참가자 300여 명 중 단 4명만 뽑힌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동양인으로서는 유일했다. 이후 2014년 2월 고퀄을 창립해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가전제품을 비롯한 장치를 제어하는 ‘스마트홈’ 사업을 9년째 이어가고 있다. IoT 제품 개발부터 이를 연동할 수 있는 자체 클라우드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죽음의 계곡’을 뛰어넘고 사업화 안착에 성공한 셈이다.
시련은 회사 창립 이듬해 바로 찾아왔다. 우상범 대표는 “대학교 동기들 3~4명이랑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2015년부터 통신 3사가 IoT 시장에 뛰어들면서 많은 스타트업이 문을 닫았다. 고퀄도 3번의 부도 위험을 겪었다”며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생존했다는 것이 주요한 강점이자 노하우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상범 대표는 “아마존과 구글은 조 단위 투자를 단행해 각각 링(RING), 네스트(Nest)를 인수했고 글로벌 IoT 시장에서 오래전부터 경쟁해왔다. 반면 한국은 이제야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과거 대기업들이 IoT 사업에 투자를 확대했으나 큰 효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사업화를 이뤄내는 건 다른 얘기다. 제조, IT, 서비스, 유통 등 다양한 분야를 엮어서 하나의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에게 전달하는 건 정말 쉽지 않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이 일에 애정이 있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업의 전환점은 2019년 2월 ‘헤이홈’ 론칭이다. 그전까지 B2B 사업에만 집중했지만, 헤이홈을 통해 B2C 사업에 나서면서 실적 반등을 꾀하는 데 성공했다. 2019년 매출 8억 원에서 2020년 58억 원, 2021년 94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현재 임직원은 56명까지 늘었다. 2021년 기준 B2C 부문이 매출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헤이홈은 론칭 3년 만에 약 3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 중이다. 고객들은 헤이홈 앱을 기반으로 홈카메라, 도어벨, 보안장치, 조명, 전원 스위치, 커튼, 온습도 센서, 모션 센서 등 다양한 제품을 손쉽게 연동할 수 있다. B2B에선 200개 이상의 기업 고객들을 확보했다. 올해 2월에는 오프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사무실을 확장해 체험 공간을 만들 예정이다.
우상범 대표는 “올해는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 3개 중 1개의 절반만 완성된 상태다. 모두 공개할 순 없지만, 조만간 IoT를 통한 공간 관리 소프트웨어를 정식 출시할 예정”이라며 “2025년에는 유니콘 대열에 합류하고, IPO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믿어줬던 투자자들,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보상해주고자 노력 중이다. 다른 생각들은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퀄은 주거 공간을 넘어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오피스, 스마트 팜 등으로 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고퀄은 건설시장에선 대보건설 HausD(김포한강, 대구 동성로, 대구 신서), 제주 타운하우스, 가평 테라스하우스 등에 스마트홈을 구축했다. 스터디카페 브랜드 디플레이스, 공유창고 다락&마이박스, 공유 하우스 미스터홈즈 등의 공간도 고퀄의 손길을 거쳤다. 최근 고퀄은 KT와 함께 경로당을 스마트홈으로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
우상범 대표는 “웹시대, 모바일시대, VR(가상현실) 다음엔 현실의 세계가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때 IoT 사업화를 성공한 고퀄의 역할이 더욱 돋보이게 될 것”이라며 “IoT 사업화는 많은 개발자가 못다 이룬 꿈이라 표현된다. 초연결사회를 가기 위한 근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이루고 싶다면 고퀄로 찾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