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각’이 둘이나…답답하다
우리금융 매각은 사모펀드만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때부터 삐걱거렸다. 론스타의 예가 너무 깊이 각인돼 있어 정부 입장에서 껄끄러웠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게다가 최근 글로벌 경기 상황으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면서 자칫 헐값 매각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도 내재해 있었다.
관심을 끌었던 민유성 전 산은지주 회장과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을 주도한 변양호 전 재정부 국장의 한판 승부는 볼 수 없게 됐다. 한 사람은 파는 사람에서 사는 사람으로 입장이 바뀌었고 다른 한 사람은 외환은행의 헐값 매각 논란으로 구속까지 됐다가 이제는 은행을 인수하려는 쪽으로 변화했다.
우리금융 매각이 무산되면서 더 큰 문제는 당분간, 적어도 현 정부하에서는 우리금융 매각을 재추진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우리금융 매각이 추구했던 목적인 조기 민영화, 한국 금융산업 발전,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세 가지가 모두 물 건너가는 셈이다. 블록세일, 국민주 방식에 따른 민영화, 은행 증권 등의 분리 매각 등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하이닉스 매각도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유재한 사장의 사의 표명은 차치하고라도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감으로 하이닉스 주가가 폭락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인수의향서 마감시한이었던 지난 7월 8일 2만 6600원이던 하이닉스 주가는 8월 19일 현재 1만 5600원으로 마감했다. 불과 40일 사이 약 40%가 주저앉은 것이다.
D램 반도체가 원가를 밑도는 가격으로 폭락한 것도 주가 폭락과 반등 실패, 추가 폭락 등에 크게 작용했다. 외국인 지분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기관마저 하이닉스 주식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이닉스 실사에 들어간 SK텔레콤과 STX가 엉성한 실사자료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실무진 인터뷰도 부족하고 질문을 500개로 제한했다는 점도 인수 후보 기업들의 불만사항이다.
하이닉스 채권단 측은 여러 차례 “매각 절차를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걱정스러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M&A업계 관계자는 “10년을 끌어온 우리금융 매각 무산에 이어 삼수에 도전하는 하이닉스 매각마저 무산된다면 하반기 M&A 업계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