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아이큐점프, 보물섬 등 월간지 형태 연재만화시장이 급속히 성장했다. 그러면서 연재만화시장은 대여소 시장과 만화계를 양분했다. 만화시장은 외연을 넓히기 시작했다.
월간지 형태 잡지 만화와 대여소를 중심으로 한 출판만화가 시장을 좌지우지하던 가운데,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일본 문화를 개방했다. 우리보다 저변이 훨씬 넓고 역사가 깊은 일본만화가 합법적으로 한국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필자가 2006년도에 제작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 역시 일본 고단샤에서 출간한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한국 만화시장은 급속히 위축됐다. 우리보다 역사가 훨씬 길고 만화 제작 인력도 풍부한 일본만화는 한국 만화시장을 급속하게 잠식했다. 1990년대 말부터는 인터넷 문화가 급속히 확산됐다. 인터넷문화는 일본만화, 한국만화를 가리지 않고 불법 복제 만화가 합법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게 만들었다. 자연스레 한국 만화시장은 고사위기에 빠졌다.
많은 만화인이 직업을 잃었다. 만화시장은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한국 만화시장이 이젠 회생불능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한국 만화가 ‘위기의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몇몇 젊은 만화인들은 웹툰이라는 플랫폼을 선보였다.
웹툰(Webtoon)은 인터넷을 의미하는 ‘웹(Web)’과 만화를 뜻하는 영어 ‘카툰(Cartoon)’의 합성어다. 필자는 2003년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시작한 ‘만화속 세상’이 웹툰의 시초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흘러 2022년 웹툰은 대한민국 효자상품으로 발돋움했다. 만화의 종주국인 미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까지 진출해 전세계 젊은 세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한민국 영화, 드라마, 뮤지컬, 연극의 원천소스를 제공하는 아주 매력적이고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우뚝 섰다.
만화시장이 완전 고사돼 회생불능이라고 비관적인 시각이 팽배할 때 웹툰은 그 위기를 딛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5년 만에 보수를 대표해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간 보수는 전임 대통령이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되는 불행한 일을 겪었다. 두 명의 전임 대통령이 구속당하는 아픔까지 국민에게 안겨줬다.
탄핵 이후 정권은 진보진영으로 넘어갔다. 그 뒤로 치러진 모든 선거에서 보수는 대참패 역사를 되풀이했다. 의회권력 쟁탈전인 총선에선 180 대 100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지방권력을 둘러싼 경쟁인 지방선거에서도 권력 대부분을 진보진영에 내줬다. 보수는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들고 국민 마음을 얻지 못하는 역사 죄인으로 치부됐다.
최근 보수의 역사를 살펴보면 1990년대 말 한국 만화시장과 공통점이 엿보인다. 그들은 회생불능 정치세력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한국 만화시장이 완전히 무너지고, 처참히 붕괴된 뒤 피눈물 나는 자기혁신과 변화를 통해서 웹툰은 성장했다.
보수는 30대 당대표를 영입하고 국민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통해 지난해 치러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거대 집권당을 형성하는 진보세력을 이겼다.
이번 대선에선 역대 최소 표차로 승부가 갈렸다. 5년 만에 보수진영이 정권을 잡게 됐다. 2~3년 전만 해도 보수가 다시 집권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일부 정치인들은 20~30년간 계속해서 진보가 집권할 것이며 집권해야 한다고 공공연한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제 5월이면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게 된다. 바닥을 치고 외면 받으며 고사 일보 직전까지 갔던 보수진영은 구사일생, 기사회생으로 국민 뜻을 받게 됐다. 하지만 그 격차는 상당히 미세했다.
이제 집권하게 된 보수진영에 당부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념과 진영을 떠나 통합하고, 철저한 자기반성과 변혁을 통해 대한민국을 이끌어줬으면 한다. 그래서 웹툰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시 세계 일류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많은 부문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고 있다. 우리 정치도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할 때다. 집권에 성공했다는 것에 만족하면 안 된다. 웹툰이 한국 만화시장과 세계 시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증명해야 한다. 그게 제20대 대선 결과를 바라보는 국민의 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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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연 영화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