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매장 가본 적 없는 취준생…“허위 글 작성” 사과에도 품질 논란 지속
지난 2월 22일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아웃백 갤러리에 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BHC가 지난해 11월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를 인수한 후 비용 절감에 나섰다는 내용이었다. 직접 만들어 사용하던 홈메이드 소스 등을 완제품으로 바꾸고, 대표 사이드 메뉴 중 하나인 오지 치즈도 없앨 예정이며, 생과일을 사용한 주스가 없어질 것이고, 그릴에서 굽는 베이비 백립도 공장에서 완제품을 받아 전자레인지에 돌려 나가자는 얘기가 나왔다는 것.
작성자는 메뉴 개발 셰프가 BHC와 마찰로 퇴사했다는 이야기와 “핫플레이트가 없어지는 건, 고기 구울 줄도 모르는 BHC 이사 생각”이라는 말까지 하며 자신이 아웃백 내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듯한 글을 남겼다. 해당 글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와 트위터 등 SNS에 일파만파 퍼졌다.
해당 글을 올라온 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말 투움바 파스타의 새우가 칵테일 새우로 작아진 것 같다”, “기브미파이브(대표 사이드 메뉴)의 오지 치즈 후라이즈가 치즈 스틱으로 바뀌었다”, “런치 타임이 기존 17시에서 15시까지로 2시간이나 줄었다”는 글이 올라오며 BHC를 비난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비난이 들끓자 BHC그룹은 3월 16일 아웃백을 인수한 뒤 메뉴 재료와 레시피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투움바 파스타 새우가 칵테일 새우로 바뀌었다는 내용, 베이비 백립 제조 방식이 전자레인지로 변경됐다는 내용은 악의적인 허위사실이며 앞으로도 재료를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다만 “기브미파이브에 나오던 오지 치즈 후라이즈가 치즈스틱으로 변경된 것은 최근 세계적으로 감자 수급이 어려워져 임시로 치즈스틱을 제공하고 있으며 오지 치즈 후라이즈보다 치즈스틱의 원가가 높아 온라인에 유포된 원가 절감이라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BHC그룹은 런치 세트 운영 시간 변경도 아웃백 직원들이 업무 과중을 호소해 시행됐고 생과일 에이드의 경우도 자칫 고객에게 해가 되는 미생물 검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살균 공정을 거친 음료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아웃백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악의적인 루머에 철저하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HC의 입장이 나오자 원 글의 작성자는 17일 자신의 글이 허위였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가족들과 아웃백을 가려고 검색하다가 BHC가 아웃백을 인수한 뒤 달라졌다는 블로그 글을 읽었고, 우발적으로 아웃백이 변했다는 글을 올린 것이라고 했다. 작성자는 잘못된 사실을 적어 피해를 줬다며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글을 마쳤다.
아웃백 직원 사칭과 해당 인물의 주장이 상당 부분 허위로 밝혀졌음에도 BHC에 대한 여론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다수의 커뮤니티에선 런치 타임의 축소 등 일부 내용은 사실이 아니냐며 따져 물었다.
현재 아웃백은 감자 수급을 이유로 기브미파이브에 오지 치즈 후라이즈 대신 치즈스틱을 제공하고 있지만 별도로 오지 치즈 후라이즈를 주문하면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급 문제라더니 왜 따로 주문하면 파는 거냐”는 지적이 나온다.
치즈스틱의 원가가 오지 치즈 후라이즈보다 더 비싸다는 해명에도 “감자를 튀겨 체더치즈, 잭치즈를 녹인 후 베이컨을 뿌려 나오는 오지 치즈 후라이즈보다 손가락만 한 치즈스틱 5개의 원가가 더 높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반박이 나오며 BHC의 해명을 믿지 못하겠다는 얘기도 들린다. 결국 고객과의 신뢰 회복이 관건이라는 해석이다.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음에도 BHC 측은 아직 작성자에 대한 처분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한 작성자와 일반 고객을 한데 묶어 법적 대응에 나서면 기업 이미지가 나빠진다, 고객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막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내부 직원을 사칭하고 공연히 허위 사실을 유포해 영업방해, 기업 가치를 떨어뜨린 일을 어떻게 일반 고객 의견과 동등하게 볼 수 있나”라며 “만약 유야무야 넘어가면 이런 일은 몇 번이고 재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BHC그룹 관계자는 23일 통화에서 “(법적 대응에 대해) 아직 내부적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