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MS도 ‘열정’에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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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대 JMI 대표는 지금껏 해 온 SMT와 미디어를 고수하면서 신성장동력 발굴과 해외시장 개척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JMI는 지난 1993년 MS AR 계약을 통해 국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JMI는 MS AR에서 파생된 미디어사업과 디스플레이 및 조명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 지난해 국내외 계열사 총 매출액 2조 원(총액 기준)을 넘겼다. 지난 11일 정윤대 대표(48)를 만나 JMI의 과거 현재 미래를 물었다.
JMI는 1976년 정광훈 회장(64)이 세운 출판사, 정문사가 그 모태다. 정윤대 대표는 정 회장의 막내 동생. 정문사는 정 대표가 13세 때 설립됐다.
“제가 4남2녀, 6남매의 막내예요. 큰형님은 아버지 같은 분이죠.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잘은 모르는데 어려운 집안 형편에 형님이 번데기장사도 하고 그랬다더군요. 그러다 출판 쪽으로 인연이 닿았고 성실함을 인정받아 사보를 인쇄하는 등 대기업들과 거래하면서 MS AR에 대해 정보를 들었다고 합니다.”
1990년대 초. 대기업 계열 PC 제조업체로부터 MS AR에 대해 안 정 회장은 당시 프로그램을 담던 플로피디스크업체와 손을 잡았다. 그리고 혈혈단신 미국으로 날아갔다. 현지에서 통역을 섭외, 적극적인 제안으로 사업권을 따냈다. 이를 위해 회사도 다시 세웠다. 1993년 정문정보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정문정보가 태어나기 4년 전인 1989년 대학(경기대 경영학과)을 졸업한 정윤대 대표는 독자적인 길을 걸었다. 당시 현대그룹에 입사한 것.
“그 때는 회사가 크지 않을 때였죠. 대학 졸업 전에 합격을 한 데다 ‘큰물에서 놀아보겠다’는 생각을 큰형님과 공유했어요. 현대그룹에서 현대차서비스의 부품부문(현 현대모비스)으로 배치돼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했죠. 그러다 회사 내부적으로 어려움이 있자 형님이 절 부르시더군요.”
형님의 부름을 받은 정 대표는 2001년 부장으로 입사해 2004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가 대표이사가 되면서 사명도 정문정보의 영문명(Jeong Moon Information) 약자인 JMI로 바꾼다. 그가 입사하기 전부터 JMI는 MS AR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셋톱박스 등 신규 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미국과 멕시코 등 해외 진출도 전개했다. 그러나 신성장동력으로 판단, 상당한 투자를 한 셋톱박스 사업이 ‘폭탄’을 맞는다.
“우리 제품을 받아주기로 한 대기업이 대규모 수주 경쟁에서 탈락했습니다. 설상가상 해당 그룹이 공중분해되면서 재고를 떠안아야 했죠. 재고는 기업의 무덤입니다. 드러내지 않고 서서히 죽이는 암적인 존재죠. 정면돌파를 택했습니다. 100억 원가량을 다 털어내 버린 거죠. 이후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 전산화해 투명하고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해졌습니다. 위기상황에서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해외자금 유치 등을 통해 자금부문의 숨통도 틔웠습니다.”
그렇게 재고는 털어냈지만 더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셋톱박스 생산을 위해 들여놓은, 쓸모없어진 표면실장기술(SMT·Surface Mounting Technology, 전자기기 조립을 자동으로 실행하는 장치) 장비였다. 적자가 쌓여가는 상황에서 장비 활용을 위해 악전고투하던 정 대표는 중요한 정보를 접하게 된다.
“삼성이 LCD사업에 진출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관련 전문가와 연구 끝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구개발 끝에 삼성전자의 협력업체가 될 수 있었죠. 그걸 계기로 LCD 모듈을 생산하고 우리 회사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자리 잡으면서 해외에도 따라가게 됐습니다. 이후 LED, 반도체 패키징까지 하게 된 거죠.”
JMI는 사업의 기반인 미디어사업, 광기록매체와 관련해 꾸준한 기술개발을 해오고 있다. 지난 2004년 12월 나노메카트로닉스사업단 국책과제로 블루레이디스크(BD)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 5월에는 함께 연구를 진행한 강신일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와 함께 ‘산학협동상’ 대상을 받았다.
“국책과제로 수행해온 나노사출성형 쪽은 우리가 업계에서 좀 알아줍니다. 지난해엔 반사 방지(Anti-Reflection) 기술이 특허를 받았습니다. 우리가 MS AR 사업을 하는데 이것도 AR이네요. 이 기술이 적용 범위가 무궁무진합니다. 쉽게 말해 휴대폰에 적용하면 햇빛이 내리 쬐는 곳에서도 화면을 선명하게 볼 수 있죠. 물론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미래를 보고 계속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기술개발과 외형확장을 해왔지만 최근 JMI를 둘러싼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다. 캐시카우인 LCD와 반도체 LED 등의 업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진출한 것이 LED 조명, 태양광 발전 설치, 전자칠판 등의 사업이다. 이 중 나노 특허를 보유한 LED 조명부문은 지난해부터 실적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만족스럽지 않은 듯하다.
“미래성장동력을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현재 JMI의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것도 사실은 석유 시추를 위해 여러 곳에 시추공을 뚫듯 해보는 거죠. 아직까지는 큰 게 안 나오고 있지만 곧 나올 겁니다.”
이어지는 JMI의 비전이다.
“지금껏 해 온 SMT와 미디어를 고수하면서 신성장동력을 찾아 나아갈 겁니다. 그리고 총매출액 1조 원이 넘는 중국 쑤저우(蘇州)법인의 국내 기업공개(IPO)도 타이밍을 계속 보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회사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세계 최초의 기술이 눈 깜짝할 사이에 구식이 되는 세상이다. 그런 까닭에 JMI와 정윤대 대표의 고민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대부분 강소기업의 최고경영자가 그렇듯이.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