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성장 몬스터 “우린 아직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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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커머스 사업 아이템으로 벤처 생태계의 몬스터로 등장한 티켓몬스터 신현성 대표를 만났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티켓몬스터는 8월 2일 주식 맞교환(스와핑) 형식으로 세계 2위 업체인 미국 리빙소셜과의 합병을 선언했다. 곧바로 기업을 외국에 팔아버렸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대해 그는 할 말이 많았다.
“너무 좁은 생각입니다. 비즈니스는 국내에서 이뤄질 수도 있고 해외에서 이뤄질 수도 있어요. M&A(인수·합병) 선순환이 잘 돌아야지만 벤처가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 옵션이 있어야만 투자자도 수익을 실현하고 창업자들에게 또 하나의 문을 열어줄 수 있는 겁니다. 합병에 대한 무조건적 비판은 너무 감정적이고 겉으로만 보는 겁니다.”
사실 티몬 M&A 비판론의 핵심 중 하나는 그동안 제기된 많은 M&A설을 그가 부인해오다 전격적으로 합병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왜 거짓말을 했느냐는 비난인 셈이다.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에요. 당시엔 굉장히 솔직하게 얘기한 겁니다. 이전에 세계 1위 그루폰으로부터 매력적인 제의를 여러 차례 받았지만 거절했어요. 이미 그런 결정을 내렸으니까 조만간 M&A할 확률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기자들이 물어봐 그대로 얘기한 겁니다.”
그렇다면 그 생각이 바뀐 이유는 뭘까. 그는 이번 합병도 처음엔 반대했단다.
“저는 우리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안한다고 했어요. 그러다보니 내부 의견도 찬반으로 갈렸죠. 한데 찬반 양쪽 다 100% 자신했던 건 아니에요. 51%쯤 기울어져 있었던 거죠. 그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얘기해보자, 장단점을 고민해보니 제 자신감이 막연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설득을 당한 셈이죠. 결국 결정할 때는 모두들 자신 있게 이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합병 건에 대해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너무 좋은 사람을 찾게 돼 결혼한 것”이라고도 표현했다.
티몬을 둘러싼 또 다른 우려는 ‘과도한 마케팅’이다. 서두에서 밝혔듯 티몬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성장해왔다. 이에 대해 신 대표는 “나도 궁금해서 조사 좀 했다”면서 스마트폰을 꺼내 자료를 보며 말을 잇는다.
“빨리 성장하는 게 왜 무리한 몸집 불리기인지 모르겠습니다. 옥션이 초기 5년간 적자였습니다. G마켓도 4년간 적자. 아마존은 초기 8년 적자. 네이버는 처음으로 수익이 안 나는 업체가 IPO(기업공개)를 해 화제가 됐죠. 좋은 서비스가 있으면 알리는 데 비용 쓰는 건 당연합니다. 우린 이제 1년 넘었어요. 예전 사례를 많이 배워 적자를 단축하고 더 빠르게 성장하려고 합니다. 무리하는 건 아닙니다. 하나하나의 투자가 나중에 수익으로 돌아온다는 확신과 믿음이 있으니까 하는 겁니다.”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난 신 대표는 9세 때 미국으로 이민, 과학특성화고교를 거쳐 아이비리그 명문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와튼스쿨(경영대)에 입학했다. 그의 첫 직장은 세계적 컨설팅업체 맥킨지. 연봉은 3억 원이었다. 그러나 그의 직장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다. 창업의 꿈 때문이었다. 결국 지난해 1월 그는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창업 성공 조건을 따져봤을 때 그에겐 한국보다 미국이 더 낫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일자리도 있고 친구들도 이런 거 해보자며 많은 제안을 하니 올인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어요. 새로운 곳에서 해보자고 생각했죠. 그리고 한국에서 살고 싶었어요. 국적은 미국이지만 저도 한국인이잖아요.”
그가 탄탄대로만 달려온 것은 아니다. 창업 초기부터 생소한 비즈니스 모델로 식당을 섭외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처음 2주 스케줄을 잡아놨는데 여러 곳에서 펑크가 나기도 했다. 어렵게 조금씩 자리를 잡아갈 즈음 몇 번의 위기가 닥쳤지만 행운의 여신은 그의 편이었다.
“계속 앞서나가려면 투자가 필요했죠. 그 때 뉴욕에서 함께 살던 룸메이트가 회사 상사한테 우리 팀을 소개해 33억 원이 들어왔어요. 첫 인턴프로그램이 성공적이지 않았더라도 힘들었을 거예요. 월급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안 될 때 인턴들이 많이 들어와 공짜로 일하며 회사의 리더가 됐습니다. 올 초 소셜커머스 클레임에 대한 보도가 많이 나올 때도 위기였죠. 우리는 다행히 빠르게 대응했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들은 비즈니스를 접었습니다.”
신 대표 사무실 벽면엔 영어와 한글이 뒤섞인 단어들이 빼곡했다. 아마도 향후 사업 아이템인 듯싶었다. 아직도 배가 고픈 모양이다.
“해야 할 게 굉장히 많아요. 중소규모 업체들의 홍보채널, 그런 것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로 예약 결제를 쉽게 만든다든지, 배달 서비스 통합 대행 등 업체들과 소비자의 접점이 많을 듯합니다. 팔 수 있는 것도 많아요. 앞으로 자동차, 부동산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는 말을 이으며 책상 위에서 플라스틱 박스를 집어 들었다.
“유럽에서 가져온 건데 카탈로그가 들어있는 선물 박스예요. 레스토랑 소개하며 50유로까지 먹을 수 있는 쿠폰이 들어있죠. 프랑스에선 수조 원대 시장이래요. 이걸 잘할 수 있는 업체가 우리 아닐까. 이걸 백화점 편의점에서 팔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고민 중이에요.”
태어난 지 갓 16개월이지만 티켓몬스터는 이미 ‘크고 강하다’. 신 대표의 말대로 합병이라는 새로운 동력을 장착한 이 괴물이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착하게’ 성장할지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