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솔로지옥’ 글로벌 인기 이끌었지만 ‘가품 착용’에 ‘성 상품화 논란’까지 불거져
주류 무대에 나선 적이 없는 송지아가 2022년 시작과 함께 가장 눈에 띄는 스타로 급부상한 배경에는 넷플릭스 K 오리지널 예능 ‘솔로지옥’의 성공이 있다. 무인도에 갇힌 10명의 솔로 남녀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커플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그는 화려한 외모로 단번에 시선을 붙잡았다. 남을 의식하지 않는 솔직한 화법과 행동으로 프로그램 성공까지 이끌었다. 인기는 국내에 머물지 않는다. 아시아와 미국, 유럽 지역에서도 그를 향한 관심은 높아만 간다.
하지만 인기는 때론 뜻밖의 논란을 부른다. 송지아가 뱉는 말, 입는 옷, 하는 행동, 가는 곳까지 일거수일투족 관심을 받다 보다 뒷말도 따른다. 최근에는 그가 의상들이 유명 명품 브랜드를 베낀 ‘가품’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한 예능에 출연하면서 교복을 입었더니 이번엔 성 상품화 논란이 일어났다. 드라마틱한 성공에 따르는 인기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예능 최초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2021년 12월 18일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된 8부작 ‘솔로지옥’은 화려한 주인공들이 벌이는 솔직한 데이트 매칭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았다. 공개 직후 달아오른 관심은 결국 한국 예능으로는 최초의 기록까지 세웠다. 1월 9일 기준 넷플릭스 TV쇼 부문 전 세계 5위에 오른 것. 역대 한국 예능 콘텐츠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다. 지난해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증명한 ‘오징어 게임’, ‘D.P.’, ‘지옥’에 이어 예능으로 거둔 첫 성과다.
‘솔로지옥’은 한국 콘텐츠에 익숙한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도 고무적인 반응을 얻었다. 홍콩과 일본, 모로코,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태국 등 9개국에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미국 7위,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8위에 올랐다. 유명 스타가 아닌 인플루언서 등으로 출연진을 구성한 한계에도 기대를 뛰어넘는 반응이다.
비슷한 시기 넷플릭스가 공개한 한국 예능 ‘먹보와 털보’와 비교하면 송지아가 주축인 ‘솔로지옥’의 성과는 더욱 눈에 띈다. MBC에서 ‘무한도전’과 ‘놀면 뭐하니?’를 연출한 김태호 PD의 넷플릭스 진출작으로 화제를 모은 ‘먹보와 털보’는 국내는 물론 해외서도 이렇다 할 반향을 얻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프로그램 콘셉트에 대한 각종 논란과 비난에 직면해 체면을 구겼다. 김태호 PD마저 통하지 않으면서 ‘한국 예능은 글로벌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왔지만, 이런 우려를 ‘솔로지옥’이 보기 좋게 불식시켰다.
#송지아, 어느 별에서 온 스타?
‘솔로지옥’ 돌풍의 중심에 송지아가 있다는 평가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화려하고 매력적인 외모를 갖춘 그는 자존감이 높고 ‘쿨’한 성격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이런 매력이 남성 출연자에게도 어필한 결과 참여한 5명 가운데 무려 3명으로부터 몰표를 받았다. 연애 심리전에도 강한 면모를 보여 ‘연애 국가대표’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송지아는 한양대학교 무용과를 졸업한 모델이다. 유튜브 채널 ‘프리(free)지아’를 운영하면서 패션과 뷰티 콘텐츠를 제작해온 그는 차츰 유명세를 얻으면서 MBC 에브리원 예능 ‘비디오스타’ 등에 간혹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 하지만 연예인으로 데뷔하거나 방송에 꾸준히 참여한 경력이 없는 신인. 이번 ‘솔로지옥’가 데뷔작이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매력적인 외모와 성격’이라는 기준을 놓고 출연자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송지아를 소개받았다. 주변에서 ‘핫한 사람이 있다’는 추천으로 송지아를 만난 제작진은 단번에 적임자임을 알아봤다. 제작 관계자는 “정의 내리기 어려운 ‘핫’이라는 단어를 사람으로 만들면 송지아가 아닐까 생각했다”라고 했다.
송지아가 출연진 가운데 ‘솔로지옥’ 성공 주역으로 꼽히는 데는 누구보다 솔직한 화법을 구사하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세상이 요구하는 시선이나 기준보다,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그에게 MZ세대 역시 공감한다. 남자들의 구애에 휩쓸리지 않거나, 연애를 해도 자신의 감정에 더 충실한 모습은 송지아를 ‘MZ의 워너비’로 떠오르게 했다.
송지아는 팬들의 궁금증에도 당당하게 답한다. 자신의 성격에 대해 “남의 일에 관심이 없다”며 “내 인생은 내 위주로 흘러간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들이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슨 상관이 있겠나”라며 “자기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자존감을 채워주는 듯한 그의 발언에 팬들은 결집한다. 인기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솔로지옥’ 1회 공개 당시 유튜브 구독자가 58만 명이었지만, 18일 현재 190만 명으로 증가했다. SNS 팔로어 역시 공개 전 47만 명에서 350만 명으로 늘었다. 최근 해외 팬들의 참여가 급증했다.
#인기 후폭풍…입은 옷 ‘가품’ 논란
송지아의 뜨거운 인기는 후폭풍도 만들고 있다. 인기 가도를 달리는 도중 맞닥뜨린 ‘가품 논란’이 대표적이다. 송지아는 ‘솔로지옥’ 출연 당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 디올 등 의상을 입어 남다른 패션 감각을 뽐냈다. 유튜브 방송에서도 자주 명품 의상과 액세서리를 착용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일부가 해당 브랜드에서 출시하지도 않은 ‘가짜 디자인’이거나, 상표만 살짝 덧댄 상품으로 드러났다.
평소 그의 명품 스타일은 팬들의 선망 대상이던 만큼 비판이 잇따랐다. 더욱이 향후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패션 관련 사업을 하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던 그가 명품을 베낀 정작 ‘가품’을 착용했다는 사실에 비난은 거셌다.
이와 관련해 송지아는 “일부 사실”이라고 인정한 뒤 “디자이너의 창작을 침해하고 저작권에 대한 무지로 인해 발생한 모든 상황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공부하겠다고도 말했다.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성 상품화 논란이다. 얼마 전 JTBC 예능 ‘아는 형님’ 녹화 때 교복을 입은 채 복근과 배꼽이 보이도록 사진을 찍어 공개하면서다. 그동안 ‘아는 형님’에 출연했던 연예인들이 교복을 자유롭게 변형했는데도, 유독 송지아가 입었더니 ‘학생 교복으로 성 상품화를 노렸다’는 비난이 일었다. 핫한 그에게 온갖 시선이 집중된 여파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