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고혈압 환자 혈액·소변 정기검사 필요…프로틴 비추·저염식 강추·1일 30분 운동 필수
신장은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장기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 기능은 서서히 쇠약해져 간다. 이환율(병에 걸리는 비율)은 50대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60대는 15%, 70대는 30%, 80대면 50% 가까이 치솟는다. 즉, 해를 거듭할수록 발병 위험률이 상승한다는 얘기다.
장시간 앉아만 있는 생활도 발병률을 높인다. 오사카대학 연구그룹이 2006년부터 12년에 걸쳐 실시한 추적조사에 의하면 “앉아서 업무를 보는 사무직의 경우 신장병 증상 중 하나인 ‘단백뇨’ 위험이 1.35배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쓰쿠바대병원에 통원하는 만성 신장병 환자들의 하루 활동량을 조사한 결과, 앉아 있는 시간이 3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침대 등에서 누워있는 시간을 뜻하는 와상시간이 34%를 차지했다.
야마가타 구니히로 교수(쓰쿠바대학 신장내과)는 “신장병 환자들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앉아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유산소운동 같은 활동은 4%로, 하루에 1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컨디션이 나쁘기 때문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긴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오래 앉아 있는 생활이 신장병 발병률을 높이는 것은 분명하다”고 교수는 지적했다.
발병 위험을 높이는 또 다른 요인은 당뇨병과 고혈압이다. 신장은 미세한 혈관들의 덩어리로 이뤄진 장기다. 반면 당뇨병이나 고혈압은 신장의 혈관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절되지 않은 혈당과 혈압 수치가 신장의 미세혈관을 손상시키고,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 따라서 당뇨병과 고혈압을 진단받은 환자라면 평소 신장 건강에도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게 좋다.
생활습관병 전문병원 ‘AGE 마키타클리닉’의 마키타 젠지 박사는 “특히 고혈압인 여성은 신장병을 조심해야 한다”고 경종을 울린다. 2016년 중국 베이징대가 전 세계에서 진행된 ‘혈압에 대한 7가지 연구’를 분석해 논문으로 발표했다. 논문에 의하면, 비교적 혈압이 높은 사람은 정상치인 사람보다 만성 신장병 발병 위험이 1.28배나 증가했다. 더욱이 “이러한 경향은 동아시아 여성들에게서 두드러졌다”고 한다. 마키타 원장은 “생리통이나 두통 시 복용하는 진통제 또한 신장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으니 오·남용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장병은 대개 자각 증상이 없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슬금슬금 다가와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기 일쑤다. 위험률을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야마가타 교수는 “무엇보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신장 기능을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혈액검사로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를 검사한다든지, 소변검사로 단백뇨가 나오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혈액 중 크레아티닌 수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신장 기능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단백뇨의 경우 한 번의 검사로는 올바른 판정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상이 있으면, 3개월 후에 재검사하는 것을 권한다. 신장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건강검진과 함께 생활습관 개선도 필수다. 관리영양사 모치즈키 리에코 씨는 식생활에 대한 주의점을 이렇게 전했다.
“조심해야 할 것은 염분입니다. 염분을 과다 섭취하면 혈액 속에서 삼투압이 증가해 혈액량이 많아지고, 혈압이 상승하게 됩니다. 그 결과 신장에도 부담을 줄 수 있어요.”
특히 아침에는 염분 배출 능력이 떨어지므로, 저염식으로 먹는 편이 바람직하다. 간장이나 소스 등은 식재료 위에 뿌려 먹는 대신, 작은 접시에 담아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찍어 섭취하도록 한다. 염분을 줄이면 음식 맛이 밋밋해질 수 있는데, 고추냉이나 머스터드 같은 향신료, 향미가 풍부한 채소를 이용해 감칠맛을 더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다이어트나 근육 생성을 위해 단백질을 챙겨 먹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백질을 과잉 섭취하면 신장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와 관련, 마키타 박사는 “단백질을 분해·배출하기 위해서는 신장의 강한 활동이 필요하다”면서 “과도한 섭취는 신장을 힘겹게 하고 큰 부담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공단백질인 프로틴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키타 박사에 따르면 “갑자기 신장병에 관한 수치가 악화된 환자 가운데는 ‘프로틴을 마시기 시작했다’고 하는 사례가 다수 있었다”고 한다.
신장 건강을 지키려면 운동도 빠뜨릴 수 없다. 운동 시간은 일주일에 2시간 30분 이상을 추천한다. 걷기라면 하루 30분씩 주 5회 정도 하면 된다. 따로 시간을 내 운동하기 어렵다면 계단 오르내리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 일상생활 속에서 활동량을 늘려주도록 하자.
[체크리스트] 혹시 신장 이상 징후? 핍뇨·빈뇨·야뇨 ‘빨간불’
다음은 일본 매체 ‘주간포스트’에 소개된 ‘신장병 조기진단 체크리스트’다. 하나라도 해당될 경우 신장 기능 저하가 의심된다. 가까운 병원을 찾아 꼭 진단을 받도록 한다.
□수분을 제대로 섭취하고 있는데도 소변의 양이 적다
→하루 소변량이 400~500ml 이하인 사람은 핍뇨(乏尿)다. 요독증 우려가 있다.
□수분을 많이 섭취하지 않았는데도 소변 횟수가 잦다
→하루 소변 횟수가 8번 이상이면 빈뇨다. 신장 기능 저하에 따른 배뇨장애일 수 있다.
□자다가도 화장실에 가고 싶어 자꾸 깬다
→수면 도중 2회 이상 소변을 본다면 빈뇨를 의심해 봐야 한다. 방치하면 수신증이나 신우신염 같은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속적으로 소변에 거품이 일고, 거품이 잘 사라지지 않는다
→단백질이 몸 안에서 빠져나오는 ‘단백뇨’의 흔한 증상이다. 신장에서 노폐물을 걸러내는 사구체에 이상이 생긴 것일 수 있다.
□소변 색이 갈색, 적갈색, 검은 빛이 돈다
→방광, 전립선 외에도 사구체에 염증이 생기면 혈뇨가 나온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항상 얼굴이 부어 있다
→수분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생기는 증상이다. 배출되지 않은 수분이 폐에 축적되면 폐부종에 이를 수도 있다.
□최근 무기력하고 피로감을 자주 느낀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몸 안에 노폐물이 쌓인다. 전해질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피로를 쉽게 느끼며 의욕이 떨어진다.
□빈혈로 현기증과 어지럼증을 겪는 일이 늘었다
→신장에서 조혈호르몬의 생산 능력이 떨어지면 빈혈이 나타난다.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