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노조 “사측 임의대로” 주장하며 소송 제기…오는 3월 22일 새로운 이사진 구성
포스코는 2017년 4월 임직원들이 직접 출자한 비영리 금융기관 포스코새마을금고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임직원들의 자금지원 채널을 다양화하고 수혜대상과 횟수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었다. 포스코는 당시 “포스코새마을금고를 통해 직원의 금융업무 편의를 증진하는 한편 낮은 예대마진으로 가계자금 안전운용과 재산증식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운영수익 배당과 최대 예적금 3000만 원까지 이자소득세 면제 등 시중은행 대비 다양한 혜택을 회원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새마을금고는 금융협동조합으로 크게 지역금고와 직장금고로 나뉜다. 지역금고는 특정 지역에 거주하거나 소재 회사에 재직하는 사람이 가입할 수 있는 금고이고, 직장금고는 특정 직장에 재직 중인 사람만이 가입할 수 있는 금고다. 포스코새마을금고는 새마을금고법에 근거해 설립된 직장금고에 해당한다.
새마을금고법에 따르면 이사장을 포함한 금고 임원은 해당 금고 회원들의 투표로 선출돼야 한다. 해당 금고에 1좌 이상 출자하면 회원 자격이 주어지며 포스코새마을금고의 회원은 1만 5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도 포스코새마을금고 설립 당시 “회원 모집은 전체 직원의 90% 이상으로부터 설립동의를 받을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포스코새마을금고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1만 5000명이 넘는 회원들의 투표를 거쳐야만 한다.
하지만 포스코 내부에서는 포스코새마을금고가 회원들에게 임원 투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사측 임의대로 임원을 선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포스코지회(포스코 노조)는 지난해 10월 포스코새마을금고를 상대로 ‘임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회원들에게 총회나 선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밀실 선거를 통해 이사진을 구성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간 포스코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윤덕일 포스코 부사장(2017년 12월~2019년 2월), 임승규 포스코기술투자 사장(2019년 2월~2021년 2월), 정경진 포스코 상무(2021년 2월~) 등 포스코의 핵심 임원들이 맡아왔다.
포스코 노조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임원 선거를 직원들에게 알린 바가 없고, 입후보자 관련해서도 새마을금고 게시판에 붙여놨지만 일반 직원이 그 게시판을 보는 경우가 얼마나 있겠느냐”며 “인트라넷이나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알리는 것이 맞으며 과거에도 문제제기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포스코새마을금고 측은 진행 중인 소송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포스코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지난해 제기된 소송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포스코새마을금고는 최근 정경진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이 총사퇴하기로 결정했고, 오는 3월 22일 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할 예정이다. 포스코새마을금고는 이사진의 사퇴와 포스코 노조의 소송은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의 포스코새마을금고 관계자는 “포스코새마을금고의 경우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금고 운영 체계를 위해 유관부서의 주요 직책자 등을 임원 후보로 추대하고 있다”며 “포스코홀딩스로의 전환을 위한 대규모 인사이동에 따라 유관부서 주요 직책자의 보직 변경에 따른 사항이고, 소송과는 무관하다”고 전했다.
포스코 노조 측 인사도 오는 3월 22일 포스코새마을금고 총회에서 이사와 감사에 각각 출마할 계획이다. 포스코 노조는 총회와 투표의 진행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의 포스코 노조 관계자는 “평일 오전 9시에 서울시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선거를 하는데, 포항시나 광양시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투표를 할 수가 없다”며 “온라인 투표를 하거나 무기명 투표를 하더라도 포항이나 광양에서 투표가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포스코새마을금고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포스코새마을금고 신규 임원 선출에 대한 절차 및 방법은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투명하고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새마을금고법과 정관에 따르면 출석총회가 원칙이고, 총회 직접 참석이 전제되지 않는 전자투표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