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전 회장 매형이라서?” 의심 눈초리…태광산업 “역할 따른 것일 뿐” 선 긋기
지난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이 따르면 허승조 태광산업 고문은 지난해 보수로 7억 5000만 원을 챙겼다. 허승조 고문이 받은 액수는 전체 임원진 중 가장 많다.
태광산업의 등기임원은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 총 5명이다. 이들이 챙긴 보수 총액은 12억 9600만 원이다. 1인 평균 보수액은 2억 5900만 원 수준. 미등기 임원을 포함해 5억 원이 넘는 보수를 챙긴 임원은 없었다.
이러한 배경 탓에 허승조 고문의 보수가 과다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일부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고문은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자문을 해주는 역할에 한정된다. 특히 허승조 고문이 이호진 전 회장의 매형이라 뒷말이 나온다. GS그룹 오너 일가인 허승조 고문은 이호진 전 회장의 누나인 이경훈 씨와 결혼하면서 태광과 인연을 맺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고문이 경영진보다 보수를 많이 챙기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태광산업처럼 회사 오너의 친인척을 고문으로 앉힌 데다 경영진보다 높은 보수를 챙겨주면 뒷말이 나올 텐데,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허승조 고문이 회사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점을 감안해 보수가 지급되고 있다”며 “이호진 전 회장과 관계 때문에 보수가 책정되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1950년생인 허승조 고문은 GS그룹의 2세 경영인으로 분류된다. 3세 경영 시대로 넘어가면서 허승조 고문의 GS그룹 내 존재감은 낮아지고 있다. GS리테일을 이끌던 허승조 고문은 2015년 대표이사직을 허연수 부회장에게 넘겨줬다. 2020년까지 GS리테일 미등기 임원으로 급여를 받았지만 지난해부터는 임원에서도 물러났다.
허 고문이 가지고 있는 지주사 GS의 지분 2.15%은 그룹 내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없다. 이는 3세 경영인 허창수 GS 전 회장(4.75%), 허용수 GS에너지 대표(5.26%)의 지분율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그의 두 딸인 허지안·민경 씨의 지분율도 0.27%, 0.25% 수준에 그쳐 이를 합산해도 3%를 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허승조 고문 일가는 GS그룹이 아닌 태광그룹을 통해서 존재감을 넓혀왔다. 허승조 고문은 2017년부터 태광그룹의 일주세화학원·일주학술문화재단·세화예술문화재단, 3개 재단이사장과 태광산업 고문으로 있다. 허지안·민경 씨가 각각 50%씩 지분을 가지고 있는 빌딩관리업체 프로케어는 지난해 134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115억 원을 태광그룹 계열사 티시스를 대상으로 올렸다. 허승조 고문과 처남인 이호진 전 회장의 관계가 의심의 눈초리를 받은 이유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태광이) 일감몰아주기로 곤욕을 치른 바 있는데 친인척에게 일감을 몰아줄 수 있겠나”라며 “프로케어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업체를 선정한 것으로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태광산업 내부에서는 이호진 전 회장이 존재가 간접적으로 부각되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이호진 전 회장은 1400억 원대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돼 지난해 11월 만기 출소했다. 이호진 전 회장은 취업제한 규정 때문에 현재 경영 복귀가 어려운 상황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위반으로 5억 원 이상의 횡령·배임 등을 저지른 경제사범이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 형 집행이 종료된 날부터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태광산업은 오는 25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사내이사로 조진환·정철현 사내이사를 선임하고 각자 대표를 맡길 방침이다. 기존 정찬식·박재용 각자대표는 각각 임기가 내년 4월과 3월로 1년 가까이 남았지만 회사를 떠나게 됐다.
그동안 태광산업은 이호진 전 회장이 구속 수감된 이후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외부인사를 영입했다. 정찬식 대표는 LG화학 출신이고, 박재용 대표는 효성그룹 출신이다. 하지만 새로 선임되는 조진환·정철현 대표이사는 태광 출신이다. 특히 그룹의 쇄신을 위해 정도위원회를 이끌던 임수빈 사장이 태광산업을 퇴사하면서 다시 이호진 전 회장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태광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이호진 전 회장을 감안한 인사로 보인다”며 “차라리 허승조 고문이 회사의 중심을 잡아주던 때가 지배구조가 투명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임수빈 전 사장은 임기 만료고 기존 대표이사가 임기를 채우지 못 하고 교체된 것은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회사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