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취임 직후 선거 인천·경기 반전 모색…민주당, 대선 초박빙 석패 이재명 역할론 기대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승리했다. 국회에선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거대정당으로 군림하고 있다. 3월 9일을 기점으로 거대양당은 핵심 정치권력을 나눠 갖게 됐다. 문재인 정부 임기 중·후반에 걸쳐 민주당에 힘이 실려 있던 권력 무게추가 평행을 맞춘 셈이다. 결국 지방권력 쟁탈전에서 승리한 쪽이 5월 출범 예정인 윤석열 정부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함께 펼쳐진 건 2002년 이후 처음이다. 김대중 정부 임기 말이었던 2002년 6월 13일 펼쳐진 지방선거에선 제1야당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한나라당은 당시 과반에 조금 못 미치는 국회 최다 의석을 가진 정당이었다. 광역단체장 선거구 16곳 중 한나라당은 서울·경기·인천을 비롯해 영남, 충북·대전, 강원 등 11개 선거구를 휩쓸었다. 대선을 앞두고 펼쳐진 지방선거에서 정권교체론이 힘을 얻은 계기가 됐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2002년 12월 19일 펼쳐진 제16대 대선에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꺾으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승부는 57만 980표 차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전 지지율 열세를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와 극적 단일화를 통해 극복했다. 결국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쪽으로 무게추가 쏠렸던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지역과 충청 지역 표심이 노무현 전 대통령 쪽으로 돌아섰다.
2022년은 20년 만에 대선과 지방선거가 함께 펼쳐지는 해다. 20년 전과 다른 점이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 순서가 바뀌었다. 2002년 지방선거가 ‘대선 예비전’ 양상을 띠었다면, 2022년 지방선거는 대선 이후 정국 주도권 다툼 주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선에서 지역별로 나타난 표심을 뒤집느냐 지키느냐에 따라 각 지역별 승부가 요동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5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국민의힘은 ‘허니문 효과’를 기대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임기 초반에 펼쳐지는 선거인 만큼 지방선거에서 새 대통령 취임 후광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5월 10일 취임하면, 거의 곧바로 지방선거 선거운동 기간이 이어진다”면서 “새로운 정부에 힘을 실어주자는 표심이 나타난다면, 대선에서 열세를 보였던 선거구에서도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에서 서울과 영남, 충북·충남·대전, 강원에서 우위를 점했다.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에선 5%포인트(p) 내외 열세를 보였다. 세종·제주에선 10%p 내외 열세를 보였다. 호남에서는 이재명 후보 지지세가 압도적이었다. 윤석열 선대위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허니문 효과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날 수 있는 지역은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이라면서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지역 민심에 변화가 생긴다면 윤석열 정부가 임기 초반 정국 운영 주도권을 쥐는 데 큰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효과가 지방선거에서 본격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18년 지방선거에선 탄핵정국 후폭풍과 문재인 정부 허니문효과, 그리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 갈라진 보수 표심이 보수 진영 참패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번 선거에선 윤석열 정부 허니문 효과와 야권 합당 이슈가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2018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정반대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좋은 신호로 보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20대 대선 막판 일어났던 강력한 지지층 결집에 희망을 건다. 헌정 사상 유례없는 24만 표 차 초박빙 석패에 따라 민주당 지지층이 지방선거에서 결집할 명분이 생겼다는 내용이다. 이재명 선대위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1표의 소중함과 가치를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는 선거였다”면서 “이번 대선에서 한 끗 차이로 패배한 것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층 결집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선에서 겪은 통한의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동기부여가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킨다면 지방선거 결과는 전혀 다를 수 있다”면서 “통상 지방선거 투표율이 대선 투표율보다 낮은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 지지층 결집이 강하게 일어날 경우 서울과 충청, PK(부산·울산·경남) 등 승부처에서 치열한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민주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당원으로 가입하는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그 이면엔 근소한 표 차이로 패배한 것에 대한 지지층의 아쉬움이 담겨 있다고 본다”면서 “특히 2030 여성 정치 관심도가 대선 투표율을 통해 증명이 된 만큼, 이번 지방선거에선 얼마든지 승부 향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려면 윤석열 정부 초창기 인사 정국에서 변수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 초기 각종 국무위원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민주당 견제 강도가 세질 경우 ‘새로운 정부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내부에서 ‘견제는 하되 무리하지 말자’는 전략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도 변수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지지층 결집이 어느 정도 규모로 이뤄질지 판명날 것”이라면서 “민주당이 기존 스타일을 탈피해 쇄신하려면 이 후보 역할이 필요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했다.
주요 광역단체장 선거에선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전략 대결도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대선 이후 세 달도 안 돼 치러지는 선거”라면서 “기존 선거보다 전략공천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선 초박빙 양상을 봤을 때 지방선거에서도 맞대결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여러 변수가 도출될 수 있다”면서 “거대양당이 각자의 정치 지형을 어떻게 활용해 전략을 구사하는지가 승부의 백미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광역·기초단체장 선거 기획을 여러 차례 경험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방선거는 대선과 함께 펼쳐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와 조금 더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다”면서 “광역단위 표심이 아닌 동네 표심이 승부를 좌우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했다. 그는 “대선은 윤석열 대 이재명 비호감도 대립 양상을 보였는데, 지방선거 특성은 다르다”면서 “지방선거에선 정당지지도를 높이고 지역 맞춤형 공약을 통해 중도층을 흡수하는 것이 승리 방정식이다. 대선 지역별 표심과 약간 다른 판도가 구현될 수 있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