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U 자료 조회 요청 대검 반려 후 지청장 전결로 바꿔…사실상 수사 통제 지적, “도장 가진 윗선의 판단” 비판도
#이례적인 케이스가 연달아 계속
성남 FC 후원금 의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 제기됐다. 성남 FC 구단주인 이재명 후보가 2014∼2016년 두산, 네이버 등으로부터 160억여 원의 후원금을 유치했는데, 이들 기업이 건축 인허가나 토지용도 변경 등 편의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수사는 현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의 고발로 시작됐다. 2018년 1월 이 후보와 공익재단 법인 희망살림의 상임이사를 지낸 제윤경 전 국회의원 등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한 것. 네이버가 2015~2016년 제 전 의원이 운영하는 희망살림에 40억 원을 지급했고 이 가운데 39억 원은 성남 FC에 전달됐는데, 이를 통해 네이버가 당시 제2사옥 관련 건축을 성남시로부터 허가받았다는 이유에서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2021년 2월에서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고, 2021년 7월 이 후보에 대한 서면조사를 실시한 뒤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검찰 수사팀은 경찰과 생각이 달랐다. 성남지청 수사과와 담당 검사, 박하영 성남지청 차장검사 등은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대검에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 조회를 요청했다. 경찰에 보완수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대검은 절차적 이유를 문제 삼아 이를 반려했다. 박은정 성남지청장은 대검의 반려 이후 수사과를 지휘했던 형사3부의 기능을 축소했고, 차장 전결이었던 FIU 자료 조회 요청 건도 지청장 전결로 바꾸는 조치를 통해 수사를 통제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은정 지청장은 2020년 11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밑에서 감찰담당관으로 일하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를 주도한 바 있다. 박 지청장 남편은 당시 대검 형사부장이었던 이종근 검사장으로, 이번 소규모 검사장 인사 가능성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박은정 지청장을 챙겨주지 않겠냐. 첫 부부 검사장을 시켜주려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결국 박하영 차장검사는 직을 던지며 문제를 제기했다. 사건 주임검사인 허 아무개 검사도 ‘항의성’으로 연가를 내고 일정 기간 출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는 들썩였다.
성남지청은 “말부인 형사3부가 마약·조폭 등 강력과 직접 수사를 전담하도록 했고, 여름 인사 전에 성남 FC 사건을 담당한 검사는 인사 후에도 그대로 그 사건을 담당했다”며 “중요사건 수사에 대한 기관장 보고는 위임전결 규정과 상관없이 당연한 것”이라고 반박했고, 대검 역시 “절차상의 문제만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이례적인 경우가 많은 사건’이라고 지적한다. 검사장 출신의 법조인은 “사건을 보고하고 조치하라고 하면 될 것을 지청장 전결로 바꾸는 경우는 드물고, 검찰총장이 직접 FIU 자료 조회를 절차상의 이유로 반려하는 것도 들어보지 못했다”며 “진짜 절차상의 문제가 전부였다면 1~2주일 내에 절차상의 문제를 보완해서 다시 진행할 수 있는 데 왜 이뤄지지 못했겠냐”고 지적했다.
자연스레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알아서 조심하는 본능이 나온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수통 검사 출신 법조인은 “검찰이 과거 역사에서 힘을 키웠던 것은 권력의 눈치를 보고 먼저 원하는 것을 알아서 하는 방식이었다”며 “이번 사건의 세부적인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정치적으로 눈치를 본 몇몇의 간부급 검사들이 조심하려고만 하다 보니 수사 실무진을 설득하지 못해 터진 사고 같다”고 진단했다. “도장을 가진 윗선의 결정에 반기를 드는 방법이 사표밖에 없다는 것도 검찰 구조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오수 총장 역시 조사 대상?
신성식 수원지검장은 1월 27일 김오수 검찰총장 정례 보고에서 성남 FC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한 경위 보고서를 전달했다고 한다. 김 총장이 하루 전인 26일 신 지검장에게 경위 파악을 지시한 것에 따른 대응이었다.
보고서는 성남 FC 수사에 참여하지 않은 성남지청 형사2부 부장검사가 작성했는데, 박 지청장이 본인의 입장을 반영해 내용을 일부 수정토록 했다고 한다. 해당 부장검사는 이에 명의자를 ‘성남지청장’으로 바꿔 신 지검장 측에 전달했다. 경위 파악을 맡은 수원지검은 아직 박하영 성남지청 차장검사나 주임검사 등을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에도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하영 차장검사나 주임검사가 ‘수사 무마를 하려 했다’고 박 지청장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면, 단순 경위 파악이 아닌 대검 차원의 진상 조사와 감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무마 행위가 구체적으로 입증되면 ‘직권남용’으로 처벌도 가능하다.
다만, 신성식 수원지검장도 이재명 후보의 대학 후배인 탓에 ‘경위 파악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김오수 총장이 박 지청장에게 직접 전화해 FIU 자료 요청에 대해 절차상 문제를 지적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김 총장 역시 진상 조사 대상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임검사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임검사는 수사 과정에서 검찰총장의 지휘도 받지 않고 수사 결과만 보고하게 되는데, 도입 여부에 대한 결정은 오롯이 김오수 총장의 몫이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사건 처리 과정의 잡음이 공개된 상황에서 검찰이 재차 무혐의로 결론 내리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인 데다, 사건을 경찰이나 성남지청, 수원지검에 맡기기에는 공정성 시비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사건 경험이 많은 한 간부급 검사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은 ‘도려내야 할 부분’과 ‘건드리지 않을 부분’을 잘 구분해야 하는데 이 지점을 팀원도 설득할 수 있을 만큼 법적인 명분과 이유를 만들어야 하는 게 정치사건을 다루는 검사의 숙명”이라며 “이번 사건은 결재권을 가진 윗선이 그런 명분과 이유를 설득하지 못해서 발생한 논란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