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혁남라’ 커플로 인기몰이…“첫 액션 훈련 후 한의원 신세, 집과 촬영장 사이 러닝하며 극복”
훤칠한 키에 조각 같은 외모로 작품 공개 전부터 국내외 팬덤 탄생을 예고한 배우가 있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 글로벌 공개된 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주연 전체를 통틀어 ‘톱’을 찍은 데에도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박솔로몬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다 지난 2020년 ‘로몬’으로 활동명으로 바꾼 스물세 살의 그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잘생겼다”는 찬사에 멋쩍어하면서도 어느 정도는 익숙한(?) 모습으로 답변을 이어나갔다(※이 기사에는 ‘지금 우리 학교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멋지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뭔가 멋 부린다거나 잘생기게 나오고 싶다는 욕심은 크게 없어요. 현장에서 최대한 많이 망가지려고 노력했고요(웃음). 멋을 부린다거나 하는 반응이 배우로서는 연기에 방해가 되는 요소일 수 있거든요. 저는 캐릭터가 멋있게 나오는 게 좋지 제가 멋있어 보이려고 하고, 저 자신이 멋지게 나오는 건 제가 좋아하는 타입도 아니고 제가 추구하는 연기도 아니에요. 제가 어떤 역을 맡아도 제 외모가 잘 어우러지는 걸 보여드리고 싶지, 그냥 외모가 뛰어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진 않아요. 제가 제 외모에 취해 살진 않거든요(웃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속 그가 맡은 캐릭터 이수혁은, 배우만큼이나 멋지다. 1학년 때는 일진들과 어울리며 방황했지만 2학년에 들어서 조금씩 그들과 거리를 두고 반의 중심적인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활약한다. 남주인공 이청산(윤찬영 분)과 함께 액션 신을 선봉에서 이끄는 ‘체육계 인기남’이면서, 반에서 겉도는 우등생 반장 최남라(조이현 분)를 몰래 짝사랑하는 순정까지 갖췄다. 하이틴 로맨스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는 ‘핫한 요소’를 다 갖추고 있는 셈이다.
“아무래도 극적인 상황에서 제가 남라를 지키는 모습, 자기가 죽을 수도 있는데도 몸을 던져 남라를 지키는 그런 모습이 든든해서 인기 있는 게 아닐까요? 부끄럽네요(웃음). 남라와의 키스신에서는 서로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상태에서 찍어야 하다 보니 NG가 많이 났던 것 같아요. 그래도 (조)이현 씨가 끝까지 잘 버텨주고 잘 찍어줬죠(웃음). 극한 상황에서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신이었기에 정말 애틋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나요. 실제 촬영할 때도 고백하는 느낌이었고, 그 둘의 첫사랑이 이뤄져서 기분이 좋았죠.”
여학생들에겐 짝사랑 상대로, 남학생들에겐 잘생기고 운동도 잘하지만 살짝 나사가 덜 조여진 친구로 인기가 많은 수혁의 극 중 별명은 ‘맨수’다. ‘맨발의 수혁’을 줄인 말로 양말을 신는 것을 싫어해서 늘 맨발에 그대로 신발을 신고 다니는 탓에 생긴 별명이었다. “꼬랑내가 많이 난다”는 핀잔을 들으면서도 수혁은 좀비 사태가 터진 이후에도 맨발 투혼을 이어나간다. 액션 신이 많은 캐릭터의 특성상 촬영 중 미끄러지는 일은 없었을까 조마조마해 했던 팬들에게 로몬은 “수혁이는 괜찮았지만 저는 아니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맨수라는 캐릭터를 공부하며 얘는 왜 맨발에 신발을 신고 다닐까, 왜 양말을 극도로 싫어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제가 내린 결론은 단순해요. ‘몸에 열이 많아서’(웃음). 아마 어릴 때부터 양말 신는 걸 안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액션 신을 많이 했으니까 발이 닳을 대로 닳아서 작품 속에 있는 맨수는 맨발로 다녀도 안 아플 것 같았는데 저는 가끔 그랬어요(웃음). 그래서 액션 신이 많으면 감독님께 살짝 귀띔도 하고…. 수혁이가 발가락 사이를 닦는 장면이 있는데 그건 맨수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제 애드리브였어요(웃음).”
청산 역의 윤찬영과 함께 큰 액션 신 대부분을 소화해내야 했기에 다른 배우들에 비해 더 많은 액션 훈련을 받아야 했다. 다행히 평소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이 취미였기에 체력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첫 액션 훈련을 마치고는 사흘 동안 한의원 신세를 져야 했다고 한다. 자신을 가다듬기 위해 운동 강도를 더욱 높였지만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허당’ 매력이 여기서도 빛을 발했다.
“한의원 신세를 졌던 건 그냥 제 자신이 약해서 그랬던 부분이고요. 그래서 그 뒤론 시간 날 때마다 집에서 일산(촬영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훈련했어요. 제가 러닝을 평균 10km 뛰는데 한번은 생각에 잠겨서 달리다가 왕복 30km를 달린 거예요. 너무 택시 타고 집에 가고 싶었는데 카드도 안 챙기고 현금도 없어서…. 고생 고생해서 집까지 왕복 네 시간을 뛰었던 기억이 나요(웃음).”
앞서 인터뷰를 진행했던 ‘지금 우리 학교는’의 배우들은 로몬을 가리켜 “외모뿐 아니라 성격이 너무 좋은 사람”이라며 아낌없는 칭찬을 했다. 현장에서 가장 배려심이 많았던 배우를 물으면 주저 없이 로몬의 이름이 나왔다. 친구들의 칭찬에 깊은 감동을 받은 듯 로몬은 인터뷰 자리를 빌려 친구들을 향한 영상 편지로 ‘감사 품앗이’를 잇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저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성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경력이나 그런 것에 상관없이 제가 도맡아서 할 수 있는 것에는 다 나섰어요. 제가 챙길 수 있는 건 최대한 챙기도록 노력했는데 사실 저도 동생들이나 형들에게 많이 기댔거든요. 그런데 저를 배려심 있는 배우로 꼽아줘서 감사해요(웃음). 이 자리를 빌어서 동료 배우들에게 말해주고 싶은데 ‘나 너희들한테 많이 기댔어. 고마워, 너희가 있어서 그럴 수 있었다’(웃음).”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로몬은 업계로부터도 큰 기대가 쏟아지고 있는 신예다. 30대만큼 뚜렷하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20대 남배우들 가운데 국내외 팬덤을 미리 선점한 로몬의 높은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이다. 갑작스런 인기와 기대 속에서도 로몬은 “이전의 제가 그랬듯 그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촬영 당시를 그릇으로 표현한다면 요만한 작은 그릇을 가지고 최대한 가득 채우려고 노력해서 최선을 다해서 채웠거든요. 이번엔 좀 더 큰 그릇을 가져와서 더 많이 채워보자, 이런 로몬의 성장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항상 더 많이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 당시의 최선과 지금 제가 다시 보여드릴 수 있는 최선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이렇게 사랑 받는다는 게 저한텐 정말 큰 힘이 되거든요. 지금 전세계적으로 훨씬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이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똑같아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