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성역은 없다’ 출간 이후 27년 만에 두 번째 이야기 나와
저자는 전두환ㆍ노태우 비자금과 YS 선거자금 수사를 담당했던, 영화 ‘범죄와의 전쟁’ 등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함승희 전 검사다. 함 전 검사는 검찰을 떠난 eln 미국 유학과 국회의원, 강원랜드 사장을 거쳐 정책 싱크탱크 ‘오래포럼’을 이끌고 있다.
‘성역은 없다-II’(도서출판 오래)는 1995년에 출간된 전작 ‘성역은 없다’ 이후 27년 만에 나온 후속편으로 살아 있는 권력을 제압하고 자유와 보수의 가치, 대한민국 국가 정체성을 회복할 지혜를 소개한다. 전작에서 못다 쓴 이원조 수사 비화에서 시작해, 성역을 건드린 뒤 검찰을 떠나 변호사, 국회의원, 공기업 사장, 정책 싱크탱크 대표 등으로 활동해 온 이력이 이어진다.
이번 책은 2장에서 막을 내린 전작을 잇는 의미에서 3장부터 시작한다. 과거 ‘성역 없이’ 수사하려는 의욕에 넘쳤던 검사 말년에서 시작해 검찰 떠난 이후의 공적 삶을 단계별로 장을 나누고, 장마다 당시의 사건들이 2020년대 현재 상황과 오버랩된다. 당시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아하, 그때!” 하며 기억을 되살리며 읽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27년 후 대한민국에 성역은 없어졌는지’ 묻는다. 그는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검찰 개혁’, ‘사법 개혁’은 검찰과 법원을 장악하기 위한 여론몰이의 수단, 전가의 보도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개혁은 구두선일 뿐, 개악만 거듭돼 왔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개혁은 이 자들을 솎아내고 정치권력과 거리를 두게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한마디로 독립성과 중립성의 확보이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로 진행된다”고 비판한다.
4장에서는 국회의원으로서 경험한 여의도 정치판 이야기를 담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치적 신념을 달리하면서도 뜻하지 않게 그 당 소속으로 현실정치에 입문한 사연,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에 일조했으나 국회 법사위원으로서 탄핵 소추위원이 돼야 했던 기이한 인연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인연의 이야기도 이어진다.
5장과 6장에서는 강원랜드 사장 재임 시절 이야기와 보수주의 민간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오래포럼’ 이야기가 담겼다.
부록격인 7장에서는 수사검사 경험의 통해 몸소 깨달은 공권력의 비리를 처단하고 부패를 예방할 방책을 제시한다. 요컨대 제대로 된 제도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인데 최근 몇 년의 검찰 개혁의 실상은 개혁이 아닌 개혁의 탈을 쓴 법비들에 불과하다고 맹공한다.
저자는 구체적으로 “조국ㆍ추미애 전 법무장관들의 행위가 외견상 정당행위 또는 사소한 위법행위로 보이더라도 일련의 과정을 종합하면 심각한 범죄행위로 구성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제도 개혁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사람이다. 저자는 “대한민국은 지금 전자인가 후자인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몇 명의 의로운 사람(a few good men)’이 그나마 우리의 희망이고 국가의 미래”이라며 작지만 강한 나라를 위한 제대로 된 ‘제도 개혁’을 주문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