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사업 확장 제동…기업가치 하향 조정 속 믿을 건 대리운전뿐?
#국감 세 차례나 나온 김범수 의장
지난 11월 4일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3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코로나19로 인한 거리 두기 영향으로 3% 성장에 그쳤다”면서도 “이용자 유입이 꾸준히 이뤄지며 카카오T 플랫폼 이용자 수가 약 3000만 명까지 확대됐고, 카카오T블루(가맹택시)는 3만 대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카카오T블루가 1만 6000대였던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3분기 만에 2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차량 관제 기술, 재무·회계 시스템 등의 인프라를 제공하는 명목으로 카카오T블루에 가입한 법인·개인택시의 수익 20%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실제 지난해 카카오T블루 운영사 KM솔루션은 가맹택시 확대에 힘입어 매출이 전년보다 약 38배 늘어난 141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11억 원 적자에서 24억 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카카오T 가입 기사 수는 22만 명. 전국 택시기사의 약 92.8%가 카카오T에 가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업 모델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 8월 카카오모빌리티가 스마트호출 요금을 기존 1000원(심야 2000원)에서 수요에 따라 최대 5000원으로 변경한 것이 단초가 됐다. 택시업계는 사실상 요금 인상이라며 반발했고,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한 수익화 움직임에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뒤늦게 요금 인상 계획을 철회했지만, 이를 계기로 정치권을 중심으로 플랫폼 규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다는 것이 규제의 배경이다. 사업 축소와 더불어 신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스마트 호출 전면 폐지 △택시기사 대상 프로멤버십 요금 인하 △기업대상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서비스 사업 철수 등을 담은 상생안을 발표했다. 전화콜 대리운전 업체 2곳의 인수까지 철회했다.
독과점 문제와 과다한 수수료,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은 올해 국정감사장에 세 차례나 출석해 고개를 숙였다. 김 의장은 골목상권을 침해하지 않고 과도한 수수료는 지양하면서 소상공인과의 상생구조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10월 2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 본사를 현장 조사하며 콜 몰아주기 관련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과 비가맹 택시를 구분해 가맹 택시에 배차를 몰아주는 방향으로 알고리즘을 조정한 것인지가 관건이다. 앞서 지난해 택시단체들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 가맹 택시에 콜을 몰아주는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다고 공정위에 신고서를 냈다.
이와 관련, 10월 8일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배차 로직상 가맹과 비가맹 택시를 구별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약속한 IPO 기한은 다가오는데…
카카오를 향한 정치권의 규제로 인해 카카오모빌리티 IPO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8월 23일 카카오모빌리티는 NH투자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대신증권 등 국내외 주요 증권사 10여 곳에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지만, 지난 9월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미루겠다고 증권사들에 통보했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분투자에 참여한 재무적투자자(FI)와 약속한 상장 기한인 2022년이 다가오고 있다. 잠정 연기된 상장 절차를 곧 속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외 전략적투자자(SI)와 FI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연이어 유치했다. 현재 누적 투자금은 약 1조 464억 원에 이른다. 2017년 글로벌 투자사 TPG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 원을 투자받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 2월 칼라일그룹으로부터 2200억 원, 3월 구글로부터 565억 원, 6월 TPG컨소시엄과 칼라일로부터 각각 1307억 원, 92억 원, 7월 LG그룹과 GS그룹으로부터 각각 1000억 원, 300억 원을 투자받았다.
대규모 투자로 인해 최대주주인 카카오의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율은 지난해 말 69.21%에서 올해 8월 기준 59.03%까지 줄어들었다. 그 뒤로 △TPG 컨소시엄 29.6% △칼라일 6.3% △LG 2.5% △구글 1.6% △GS 0.8% △기타 0.7% 등 순이다.
이런 가운데 증권사들은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를 연이어 하향 조정하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적정 기업 가치를 6조 8000억 원에서 4조 6000억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4조 7000억 원에서 30% 줄어든 3조 3000억 원으로 내려갈 것이라 전망했다. 한화투자증권도 4조 1000억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모빌리티 등 핵심 신사업의 수익 모델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여러 차례 카카오모빌리티 등 일부 서비스의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강조해왔고, 카카오 또한 이를 수긍함에 따라 핵심 사업의 수수료율이 낮아질 리스크가 있다”고 내다봤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모빌리티 등 여러 플랫폼 사업 범위와 확장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기업가치 하향요인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경쟁사는 택시 호출 중개 시장을 탈환하고자 움직이고 있다. SK텔레콤의 자회사 티맵모빌리티는 세계적인 차량 공유업체 우버와 손잡고 합작법인 우티를 설립했다. 우티는 12월 1일부터 티맵택시와 우버 앱을 통합해 하나의 우티 앱으로 서비스한다. 연내 가맹택시를 1만 대까지 확장하고 오는 2022년에는 1만 대 이상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익 모델 증명은 상장에 앞서 카카오모빌리티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미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흑자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상장 전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연결 회사를 제외한 카카오모빌리티의 2020년 별도 매출은 2112억 원, 영업손실은 141억 원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전화콜 대리운전 사업을 전면 철수하지 않는 것도 수익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4년간(2017~2020년)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별 매출 비중은 택시보다 대리운전 사업이 더 컸다. 지난해 기준 시장 80%를 장악한 택시 호출 사업보다 10%대 점유율의 대리운전 사업에서 더 많은 매출을 낸 셈이다. 삼성증권은 “카카오 대리운전은 점유율을 확대하며 지속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분석했다.
올해는 합종연횡을 통해 대리운전 사업에서 더 큰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월 카카오모빌리티 콜센터 운영 자회사 CMNP가 전화콜 시장 1위 사업자인 ‘1577 대리운전’ 운영 업체인 코리아드라이브와 손잡고 케이드라이브를 설립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점유율은 10%대에서 40%대까지 올라왔다. IPO를 앞둔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선 대리운전 사업에서 손을 떼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IPO 잠정 연기된 이후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