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플랫폼 강화부터 비대면 판매까지…기존 업체들 점유율 선점 심혈
중기부는 지난 17일 중고자동차판매업 관련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고차 매매업종 ‘미지정’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2019년 2월 중고차 매매업에 대한 보호 기간이 만료된 후 3년 만에 결론이 난 것.
국내 완성차 제조업체들은 줄줄이 시장 진출을 예고한 상태다. 현대차의 경우 중기부 발표와 별개로 지난 7일 중고차 사업 방향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5년, 10만km 이내의 자사 중고차를 대상으로 성능 검사와 수리를 거친 후 품질을 인증해 판매하는 ‘인증 중고차’를 시장에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대차는 다양한 출처의 중고차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한 후 종합해서 보여주는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을 구축한다. 이어 중고차를 매각하려는 자를 위해 적정 가격을 투명하게 산정하는 ‘내차 시세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며, 신차 구매시 할인을 제공하는 보상 판매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다만 현대차는 2022년 시장점유율 2.5%를 시작으로 2023년 3.6%, 2024년 5.1%까지 시장점유율을 자체적으로 제한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사업조정제도’라는 제도적 걸림돌이 남아 있어 자체 점유율 제한은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기존업체들 경쟁력 강화 전략은?
이미 중고차 사업을 운영 중인 업체들은 현 시기가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로 판단하고 있다. 기존 업체들은 자사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통해 점유율을 늘려나가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케이카는 이커머스 플랫폼에 강점이 있다. 케이카가 2019년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판매한 중고차는 2만 2554대로 케이카의 전체 중고차 판매 대수의 21.8%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4만 8655대를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판매했다. 비중은 35.2%로 증가했다. 중고차 시장 점유율도 2019년 4.0%에서 지난해 5.2%까지 늘었다.
올해는 지난해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신규 지점 및 제2 경매장을 개설하고 관련 재고자산 확보에 투자할 예정이다. 또 IT 인프라 투자를 통해 현재보다 4배 이상 많은 트래픽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구축할 계획이다. 케이카 관계자는 “이커머스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을 동시에 강화해 서비스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렌탈도 지난 18일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한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롯데렌탈은 이미 중고차 경매장 '롯데오토옥션'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오토옥션은 1회 1500대의 경매가 가능하다. 경매장을 통해 연간 중고차 약 5만 대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고차 판매로 647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렌탈은 B2C 플랫폼 진출로 오는 2025년까지 중고차 전체 시장점유율의 10%를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김현수 롯데렌탈 사장은 "중고차 B2C 플랫폼 진출을 포함해 이동 관련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KB캐피탈은 자사 중고차 매매 플랫폼인 KB차차차를 금융서비스와 연계해 차별화를 꾀한다. 지난 7일 자동차에 특화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인 KB차차차 ‘차테크’를 출시했다. KB차차차의 자동차 빅데이터와 소비자의 금융정보, 차량 정보를 결합해 금융자산을 통합 관리하고 자동차 구매·판매 계획부터 대출 한도 조회까지 중고차 구매에 특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B캐피탈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 참전이 가능하게 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각 기업은 차별화된 서비스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기 위해 노력할 테다. 소비자들은 더 좋다고 생각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이러한 선순환 작용을 통해 결국 중고차 시장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쏘카의 중고차 시장 재진출도 업계의 관심사다. 쏘카는 2020년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캐스팅’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자사 차량 물량만 판매했음에도 반응이 좋았다. 쏘카는 이후 중고차 시장 진출을 검토했으나 중고차 매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논의가 미뤄지면서 캐스팅 서비스를 종료하고 중고차 시장 진출을 잠정 중단했다.
쏘카는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중고차 시장 재진출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최근 인수한 일레클, 모두의 주차장 등 타 모빌리티 서비스와 연계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또 IPO(기업공개)도 앞두고 있어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다만 쏘카가 캐스팅으로 중고차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엿본 만큼 당면 과제들을 해결한 후 참전을 선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카몬스터·첫차·헤이딜러
스타트업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몇몇 업체들은 시장 내에 존재했던 불편함을 해소하는 서비스들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카몬스터의 경우 차주가 중고차 판매 시 차량 진단을 위해 평가사를 직접 만나야 하는 불편함을 없앤 서비스를 내놨다. 중고차 거래 서비스인 ‘카몬’은 소비자가 제휴 정비소를 찾아 차를 맡기기만 하면 차량 판매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전문 정비사가 차량 상태와 성능을 진단한 보고서를 경매장에 넘기면 딜러가 이를 바탕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카몬은 현재 전국 900여 곳의 정비소와 제휴했으며, 올해 말까지 제휴 정비소 규모를 2000여 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스타트업 미스터픽이 출시한 ‘첫차’는 빅데이터 기술로 허위 매물을 잡아내고 100% 실매물만 보여주는 투명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고차 시장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허위 매물이 꼽히는데 일반 소비자들에게 첫차가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첫차는 현재 누적 다운로드 누적 다운로드 450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피알앤디컴퍼니가 운영하는 내차 팔기 서비스 헤이딜러는 ‘부당감가 보상제’와 ‘AI 차량 이미지 인식 기술’을 강점으로 두고 있다. 부당감가 보상제는 딜러와 소비자 간 거래 명세를 검토해 부당한 감가가 발견되면 소비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헤이딜러에 따르면 월평균 1억 원 이상 금액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고 있다.
비대면 판매 서비스인 ‘헤이딜러 제로(Zero)’는 중고차가 판매되는 전 과정을 헤이딜러가 비대면으로 진행해주는 형식이다. 이때 소비자들의 경매 승인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것이 AI 차량 이미지 인식 기술이다. AI 차량 이미지 인식 기술이 차 외관의 촬영 각도, 번호판, 계기판, 스크래치 등을 자동으로 판독해 순서를 변경하고, 잘못 촬영된 사진은 자동으로 제외한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박진우 헤이딜러 대표는 “AI 차량 이미지 인식 기술 도입은 중고차 업계 최초다. 헤이딜러의 AI는 베타 테스트 기간에 52만 장의 차량 사진을 판독했다”며 ”앞으로 AI 차량 이미지 인식 기술 고도화와 더불어 고객의 중고차 거래 경험을 혁신하기 위한 신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