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심의 후 1년 가까이 미뤄…정 사장 3연임 사실상 확정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지난 2일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NH투자증권에 대한 조치를 단행했다. 그 결과 NH투자증권은 업무 일부정지 및 과태료가 부과됐다. 금융감독원(금감원0이 올린 제재안을 심의한 결과다. 다만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미뤄졌다. 지난해 3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정영채 사장에게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 ‘문책경고’의 중징계 처분을 내릴 것을 의결하고 해당 내용을 상급기관인 금융위에 올린 바 있다. 금융위는 이를 판단해 제재 여부를 결정해야 했지만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결정을 미루고 있다. 만약 정영채 사장이 금융위의 최종 결정으로 중징계 이상의 제재를 받으면 연임 및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금융위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법적 판단에 대한 법리 검토와 안건의 비교 심의를 거쳐 판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최종 판단이 내려져야 정영채 사장에 대한 징계 수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손태승 회장은 이른바 DLF 사태와 관련한 징계 취소 소송이 현재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 사정에 정통한 A 씨는 “금융감독원에서 올린 징계안에 대해 금융위가 1년 가까이 끌다 징계를 확정짓지 못한 것은 다소 이례적인 모습”이라며 “금융위 결정은 단순 행정 처분인데 사법 처리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금융위가 정영채 사장에 대한 징계안은 미루고 NH투자증권에 대한 징계안만 발표한 당일 NH투자증권도 정영채 사장의 3연임을 사실상 확정한 사실을 알렸다. 정영채 사장은 2018년 사장직에 오른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하고 있다. 오는 23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정영채 사장 연임과 관련된 안건이 통과되면 정 사장의 3연임 시대가 시작된다.
지난해에도 역대급 실적이 예상되면서 연임 가능성이 점쳐진 바 있다. 정 사장의 연임에 옵티머스 사태 관련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었지만 그 그림자로부터 벗어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검찰로부터 관련 혐의에 대한 무혐의 처분도 받았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가 정영채 사장에 대한 징계 판단을 미루면서 NH투자증권이 정영채 사장의 연임을 결정하는 데 따르는 부담을 줄여주는 모양새가 됐다.
지난 9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금융위가 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A 씨는 “금융 사건에 정치적인 커넥션 의혹은 항상 있어왔고 이는 늘 금융당국의 신뢰와 연결됐다”며 “이번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징계를 미룬 것에 대해 뒷말이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옵티머스 사건에 정통한 한 법조인은 “대선을 앞두고 금융위가 옵티머스 사건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면서 “다음에 들어서는 정부에 판단을 넘기는 것이 현재 금융위의 부담을 최대한 낮추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옵티머스 관련 제재 건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법부 판단에 대한 법리 검토 및 관련 안건들의 심의 등을 거쳐 종합적으로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영채 사장만 특별히 연기한 게 아니라 옵티머스와 라임 사태로 징계를 받은 CEO들에 대해 모두 금융위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금감원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정영채 사장을 중징계로 심의 의결해 해당 내용을 금융위에 올렸다”며 “이번에는 금융위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제외한 자본시장법에 의거해 제재안이 올라온 NH투자증권에 대한 제재만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