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달 예비후보 불참 선언하면서 삐걱…‘선출인단 명단’ 놓고는 공정성 시비 일어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뒤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것은 2010년부터다. 교육감 선거의 경우 투표용지에 소속정당이 표시되지 않는다. 정치인이 아닌 교육자치 수장을 뽑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펼쳐진 세 차례 선거 결과는 일방적이었다. 진보 성향 후보가 서울시교육감 타이틀을 싹쓸이했다. 2010년엔 곽노현 후보가 서울시교육감 당선증을 손에 넣었고, 2014년과 2018년엔 현직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선거에서 승리했다. 세 차례 승부에서 특정 후보가 과반 득표율을 기록한 경우는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진보 후보와 정책상 대립구도에 서 있는 보수 후보가 난립한 까닭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선 진보 진영은 곽노현 단일체제로 선거를 치렀다. 그러나 보수 진영은 후보만 6명이었다. 2014년에도 양상은 비슷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단일 진보 후보로 나선 가운데, 보수 후보 3명이 출마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선 중도·보수 진영이 단일화를 추진하며 반전을 노렸다. 박선영 후보를 중심으로 보수 단일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중도 성향 조영달 후보와 단일화가 최종적으로 합의되지 못했다. 선거는 3자 구도로 치러졌다. 중도·보수 성향 표심이 갈리면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재선에 성공했다. 이 결과를 두고 교육계에선 “중도·보수 단일화 실패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재선 발판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2022년에도 역사는 되풀이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도·보수 단일화가 난항에 부딪히면서다. 당초 중도·보수 진영 후보들은 3월 30일 단일화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두 차례 공개토론을 치른 뒤 여론조사 60%, 선출인단 투표결과 4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단일 후보를 선정한다는 계획이었다.
40% 비중을 차지하는 선출인단은 각 예비후보가 명단을 수집해 접수하는 방식이다. 예비후보들이 어느 정도 조직력을 동원하느냐가 단일화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방식에 후보들이 합의한 뒤 협약식까지 개최한 배경에는 예비후보 저마다 자신의 조직력에 자신이 있었던 까닭”이라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조직력 격차가 눈으로 확인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선출인단을 모집한 후보들 사이에선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중도·보수 진영에 출사표를 던진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2018년 2위로 낙선한 박선영 21세기교육포럼 대표, 3위였던 조영달 서울대 사범대 교수, 이대영 전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 조전혁 서울시 혁신공정교육위원장, 최명복 전 서울시교육의원이 예비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2월 2일 단일화 방식에 합의하는 협약식에 참석해 결의를 다졌다.
서울시교육감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가 가시화되자 교육계와 정치권에선 ‘이번엔 다를 것’이란 인식이 퍼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번에도 똑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시 중도·보수 진영은 분열 일보 직전에 서 있기 때문이다.
조영달 예비후보는 3월 14일 1차 공개토론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조영달 예비후보는 3월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수도권 교육감 후보 단일화 추진협의회(교추협)가 공정성과 투명성, 신뢰성에 답변하지 않고 있다”면서 “단일화 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교육계에 따르면 조영달 예비후보는 교추협이 2018년 박선영 후보 선거운동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교추협에 따르면 조영달 예비후보 측에서 최종 불참 의사를 담은 공문을 전달한 뒤 단일화에 필요한 선출인단 모집 명단을 접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 성향 조영달 예비후보가 사실상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는 모양새다.
3월 21일 박선영 예비후보는 성명을 통해 “대선에서 투표결과를 보면 단일화를 해도 승리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 오욕을 앞세워 백년지대계인 교육의 미래 정상화 기회를 망치고 있다”면서 조영달 예비후보를 향해 “단일화 과정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3월 22일 박선영 예비후보는 여론조사 60%, 선출인단 투표 40% 방식 대신 여론조사 100% 방식으로 서울시교육감 중도·보수 단일 후보를 선출할 것을 교추협에 제안했다. 선출인단 명단 공정성을 믿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박 예비후보는 3월 17일 특정 후보가 출연했던 유튜브 방송을 그 원인으로 집었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 출연한 조전혁 예비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예비후보 측 주장에 따르면 당시 방송 관리자, 일반 시청자들이 ‘서울시 거주민이 아니어도 주소를 서울로 기재해서 등록하라’는 내용 메시지를 다수 게시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박 예비후보는 “해당 관리자 등의 메시지를 보고 서울시 거주민이 아닌 사람들이 주소를 서울시로 기재해 (선출인단 등록을) 신청했다는 채팅이 수차례 올라왔지만, 방송 관리자나 해당 후보가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예비후보는 “국민께 약속한 3월까지의 단일화까지 선출인단 시스템을 보완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할 것”이라면서 “여론조사 100% 방식으로 단일화하자”고 제안했다.
교추협은 3월 22일 저녁 보도자료를 통해 박선영, 이대영, 조전혁, 최명복 예비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당초 계획대로 여론조사 60%, 선출인단 40% 방식으로 단일후보를 뽑는 것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최종 선출인단은 28만 3367명이라고 교추협은 전했다. 조영달 예비후보 측은 교추협 주체 중도·보수 단일화 재합류에 선을 그었다.
3월 23일 박선영 예비후보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여론조사 100%만이 현재로서는 최고의 선택이자 마지막 남은 길”이라고 했다. 22일 기존 단일화 방식을 유지하는 것에 후보들이 합의했다는 발표와 정면배치되는 발언이었다.
교육계와 보수 진영 정치권에선 다시 한 번 서울시교육감 선거 중도·보수 단일화 성사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대선에서 ‘야권 단일화’ 모델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일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는 그림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그런 모델이 국민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교육감 선거에서 표심을 결집하는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라고 바라봤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