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반적인 규제 완화에 초점…물적분할 손보고 가상자산 육성 방점
#부동산 규제 완화 전망
부동산 세제를 시장 관리 목적보다는 조세 원리에 맞는 방향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우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해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한다. 내년이면 100%로 사실상 할인제도로서의 의미가 없어질 공정시장가액비율은 95%로 동결한다. 특히 1주택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율과 세부담 증가율 상한을 낮추고 장기보유자는 매각이나 상속 시점까지 납부를 늦추는 것도 허용할 방침이다. 지역이나 가격별로 다른 취득세율도 1주택자에는 단일화하는 방향이다.
다주택자 중과세 정책도 대대적으로 손본다. 보유 주택수에 따른 차등과세를 가격기준 과세로 전환하고, 양도세 중과세율도 최대 2년간 한시 배제한다. 조정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누진과세도 완화한다. 종합부동산세는 단기적으로는 세 부담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재산세와 통합을 추진한다.
문재인 정부 내내 꽁꽁 묶여있던 재건축·재개발 규제도 파격적으로 완화한다. 우선 준공 30년이 지난 노후 공동주택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하고 안전진단 평가 기준도 완화한다. 현재는 구조안정성이 50%지만 이를 30%로 낮추고, 주거환경을 15%에서 30%로 높인다. 구조에 큰 문제가 없어도 주거환경이 열악하면 재건축이 허용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분양가 규제 합리화 방안 등도 윤 당선인의 주요한 공약이다. 실현되면 서울은 물론 지은 지 30년이 넘은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1기 신도시의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인 임대차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신고제)이 ‘전면 재검토’된다. 임차인 보호보다는 전셋값 급등과 전세 매물 감소 등 부작용이 두드러진다는 것이 국민의힘 측 진단이다. 현 정부가 폐기한 등록임대사업자 지원 제도 역시 재정비한다. 매입임대용 소형 아파트(60㎡ 이하) 신규 등록을 허용하고 종부세 합산과세 배제, 양도세 중과세 배제 등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향이다. 주택대출 관련 규제도 없애거나 간소화한다. 대출 없이 내 집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1주택자 담보대출비율(LTV)을 70%로 일원화한다. 신혼부부·청년 등 생애최초 구매자에는 80%까지 허용한다. 다주택자는 30~40%가 적용된다.
#주식 양도차익 비과세
정부는 지난해 세법 개정안을 통해 내년부터 소액주주도 주식양도세 과세 대상에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2023년부터 연간 5000만 원 이상의 주식 양도 수익을 낼 경우 20%, 연간 3억 원 초과 수익을 낼 경우 25%의 양도세를 각각 부과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윤석열 당선인은 상장 주식 양도차익 비과세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투자자들의 이탈을 막아 국내 증시의 수급을 뒷받침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주식양도세의 경우 보유지분율 기준 코스피 종목은 1%(코스닥은 2%) 이상이거나 종목별 보유 총액이 10억 원 이상 대주주에게만 20~30%대의 세율로 부과되고 있다. 상장 주식 양도차익 비과세가 이뤄지면 상속·증여세 납부를 위해 주식을 팔 때도 세금을 내는 부담이 없어진다. 당장 2조 원대의 주식을 매각할 예정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가의 수혜가 기대된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다시 추진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구주매출 시 세금 부담이 없어진다.
하지만 대주주에 불리한 공약도 있다.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회사의 주식을 25% 이상 취득할 경우 반드시 ‘40%+1주’를 공개매입 하도록 한다는 공약이다. 경영권을 파는 입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줄어들고, 사는 입장에서는 인수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일부 기업에서 핵심 신산업 분할로 주가가 하락해 많은 투자자가 허탈해하고 있다”며 “미래를 보고 투자한 주주들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물적분할은 모회사의 특정 사업부를 분리해 신설회사로 만들고, 신설한 자회사의 주식 전부(100%)를 소유해 지배권을 확보하는 기업분할 제도다. 지배주주 지분이 희석되지 않아 경영권을 지키며 신사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기존 모회사의 핵심 사업이 떨어져 나가면서 주가가 휘청이는 등 기존 주주의 권리가 침해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석열 당선인은 물적분할 요건을 강화하고, 분할신설 기업의 상장을 규제하거나 분할존속 기업 주주들에게 분할신설 기업의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과 관련해 △투자 수익 5000만 원까지 완전 비과세 △디지털산업진흥청 신설 및 총리실 산하 검토 △코인 발행(ICO·가상자산공개) 조건부 허용 △대체불가토큰(NFT) 거래 활성화 통한 신개념 디지털자산 육성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ICO는 블록체인 기술 및 가상자산 기반 프로젝트팀 등이 초기 자본 마련을 위해 코인을 발행하고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과정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이다. 국내 주식 시장의 기업공개(IPO·상장)와 비슷한 형태다. 금융위원회는 2017년 가상자산 발행 주체가 부당한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이유로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했다. ICO가 국내에서 허용되면 싱가포르 등 해외에 법인을 둔 국내 가상자산 발행 기업들이 다시 국내로 유턴할 수 있다.
#주52시간 유연 적용
윤석열 당선인은 모든 사업장에 획일적으로 적용되던 주52시간 근로 제한을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별로 노사합의 등을 통해 다양한 근로시간 기준을 마련토록 할 방침이다. 전문직이나 고액 연봉 근로자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행 상법은 특수관계인 친족범위를 혈족 6촌, 인척 4촌을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친인척 회사가 계열사로 편입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 윤 당선인 측의 지적이다.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촌수가 아닌 ‘경제적 공동관계’로 파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벤처기업 창업자의 안정적 경영권을 위해 복수의결권제를 도입이 필요하다는 공약도 내놨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저탄소 에너지인 원자력 발전을 기저전원으로 계속 이용해야 한다는 게 윤석열 당선인의 진단이다. 원전 수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한편 여야 후보 모두가 공언했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윤당선자의 공약집에는 담기지 못했다. MSCI는 한국이 역외 외환시장 부재, 엄격한 외국인 투자자 등록 시스템, 외국인 투자자 정보 접근성, 지배구조 기준, 공매도 제한 등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투자금이 더 많이 들어와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들이 이익을 볼 수 있지만 통화 관리가 제대로 안 돼 경제에 걸림돌이 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공매도에 대해서는 주가 하락이 과도하면 자동으로 공매도가 금지되는 ‘공매도 서킷브레이크’ 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MSCI 측이 요구하는 공매도 전면 재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도 MSCI 측이 주목할 만한 별다른 관련 공약이 없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