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다시 떠오른 ‘김건희 리스크’, 대선 2개월 앞두고 악재 우려도
국민의힘은 ‘7시간 통화록’ 일부에 대한 보도를 예고한 MBC 측에 방송 개요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실질적인 반론권 보장이 이뤄지지 않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MBC가 설연휴 전 2주 연속 방송을 편성한 것은 선거 개입이자 공정 보도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MBC는 김건희 씨가 인터뷰에 응해야 방송 개요를 알려주겠다는 억지를 부린다”고 말하며 “갖은 핑계로 반론을 방송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언론의 기본 사명’과 ‘취재 윤리’까지 위반한 것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둘러싼 ‘형수 욕설’, ‘조카 변호’, ‘음주 전과’, ‘대장동 개발비리’ 등의 의혹을 나열하며 “MBC는 이재명 후보와 그 배우자에 대한 의혹을 취재할 때도 이런 식으로 취재하나”라고 반문했다. 또한 “기획 취재 의도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정상적인 반론권을 보장하고 이재명 후보 측의 여러 의혹과 녹취 파일에 대해서도 균형잡힌 보도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김 씨 논란으로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여서 국민들의 동정론으로 생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1월 15일 JTBC 인터뷰에서 “사적 대화를 나눈 것에 뒤통수 맞은 모양새가 된다면, (김 씨에게) 공감하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 “배우자 자질 문제로 비화하는 건 국민들 입장에서 ‘정치공세 치고 너무 과도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리스크’를 강조하며 본방사수를 외치고 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월 14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오랜만에 본방사수해야 할 방송이 생겼다”고 적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1월 15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법원의 방송 결정에 “오랜만엔 적시에 판결 다운 판결을 만났다”며 “언론탄압과 사전검열을 주문한 국민의힘에 반성을 촉구한다”고 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인 안민석 민주당 의원 역시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어젯밤한 시민의 슬기로운 메모”라며 “국민들은 공적 지위가 된 김건희씨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고 했다. 사진에는“김건희 7시간 볼 수 있는 건희”라고 적혀있었다.
한편,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이날 오후 8시20분께 김 씨와 서울의 소리 소속 이 아무개 기자와의 통화 녹음 내용을 방송할 예정이다. 해당 녹취록은 김 씨와 이 아무개 기자가 6개월에 걸쳐 통화를 한 내용으로, 총 분량은 7시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검찰수사, 정대택씨 국정감사 증인 불출석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MBC를 상대로 법원에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법원이 1월 14일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김 씨 정치적 견해와 무관한 일상 대화, 김 씨가 연루된 수사, 언론관 등의 내용을 제외한 나머지 통화 내용이 보도될 예정이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