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중앙지검장·총장 재직 시 현대차 비위 사건 묵살하고 공람종결”…국민의힘 “검찰 시절 일 확인 불가”
#박영수 특검, 현대차 비위 제출받아
앞서 2017년 2월 17일 현대차 전·현직 간부사원 16명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검에 현대차 관련 비위를 제보했다. 이 제보는 2014년부터 현대차 간부사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5건의 민사소송과 관련된 것이다. 이 민사소송은 1990년 현대차에 입사해 2021년 12월 정년퇴직한 A 씨가 해당 소송을 주도해왔다.
A 씨에 따르면 특검이 노사 간 민사소송을 제출받은 것은 수사 대상 항목에 포함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6년 11월 14일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여야 3당은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을 통해 ‘최순실 특검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특검에서 다룰 수사 대상 항목은 총 15호였다. 이 중 3호에는 노동개혁법안 통과, 재벌 총수의 대한 사면 복권, 또는 기업의 현안 해결 등을 대가로 출연을 받았다는 의혹이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또 제15호에는 제1호 내지 제14호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2017년 3월 6일 박영수 특검은 뇌물 혐의 등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모두 13가지 혐의를 적용한 국정농단 의혹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검찰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이어받았다. 검찰은 2017년 3월 6일 검사 31명으로 구성된 2기 특별수사본부를 발족하고 특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에 대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같은 해 5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박영수 특검에 수사팀장으로 있던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을 맡으며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A 씨 등은 특검에 제출한 현대차 비위 관련 내용이 청와대와 국회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사와 관련된 내용이었고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면 특검법 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검법 제12조에 따르면, 특별검사는 담당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결정을 했을 경우, 공소를 제기했을 때와 해당 사건의 판결이 확정됐을 때 각각 10일 이내에 대통령과 국회에 서면으로 보고하고 법무부 장관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이와 관련, 국내 대형 로펌 소속 한 변호사는 “특검법 제12조에 따라 서면으로 보고 및 통지할 때에는 특검의 공소제기·불제기 결정 또는 확정 판결의 취지 및 이유, 수사 및 재판의 상세한 진행경과 및 활동내역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며 “현대차 간부사원들이 특검에 제출한 비위가 수사의 진행 경과 및 활동 내역에 해당한다면 특검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에서 특검으로부터 수사를 이관받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특검법 제10조에 따르면, 특검이 수사를 완료하지 못했거나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경우 수사 기간 만료일로부터 3일 이내에 관할 지방검찰청에 사건을 넘기도록 하고 있다. 사건을 인계받은 검찰은 신속하게 수사를 완료해 기소 여부 등을 결정해야 한다.
형사사건 전문변호사는 “특검에서 검찰청으로 이관했다는 것은 불기소가 아니라 관할만 변경한 것이고, 사건이 끝나지 않은 것”이라며 “다만 의무 위반은 맞긴 하지만, 특검법 제10조와 제12조를 위반한다고 해서 처벌 규정은 없다. 도덕적으로 비판할 수는 있지만, 법률적으로 처벌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요신문은 청와대에 수차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 현대차그룹 비위 관련한 보고를 받았는지 질의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결국은 공람종결과 불기소로 결론
현대차 간부사원들의 특검에 제기한 고소 5건은 윤석열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는 기간 동안 모두 단순 의혹 제기에 불과하고 법적 조치가 마땅치 않다고 판단할 때 내리는 처분인 공람종결 내지 불기소로 결론이 났다.
2019년 3월 20일 윤석열 후보가 지검장으로 있던 서울중앙지검은 5번 소송을 불기소로 처리한다고 중앙지방법원에 송부했다. 5번 소송은 현대차가 노조원의 컴퓨터를 무단으로 탈취해 자료를 확보했고, 이를 증거로 노조원을 징계해고한 것을 핵심으로 한다. 같은 해 6월에는 윤석열 지검장이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뒤 임금피크제 관련 4번 소송 관련해 불기소 처리한다고 통보했다.
관심을 끄는 것은 2004년 간부사원 취업규칙이 생기면서 지급되지 않은 미지급 연월차 휴가수당을 지급하라는 1번 소송이다. 별도의 민사소송에서 2017년 7월 서울고등법원 민사 15부(재판장 김우진 판사)는 현대차의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정이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간부사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는 일반직, 연구직, 생산직 등의 직원들을 포함한 근로자 집단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연월차휴가와 관련된 부분을 신설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와 관련된 부분은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 결과에 따라 현대차는 소송을 제기한 16명에게 총 약 1억 981만 원을 지급해야 했다. 현재 해당 소송은 상고를 거쳐 5년째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1번 소송과 관련된 내용은 A 씨 등이 별도로 형사소송을 제기했고 이 역시 검찰로 이관됐지만,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한 2017년부터 2021년 3월까지 4년간 참고인 조사나 수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그런데 2021년 8월 12일 서울중앙지검은 이를 공람종결한다고 통보했다. 앞서 1번 소송을 판결한 법원과 다른 결정을 내린 셈이다. 법조계에선 특히 처리 과정을 두고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의 형사사건 전문변호사는 “4년 동안 수사도 안 하고 고소장을 몇 년간 묵혀놨다가 ‘공람종결’을 통보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해당 사안에 대해서 직무유기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1월 30일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은 5번 소송에 대해서 ‘재기수사명령’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의 상급기관인 대검찰청이 수사가 미흡했으니, 다시 진행하라고 지시한 셈이다. 한 감찰부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했는데, 한 부장 역시 윤석열 총장과 검언유착 의혹 당시 보고 여부로 갈등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석열 후보가 검찰 재직 시 일어난 사안에 대해선 사실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