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업소 밤 9시 이후 문 잠그고 영업…선거철 경찰 단속 줄어 사실상 통제 불능
이처럼 경찰 단속이 계속되고 적발 소식도 끊이지 않지만 유흥업계의 불법 영업은 전혀 근절되지 않는 분위기다. 9시까지는 합법이고 그 시간 이후는 불법이지만 대부분의 유흥업소가 9시 이후에도 불법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상 통제 범위를 벗어난 상태라는 게 유흥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유흥업계
이미 2021년 말부터 유흥업계는 불야성을 이어왔다.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졌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영업은 가능해졌지만 밤 9시로 영업시간이 제한됐는데, 상당수의 유흥업소가 9시 이후에도 불법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11월 1일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이 시행되면서 오랜 기간 문을 닫았던 유흥업계는 자정까지 영업이 가능해졌다. 게다가 당시 정부는 12월 13일부터 영업시간 제한이 아예 사라진다고 발표해 유흥업계는 2020년 초부터 이어진 2년여의 불황이 연말 대목에는 모두 끝날 거라 기대했었다.
그렇지만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12월 3일부터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다. 열흘만 지나면 새벽시간까지 영업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유흥업계는 오히려 자정에서 밤 9시로 영업 제한시간이 늘어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밤 9시 영업 제한은 대부분의 자영업자에게도 큰 어려움을 안겨줬지만 밤 9시가 실질적인 영업 시작시간인 유흥업계에는 더욱 치명적이었다.
12월 초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브레이크가 고장난’ 상태라며 불법 영업 강행 의지를 밝혔었다. 2년가량 이어진 집합금지명령으로 더 이상 영업을 안 하고 버틸 힘이 없는 데다 연말 대목에 대비해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놓은 상황이기도 했다. 말이 투자지 대부분 여기저기서 빌려온 돈이었다.
그렇게 유흥업계는 밤 9시면 간판 불을 끄고 문을 잠그는 방식으로 연말부터 지금까지 불법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연말 대목 특수를 누린 것도 아니다. 서울 강남에서 룸살롱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요즘에는 모두 일찍 귀가해 밤 9시 넘어 술을 마시는 사람들 자체가 크게 줄어 단골손님 위주로 근근이 버티고 있을 뿐”이라고 요즘 상황을 설명했다.
#‘선거철에는 단속 없다’는 속설
사실 지금은 연말 시즌보다 더 유흥업계 입장에선 대목인 시즌이다. 바로 대통령 선거가 임박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선거철이면 이렇게 저렇게 돈이 풀리고 그렇게 풀린 돈이 유흥업계로도 꽤 흘러 들어온다. 그리고 선거철에는 유흥업소 단속도 크게 줄어든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경찰이 유흥업소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상수’는 업주와 직원, 접대여성이고 ‘변수’는 손님이다. 좋은 변수는 앞서 언급한 지명수배자처럼 경찰이 애타게 찾던 인물이 우연히 불법 영업 유흥업소에서 손님으로 적발돼 검거하는 것이다. 연예인 등 유명인사가 적발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좋은 경우다. 반대로 나쁜 변수는 건드리기 곤란한 인물이 손님들 가운데 포함돼 있는 것이다. 간혹 정·관계 고위층 인사들이 유흥업소 단속 과정에서 적발돼 화제가 되기도 하지만 사실 매우 흔치 않은 사례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룸살롱을 여러 개 운영하다 지금은 요식업을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선거철에는 룸살롱 같은 조용한 공간에서 이런 저런 만남이 잦다. 경찰이 단속하러 왔다가 그런 룸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한 채 어딘가에서 전화를 받고 그냥 돌아가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며 “괜한 상황에 연루되는 것을 꺼려 신고가 들어오는 등의 피치 못 할 상황이 아니면 경찰이 선거철에 자발적으로 유흥업소를 단속하진 않는 것으로 안다”고 얘기한다.
서울 강북 도심 지역의 룸살롱 관계자 역시 “대선 때문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요즘 서울 지역은 경찰 단속이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가장 우려되는 특별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누군가 신고해서 경찰이 단속에 나서는 사례만 가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오미크론 대유행이 오히려 호재?
오미크론 변이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도 오히려 유흥업소 불법 영업에는 호재로 작용하는 측면이 강하다. 유흥업계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초기 가장 두려워했던 ‘확진자 동선공개’ 공포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게다가 유흥업계에선 유명무실한 상황이었지만 그나마 신경이 쓰였던 QR코드(전자출입명부)도 곧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밀접접촉자에 대한 자가격리도 사실상 사라져 이제는 업소에서 확진자가 나와도 바로 그날 영업이 가능하다.
최근 분위기에 대해 앞서의 룸살롱 업주는 “우리도 감염이 걱정되는 게 사실이지만 먹고 살자니 방법이 없다”며 “아마 그 어떤 업종보다 이 바닥이 백신 접종률이 높을 거다. 부스터샷도 가장 먼저 맞았다. 손님들 가운데 미접종자도 있을 수 있고 확진자도 있을 수 있어 나름 환기와 소독 등 위생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럼에도 유흥업소는 여전히 방역 사각지대 가운데 한 곳으로 손꼽힌다. 밀폐된 공간이고 환기도 어렵다. 게다가 손님과 접대여성의 거리두기는 애초에 불가능한 공간이다. 앞서 언급한 지명수배자처럼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이들도 유흥업소를 많이 찾는다. 백신패스 때문에 여러 제한이 많지만 불법 영업 중인 유흥업소에서는 당연히 백신패스도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