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증권 내역 ‘장 마감 직전 대량매집’ 5일 연속 반복 “종가 관리”…“검찰, 김씨 조사 착수해야” 목소리
윤석열 후보는 2021년 12월 14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김건희 씨가) 이 아무개 씨에게 부인의 신한증권 계좌의 매매거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이 씨가 관여했던 기간 동안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사고판 거래일자는 며칠에 불과하다”며 “내가 보니 주가 자체가 시세조종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소액의 오르내림이 있었고, 오히려 조금 비쌀 때 사서 쌀 때 매각한 게 많아서 나중에 수천만 원의 손해를 보고 4~5달 만에 계좌에서 돈을 전부 인출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최지현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부대변인 역시 1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그간 설명한 바와 같이 이 아무개 씨가 주식 전문가라고 해 2010년 1월 일임매매를 맡겼다가 4000만 원 평가손실을 본 상태에서 2010년 5월 계좌를 회수한 것이 전부”라며 “그 기간 계좌의 주식매매 내역 전체를 공개하였으나 시세조종성 내역이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후보 측 설명대로 2021년 10월 20일 공개된 김건희 씨 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 주식 거래내역에는 시세조종성 거래가 없을까.
김 씨 신한증권 주식 거래내역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 체결한 날은 모두 7일이다. 우선 2010년 1월 12일과 13일 이틀간 매수하고, 1월 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 사들인다. 다만 자금결제는 거래체결 후 2영업일이 지나 이뤄지기 때문에 주식 거래내역에는 이틀 뒤 날짜(1월 14일·15일·27일·28일·29일, 2월 1일·2일)로 기록돼 있다.
일요신문은 금융권 외부기관을 통해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매도한 7일의 거래량 상위 2개 증권사 현황 및 신한증권 내 체결시간별 주식 거래량 수치를 확보했다. 해당 7일의 증권사별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수 거래량을 보면 신한증권이 1월 28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 전체 증권사 중 1위를 기록했다. 1월 28일은 2위였다.
7일 동안 신한증권을 통해 사들인 도이치모터스 주식 전체 물량이 69만 7322주인데, 이 중 김건희 씨 계좌에서 매집한 주식이 67만 5760주였다. 전체 거래량 대비 96.9%에 달한다. 신한증권 전국지점 매수 거래량 대부분을 김 씨 계좌가 소화한 셈이다. 그러다 보니 신한증권 체결시간별 주식 거래량 수치와 김 씨의 신한증권 주식 거래내역 속 매수단가 및 수량 등을 비교하면 김 씨의 매수·매도 체결시간을 파악할 수 있었다.
김 씨 거래내역을 보면 1월 12일 도이치모터스 주식 15만 5760주를 사들였다. 당일 총거래량의 38.1% 수준이었다. 매수가는 2370원에서 2510원 사이에 형성됐다.
체결시간별 주식 거래량 수치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6분부터 장 마감시간인 오후 3시까지 총 80회에 걸쳐 주식 매입을 체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특히 오후 2시 이후 당일 총거래량의 10% 수준인 4만 4499주를 매입하면서 2495원에서 2510원까지 호가를 상승시켜, 당일 종가 2510원 형성에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날인 1월 13일 김 씨 계좌는 10만 주를 매수했다. 이날 총거래량의 52.3%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자료를 보면 오전 10시 2분부터 오후 3시까지 5시간에 걸쳐 주식 매수를 체결했다. 체결 횟수는 총 44회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도 오후 2시경부터 매수량의 절반에 가까운 4만 8597주를 대량 매집했다.
이러한 매수 패턴을 보고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호가별로 주문량을 미리 걸어 체결된 것도 있지만, 장시간 시세를 보며 순간순간 매수거래를 체결한 수량도 상당하다”며 “김 씨가 신한증권 직원에 희망 매수 주문량을 요구한 소위 ‘일임매매’의 형태로 유추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1월 25일부터 매수거래 체결 패턴에 변화가 생긴다. 이날 김 씨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4만 주 매수 거래가 체결된다. 당일 총거래량의 31.7% 수준이다. 그런데 거래는 장 마감 직전인 오후 2시 47분부터 49분까지 3분 동안만 이뤄졌다. 총 체결횟수는 6회로 추정된다. 2365원에서 2475원 사이에서 집중매수해 주가를 끌어올렸으나, 결국 이날 종가는 최고가에서 55원 내린 2420원에 마감됐다.
다음날인 1월 26일에도 체결시간은 장 마감 직전인 오후 2시 35분부터 오후 3시까지 이뤄졌다. 김 씨 계좌는 25분 동안 이날 총거래량의 35%에 해당하는 주식 7만 4700주를 매집했다. 총 체결 횟수는 16회로 보인다. 이를 통해 이날 종가는 2560원까지 올라갔다.
1월 27일에도 김 씨 계좌가 장 마감 직전 집중매수를 통해 종가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거래패턴이 나타났다. 이날 김 씨 계좌는 오후 2시 14분부터 오후 3시까지만 거래를 진행, 당일 총거래량의 22.1%인 14만 4600주를 매입했다. 46분 동안 총 체결횟수는 33회로 추정된다. 김 씨 계좌가 2470원에서 2700원 사이에서 매수를 체결했다. 이날 종가는 2700원을 기록했다.
1월 28일과 29일에도 마찬가지였다. 28일 오후 2시 36분부터 49분까지 13분 동안 6만 2000주를 집중매수해 주가를 끌어올렸다. 29일의 경우 오후 1시 45분부터 2시 49분까지 9만 8700주를 매수했다. 특히 장 마감 직전인 2시 47분부터 49분까지 3분 동안 이날 매수 주식의 절반에 가까운 4만 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총 체결 횟수는 각각 19회와 23회로 파악된다.
이러한 거래 형태에 대해 앞서의 금융권 관계자는 “12·13일 이틀간 하루 종일 매수하던 거래형태도 하루 총거래량의 30% 이상을 한 개인이 사모았기 때문에 주가조작 사전 작업 단계로 보인다”며 “뒤 5일 거래는 앞서 이틀의 거래 형태와는 전혀 다르다. 전형적인 주가조작의 패턴이다. 장 마감 앞두고 종가를 관리하기 위해 집중매집하는 행위는 인위적 ‘시세조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후보 선대본부 설명과 달리 김건희 씨의 신한증권 주식계좌에서 시세조종 행위로 의심할 수 있는 내역이 다수 발견됐다는 취지다.
특히 이러한 시세조종 행위를 계좌주인 김건희 씨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거래소 및 각 증권사의 준법감시부는 주식시장의 시세조종 등 이상거래 징후에 대해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그러다 문제 소지가 있는 거래가 보이면 증권사의 준법감시인은 해당 직원 및 계좌주에게 통보하고, 유선·서면경고 수탁거부 예고 등 예방조치에 나선다. 따라서 김건희 씨에게도 이상거래에 대한 지적이 들어갔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증권사에서 이상거래 징계업무를 맡아온 한 관계자는 “하루 거래량의 30~50% 수준의 물량을 한 계좌에서 사들이면 실시간으로 증권사 준법감시인의 지적이 들어온다. 하루만 해도 바로 연락이 오는데 김건희 씨의 경우 5일 연속 매집했다. 따라서 신한증권 직원이 반드시 김건희 씨에게 ‘이렇게 매매하면 안 된다’고 통보했을 것이다. 만약 이 계좌에서 사고가 나면 직원 본인하고 김 씨가 처벌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직원의 지적이 들어와 김 씨가 1월 29일 이후 5월 20일까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를 중단한 것 아니겠냐는 추측도 나온다.
또한 앞서 1월 12일과 13일 매수 거래는 김건희 씨 본인이 직접 신한증권 직원에 전화해 주문했고, 1월 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 매수·매도 거래는 이 아무개 씨가 김 씨로부터 일임 받아 ‘시세조종’을 위해 주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경찰의 2013년 내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씨는 “2010년 2월 초 권오수 회장 소개로 김건희 씨를 만나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하도록 10억 원이 든 신한증권 계좌를 일임 받았다”고 밝혔다.
김 씨 계좌에서 1월 25일부터 29일까지 총 42만 주를 10억 9489만 원에 매입했다. 1월 28일 10만 주를 2억 5505만 원에 매도한 것까지 고려하면 5일간 매수·매도에 사용된 금액은 8억 3984만 원이다. ‘선수’ 이 씨가 자필서에 쓴 10억 원에 비슷한 금액이다. 그렇다면 이 씨가 김 씨를 만난 시점에 대해 1월 말을 2월 초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김 씨의 검찰 조사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선수인 이 씨에게 계좌를 빌려준 것은 윤석열 후보 측에서 이미 인정한 사실이다. 다만 윤 후보 측은 그 기간에 주가변동이 없어 조작이 없었다고 하는데, 주식을 사고팔면서 흔들고 띄우는 상황을 직접 행해야만 작전세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주식을 사모아 붙들고 있는 것 자체가 작전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며 “검찰에서 김건희 씨에 대한 조사가 있어야 본다”고 지적했다.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선수’ 이 씨 등 사건 관련자들은 검찰 수사를 통해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김건희 씨는 아직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앞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검사 조주연)는 1월 초 김 씨에게 ‘비공개 소환’ 조사를 통보했다. 하지만 김 씨 측은 대선 전까지 출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신문은 김 씨 계좌의 시세조종 의심 거래내역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윤석열 후보 선대본부 담당자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