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사장 추정 언급에 검찰 내 우려 고개…‘그도 총장 시절 특수통 검사만 중용’ 지적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나서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검찰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검찰총장을 지낸 윤석열 후보의 ‘A 검사장’ 발언을 놓고는 “집권하게 되면 윤석열 라인을 대거 중용하겠다는 취지의 발언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A 검사장을 독립운동가에 비유
윤석열 후보는 2월 9일 보도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당선 시 측근 검사들을 중용해 (문재인 정부에 대해) 보복수사를 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는 질문을 받자 한동훈을 지칭한 듯 ‘A 검사장’이라며 발언을 쏟아냈다. 윤 후보는 “왜 A 검사장을 무서워하나. 이 정권에서 피해를 많이 보았기에 서울중앙지검장을 하면 안 되는 건가. 말이 안 된다”며 “(검찰에서) 거의 독립운동하듯 해 온 사람이다. 일본 강점기에 독립운동해 온 사람이니 나중에 정부 중요 직책에 가면 안 된다는 논리와 뭐가 다르냐”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내가 중용하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검찰 인사가 정상화되면 굉장히 유능하고 워낙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시스템에 따라 각자 중요한 자리에 갈 거라고 판단된다”며 검찰 인사를 정상화해 필요 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수사도 시스템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권의 ‘검찰 공화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검찰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수사도 못 하게 검찰총장을 직무 배제하고 총장을 파출소 수사관만도 못하게 짓밟은 사람이 누구인가”라며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이 눈만 한 번 바로 뜨면 밟히는 데가 검찰이다. 민주당 정권 사람은 검찰 공화국이라는 말을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라고 자신의 뜻을 밝혔다.
여권은 반발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1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정 검사장을 거명하면서 하는 발언들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할 수 있고 조직의 동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도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불쾌감을 호소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매우 부적절하고 매우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아무리 선거지만 지켜야 할 선이 있는 것이라는 말씀도 드린다”고 입장을 냈고, 문 대통령도 10일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것인가”라며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벌써 줄 세우기?’ 검찰 내 비판 상당
익명의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후보가 총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이나 MB(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의혹 수사는 정부가 원했던 것을 과거 검찰이 그러했듯 앞장서서 수사한 케이스에 해당하는데, 특수통으로 수없이 많은 수사를 앞장서서 했던 윤 후보가 문재인 정부 시절에 대해서만 발언을 하기에는 스스로도 자유롭지 못한 지점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공안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도 “검찰 인사가 ‘내편’만 챙기는 정치권의 영향력이 더 커진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정상화가 필요한 것도 맞지만, 윤석열 후보도 서울중앙지검장 시절부터 자신이 알고 있는 특수통 후배 검사들만 중용하면서 인사를 비정상화시킨 부분도 있다”며 “윤 총장이 말한 시스템의 정상화가 본인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얘기라면 100% 동의하지 못하는 검사들도 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을 A 검사장으로 지칭하며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반응들이 적지 않다. 벌써부터 ‘줄 세우기’를 시작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한 검사장은 2017년 윤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3차장검사로, 2019년 검찰총장일 때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지근거리에서 계속 윤 후보와 근무했다.
한 검사장의 수사 능력에 대해서는 검찰 내에서도 이견이 없을 정도로 탁월하지만, 특수통만 중용했던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 시절의 인사도 비판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채널A의 검언유착 사건 때 의혹의 중심에 선 한동훈 검사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에서 용인 법무연수원 분원 연구위원, 진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법연수원 부원장(2021년 6월) 등 좌천 성격의 보직으로만 임명되고 있다.
#법무부 장관 하마평까지 나돌아
이미 ‘윤석열 당선 시 한동훈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고, 윤석열 동기인 검사장 출신 B 변호사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는 하마평도 나돌고 있다. 현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사법연수원 26기인데, 한동훈 검사장의 경우 사법연수원 27기이기 때문에 인사를 받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앞선 공안통 검사는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간부 라인에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후배들을 대거 앉히려고 했고, 이 때문에 기획·형사·공안 근무 경험이 많은 검사들은 요직에 가지 못했다. 이 때문에 특수 라인과 비특수 라인 간 윤석열 당시 총장에 대한 지지나 입장 차이가 명확했는데 굳이 언급을 하는 게 윤석열 라인 중에서도 단연 손꼽히는 한동훈 검사장이라는 점에서 다시 ‘특수통’이 검찰을 장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검사들은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가장 정확하게 적용되는 집단”이라며 “윤 후보가 아예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A 검사장이라고 하며 한동훈 검사장을 언급한 것은 검찰 내의 파장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미 검찰 안팎에서는 윤석열이 당선되면 측근으로 평가됐던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박찬호 광주지검장, 이두봉 인천지검장 등이 중용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차장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결국 검사의 인사권이 청와대나 국회 등 정치권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경우, 검찰이라는 조직이 정치의 도구로 활용되는 것은 영원히 끝낼 수 없는 악순환이 될 것”이라며 “검찰 출신이지만 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검찰 조직을 더 잘 아는 윤석열 후보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