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적 제시 세 배 이상 차이도…협력사, 보증 수리만 ‘협약’ 일반 수리는 ‘자율’
스포티지 소유주인 A 씨는 주행 중 엔진 경고등이 들어와 급하게 서울 강서구 소재 오토큐(협력사)를 찾았다. 해당 업체 정비사는 배기가스 재순환 액추에이터(EGR) 제어 모터 회로 단선과 제어 회로 작동 범위 성능 이상(고장 코드 P0403, P0404)이라고 진단했다.
A 씨가 수리비 견적을 묻자 정비사는 “50만 원이 들지 80만 원이 들지 뜯어봐야 안다”며 엔진 덮개를 열기 시작했다. A 씨는 정비사를 만류하고 일단 생각해보겠다며 그곳을 나왔다. A 씨는 이튿날 인근 지역의 다른 오토큐를 찾았다. 그곳에서는 “카본이 매니폴드에 끼어서 그렇다 청소까지 하면 100만 원 정도 든다. 빨리 청소해야 한다. 내버려 두면 엔진까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A 씨가 다른 곳에선 80만 원을 불렀다고 하자 정비사는 “부품을 가져오는 비용이 있다. 부품 운영비라고 하는데 현대모비스에서 사 오는 비용, 보관 비용 등이 추가된다”고 했다. 또 다른 오토큐에서는 “기아에서 주는 부품이나 공임 단가에 자체적으로 10~30%까지 마진을 붙일 수 있다. 그래서 비용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했다.
A 씨는 마지막으로 기아차 직영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직영센터의 진단은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제어 회로 이상(고장 코드 P0404)으로 나왔고 센터 정비사는 13만 원 정도의 견적을 제시했다. A 씨는 수리를 진행했고 모든 정비가 끝난 후 총비용(부품+공임)은 12만 3000원이 나왔다.
기아 오토큐는 기아자동차의 공식 서비스 브랜드다. 전국 18개 직영센터와 800여 협력사로 구성돼 있다. 즉 직접 운영하는 곳은 18개소, 나머지는 가맹비를 받고 간판을 걸어준 가맹점인 셈이다.
직영센터가 18개에 불과하다 보니 정비를 받는 데 최소 1~2주 이상 걸린다. 서울에 4곳, 경기도 전체에서 2곳, 광역시급에도 직영센터는 1곳 정도다. 그러다 보니 직영센터에서 정비를 받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도 일선 공업사들의 바가지요금이나 과잉 정비에 질린 소비자들은 기다리더라도 직영센터에서 정비하는 걸 선호한다.
직영센터의 대안으로 자리 잡은 것이 바로 오토큐(협력사)다. 전국 800여 오토큐들이 기아차와 계약을 맺고 지역마다 자리해 있다. 이곳에선 대부분 당일 정비가 가능하다.
오토큐는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게 붉은 간판에 기아 로고가 박혀있다. 고객들이 오토큐를 찾는 주된 원인 중 하나가 이 기아 로고다. 기아차가 관리하는 곳이라는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로고를 보고 기아의 모토처럼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품는다.
하지만 이런 믿음이 늘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보증 수리 기간이 지나면 더 그렇다. 일반적으로 보증기간이 지나면 일반 수리로 진행되는데 취재 결과 기아차와 오토큐 협력사는 보증 수리 관련해서만 협약을 맺고, 일반 수리의 경우는 각 대리점의 자율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보증기간이 끝난 차량의 정비 비용은 얼마를 받아도 기아차가 관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일반 수리를 받을 땐 기아의 관리에서 벗어나 사실상 일선 공업사와 큰 차이가 없는 셈인데 오토큐를 찾는 고객들 상당수가 이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수리 시에도 동일하게 기아의 서비스와 기아가 정한 요금을 받는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아차 관계자는 3월 15일 “직영센터는 어디든 비용이 동일하지만 오토큐는 다를 수밖에 없다. 보증 수리와 관련해서만 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하지만 부품 운영비나, 마진 30% 같은 건 금시초문이다. 협력사에서 자율적으로 정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협력사마다 제각각인 수리비에 기아차가 개입할 수 없느냐고 묻자 그는 “협력사에 수리 단가를 강제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 손을 쓸 수 없다. 협력사는 사실상 개인사업자들이라 공임도 지역 협회 같은 곳에서 정한 것을 따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과잉 정비가 확인되면 고객에게 보상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선 오토큐에서는 자신들과 기아의 관계를 강조하는 일이 잦다. 한 정비사는 “부품도 (현대)모비스에서 받아쓰고 공임도 직영하고 똑같다. 기아 지시대로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구두로 제시한 견적은 직영센터보다 50만 원 이상 많았다.
업계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오토큐의 과잉 정비는 불가피한 부분도 있다. 고장 부위만 수리하면 마진을 남기기 어렵다. 기아에 내는 가맹비가 한 달에 적게는 50만~60만 원부터 100만 원에 달하는 데 마진을 남기려다 보니 추가로 다른 부분까지 정비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