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대표 관리·처분 ‘분할소송’ 패소했지만 전부 입주자대표회의 소유로 판결 나온 건 아냐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A 아파트는 분양세대 545세대(면적 비율 46.65%), 임대세대 921세대(53.35%)로 구성된 혼합단지다. 이 아파트는 분양세대가 선출한 입주자대표회의와 임대세대가 선출한 임차인대표회의가 있는데 임차인대표회의는 입주 초부터 임차인들이 기여한 부분에 대한 잡수입을 분리해 임차인대표회의가 운영하겠다는 요구를 해왔다.
앞선 2018년 7월 24일 이 아파트의 임대사업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아파트에서 발생한 수익을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에 따라 산정‧배분해 회계처리 및 통장을 분리‧관리하고, 분양‧임대주택의 각 관리규약에 따라 업무가 집행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을 요청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2020년 9월 24일에도 입주자대표회의에 혼합주택단지의 관리 외 수익(잡수입)은 공동주택관리 법령으로 정하고 있지 않고 서울시 관리규약 준칙에서 별도로 정하고 있다며 관리규약의 사용 목적에 맞게 집행할 수 있도록 잡수입에 대한 계정분리 및 통장분리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지난해 6월 임차인대표회의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임차인 동대표와 아파트 임차 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의 출석수당과 직책수당을 지급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입주자대표회의는 임차인대표회의와 임대사업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요청에 응하지 않고 기존 방식대로 잡수입 전부를 관리했다. 결국 임차인대표회의 회장 B 씨는 임대 부분 잡수입의 관리 권한이 임차인대표회의에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취지의 소를 제기한다.
서울남부지법 제15민사부(재판장 강성수)는 1월 20일 A 아파트의 잡수입에 관한 관리 처분 권한은 입주자대표회의와 임대세대의 관리주체인 임대사업자, 즉 서울주택도시공사에 공동으로 귀속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혼합단지의 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공동주택관리법 제10조 제1항에 입주자대표회의와 임대사업자가 공동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고, 임차인대표회의가 구성된 단지에서 임대사업자는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제52조 제4항의 각 호의 사항을 임차인대표회의와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과 집합건물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7조의 공유자는 그 지분의 비율에 따라 공용부분의 관리책임을 부담하며 그로 인해 생기는 이익을 취득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잡수입의 배분을 포함한 혼합단지 관리에 관한 사항의 결정 주체는 입주자대표회의와 임대사업자'라고 판시했다.
임대사업자와 계약을 통해 아파트를 사용하며 직접 공용 부분 관리비 등을 부담하므로 임차인에게 해당 부분의 사용‧수익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취득할 지위가 있다는 임차인대표회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수익이나 공용부분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 분양세대의 비율을 넘어선 전부에 대한 관리‧처분권을 갖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방식대로 입주자대표회의가 단독으로 모든 수익을 관리‧처분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A 아파트 임차인대표회의는 2월 3일 항소했다. 임차인 대표 B 회장은 “이번 판결은 임대세대가 기여한 잡수입은 임대사업자에게 귀속한다는 판결로 앞으로는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직접, 적극적으로 소송을 진행해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 회장은 “항소심에서는 잡수익의 형성권에 대해 주장할 생각이다. 재활용품을 통해 얻은 수익 같은 경우 임차인이 직접 수익 형성에 관여하고 있어 민법상 임차인에게 귀속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주택도시공사 측은 “임차인 대표의 항소로 재판이 진행 중이라 소송에 직접 참여할지 현재는 확답하기 어렵다. 확정 판결 이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