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비율 줄이고 정의선 회장 지분가치 상승 효과…업계, 중개업 넘어 매매업까지 뛰어들 가능성 우려
현대글로비스가 지난 20일 중고차 거래 통합 플랫폼 오토벨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현대글로비스는 이 서비스를 통해 중고차 매매업체에 판로를 공급하고 상생을 이뤄내겠다고 설명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분류됐던 중고차 매매업에 진출하는 데 부정적인 시각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분류됐다가 2019년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적합하다는 판단이 다시 내려지면서 대기업들의 중고차 시장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중고차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의 오토벨 출시로 중고차 매매업자들에게 플랫폼을 이용하는 광고비용 등이 부담될 것 같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중고차 매매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고차 매매 플랫폼에 지출하는 광고비용이 이익의 10% 이상을 웃돌고 있다.
더 큰 우려는 현대차가 오토벨을 통해 중고차 중개업에 그치지 않고 매매업까지 직접 뛰어들 가능성이다. 소규모 중고차 매매업체들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경쟁자가 등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 입장에서 중고차 매매업 진출은 일종의 ‘꽃놀이패’로 평가받는다. 일단 시장 규모가 매력적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반(Frost&Sullivan)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39조 원이다. 현대글로비스의 매출액이 12조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차세대 먹을거리 사업으로 삼기에 좋다. 자동차 완성차 업계 1위인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한 제반 시설이 이미 충분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외연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최대주주인 정의선 회장의 지분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의 수익을 예측하긴 어렵다”면서도 “중고차 시장 규모가 현재 40조 원에 달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현대글로비스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할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은 효과도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최대주주 정의선 회장 이익을 위한 일감몰아주기 수혜 기업으로 지목돼 왔다. 2020년 기준 현대글로비스의 별도기준 매출액 12조 9099억 원 가운데 9조 866억 원이 내부거래다. 내부거래율은 70.3% 수준이다.
그동안 현대글로비스는 공정위가 지정하는 사익 편취 규제 대상 기업 기준을 정 회장의 지분율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피해왔다. 현재 정의선 회장이 가지고 있는 지분은 전체 지분의 19.99% 수준이다. 기존 공정거래법상 사익 편취 규제 대상 총수일가 지분율이 상장사의 경우 ‘30% 이상’이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20% 이상’으로 하향 조정된 이후 정 회장은 지분율을 기존 23.29%에서 19.99%로 낮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여전히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율이 높다는 비판이 제기되는데, 중고차 매매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수록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이 같은 비판을 완화할 수도 있다.
부담스러운 것도 분명하다. 완성차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현대글로비스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이 정의선 회장의 지분 가치 끌어올리기 아니냐는 비판도 불가피하다. 중고차업계 다른 관계자는 “경매 중개업을 영위하는 플랫폼이 시장에 직접 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런 움직임을 보인다면 법률적인 검토를 거쳐 단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중고차매매업 시장 진출에 대해 아직 선을 긋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중고차 매매업을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