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미남들 업무도 ‘작업’도 샤방샤방~
▲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젊은 남성 직장인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외모 개선에 열을 올린다. 각자가 애용하는 방법들이 있고 자신의 얼굴에 집중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L 씨(30)는 간단한 보정만으로도 효과를 봐 직장생활에 한결 자신감이 붙었다. 하지만 그는 이 정도는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신경 쓰는 축에도 못 든다고 너스레를 떤다.
“번듯하게 생겼다는 말을 종종 듣는 편이었어요. 남들은 괜찮다고 하지만 그동안 거울을 보면서 항상 2%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하루는 동료 여직원이 지나가는 말로 눈썹만 다듬어도 훨씬 낫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때는 무슨 남자가 눈썹을 다듬느냐고 했는데 그 뒤로 TV를 켜도 남자 연예인들 눈썹만 보이더군요. 그러다 족집게를 들고 한번 다듬어 봤는데 그거 하나 했다고 얼굴이 훨씬 정리된 느낌이었어요. 눈썹을 시작으로 선블럭도 항상 챙겨 바르게 됐고, 요새는 작은 잡티도 컨실러(Concealer·피부 결점을 가려주는 화장품)로 살짝 가려줍니다. 스스로 만족해서 그런지 여직원들 볼 때도 좀 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외식업체에 다니는 C 씨(27)는 특히 헤어스타일에 집중하는 편이다. 소위 ‘머리빨’을 믿는다고.
“얼굴을 좌우하는 70%가 머리모양이라고들 하잖아요. 바꾸고 나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평소에 이리저리 뻗치는 생머리 때문에 이발을 해도 늘 더벅머리 같았거든요. 매장에 가도 점주들이 어수룩하게 보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 펌도 하고 왁스로 스타일링을 제대로 하고 가니 반응이 다르더군요. 편한 복장에 헝클어진 머리 모양으로 갈 때와 정장을 갖춰 입고 완벽하게 세팅된 머리모양으로 갈 때와는 점주들이 절 대하는 게 사뭇 달라요. 지금은 정기적으로 미용실에 가서 아무렇지 않게 롤 말고 주부용 잡지 봅니다.”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얼굴에 특히 더 신경 쓰는 남성들도 있다. 다른 콤플렉스를 무마하려고 혹은 콤플렉스 자체를 없애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얼굴 가꾸기에 집중한다. 문화 콘텐츠 관련 회사에서 일하는 P 씨(28)는 다소 작은 키가 콤플렉스다. 그는 ‘키 작은 남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한단다.
“키가 작다는 건 요즘에는 아무래도 큰 마이너스죠. 하지만 단점만 붙들고 안타까워하면 뭐 하나요. 남들에게 없는 나만의 장점을 살려서 이목을 끌어야죠. 저는 피부가 좋은 편이라 이미지가 깔끔해 보여요. 그래서 피부 관리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간단한 레이저 시술도 받았고요, 정기적으로 피부 마사지도 받습니다. 여름처럼 땀이 많이 나는 계절에는 폼 클렌저를 회사에 따로 갖다놓고 중간에 세안하기도 하고요. 화장품도 천연 유기농 수입품을 따로 주문해 씁니다. 좋은 인상을 만드는 데는 피부 관리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D 씨(31)도 지난해 오랜 콤플렉스를 해결했다. 어릴 때는 대수롭지 않던 치아가 입사하고 부터는 내내 신경 쓰였던 터라 큰 맘 먹고 교정을 했다고.
“제가 부정교합으로 앞니 하나가 살짝 튀어나왔었어요. 어릴 때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성장하고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더 나오더군요. 웃으면 미워 보이는 데다 다소 드세 보이기까지 했어요. 이가 크게 울퉁불퉁한 것도 아니고 그냥 살지 했는데 회사에서 고객과 상담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죠. 편안한 인상을 주면 이점이 많기도 해서 교정을 하기로 했습니다. 투명 교정으로 8개월 정도 걸렸어요. 교정하고 나서 거울을 자꾸 보게 되고 지금은 고객들과 상담할 때도 입을 안 가리고 시원하게 웃습니다. 그러니 고객평가도 좋아졌고요. 조만간 치아 미백 치료도 받을 생각입니다.”
성형 시술 등의 방법으로 외모 개선에 극적인 효과를 노리는 남성 직장인들도 상당히 늘었다. 실제 성형 관련 카페들에도 남성 상담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고 수술 후기를 올리는 남성들도 많다. 대기업에 다니는 K 씨(30)는 지적인 얼굴 이미지로 직장 동료들한테 소개팅을 많이 주선 받았고, 지금도 끊임없이 들어오는 편이란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드물었던 일이다.
“눈이 날카로워 보이는 데다 매부리코라서 전체적으로 얼굴이 차갑고 매서워 보였어요. 원하던 큰 회사에만 들어가면 바로 여자친구도 생길 줄 알았는데 아무리 좋은 회사에 다녀도 얼굴은 중요하더군요. 남자는 코만 달라져도 큰 효과를 본다기에 코를 성형했습니다. 코가 반듯해 지니까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패션 안경까지 쓰니까 더욱 지적인 이미지가 됐어요. 성형하기 전에는 망설였는데 얼굴이 달라지니 주변 대우도 달라져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말이 와 닿았어요.”
IT 교육 업체에 근무하는 M 씨(32)도 얼굴 가꾸기 열풍에 동참한 케이스다. 제품 소개 차 거래처에 갈 일이 많은 M 씨는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교육관련 업계라 거래처 담당자가 여자인 경우가 많아 평소에도 외모 관리를 소홀히 하진 않았었다고.
“좀 과한 사각턱이라서 호감을 주는 인상이 아니었죠. 안 그래도 얼굴이 신경 쓰이는데 거래처 담당자가 여자분이면 왠지 모르게 당당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사각턱 교정 시술을 받았습니다. 이전에는 보톡스도 맞았고요. 사각턱이 많이 완화된 후로 인상이 부드러워졌다는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거래처에 가서도 호감을 주는 얼굴은 도움이 많이 돼요.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변했습니다. 앞으로는 주름관리도 신경 써야겠죠.”
‘잘생긴 얼굴’이 가져다주는 달콤함은 그 무엇보다 매혹적이다. 한 번 그 달콤함을 맛본 남성들이라면 계속 ‘가꾸기’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직장은 경쟁 사회이고 말끔한 얼굴만큼 강력한 무기는 없다. ‘성형하는 남자’에게 돌을 던질 수 없는 이유다.
이다영 객원기자 dylee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