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쿠팡이츠 수수료 개편하고 프로모션 중단…요기요 인수한 GS리테일 하반기 참전이 변수
#수수료 체계 개편, 프로모션 중단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단건배달(배달원 1명이 주문 1건 처리) 서비스인 ‘배민1’의 프로모션을 지난 3월 22일 종료했다. 서울, 경기, 인천 지역부터 개편된 요금제를 우선 적용했고 향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신규 수수료 체계는 △기본형 △배달비 절약형 △통합형 등 3가지 유형이다. 기본형은 중개이용료 6.8%에 배달비 6000원이다. 배달비 절약형은 중개이용료 15%에 배달비는 주문금액에 따라 식당이 900~2900원을, 고객은 0~3900원을 부담한다. 통합형은 27%의 단일 요율이 적용되며 별도로 부과되는 배달비는 없다.
배민은 배달거리 산정 기준도 출발지와 도착지 간 ‘직선거리’에서 ‘예상 이동경로에 기반을 둔 이동거리’로 변경한다. 오는 4월 5일 경기도 및 지방 광역시 테스트를 시작으로 같은 달 12일 전국에 도입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직선거리는 실제 이동거리에 비해 짧다. 이를 고려하면 배달비가 인상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변경된 배달료 산정 기준은 △0~675m 이하(3000원) △675~1900m(3500원) △1900m 이상 시, 추가 100m 당 80원 추가 등이다. 기존에는 △0~500m 이하(3000원) △500m 초과~1500m 이하(3500원) △1500m 초과 시, 추가 500m당 500원 추가 등이었다.
앞서 1월 쿠팡이츠도 수수료 개편을 단행하며 프로모션을 중단했다. 서울 지역의 프로모션을 중단하고, 본인의 사업 형태에 따라 네 가지 요금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신입 점주들은 수수료 일반형과 절약형, 배달비 절약형과 포함형 등 네 가지 요금제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기존 업체는 2월 3일부터 수수료 변경안이 적용됐다. 모든 지역의 신규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3개월 프로모션은 변함없이 유지된다(관련기사 ‘로켓와우’ 요금에 ‘쿠팡이츠’ 수수료까지 인상…쿠팡의 속셈은?)
가맹점주들은 프로모션 혜택 종료로 인해 배달비가 인상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쿠팡이츠와 배민1은 각각 2019년 5월, 2021년 6월 서비스를 론칭한 이후 중개 수수료 1000원과 배달비 5000원씩만 받아왔기 때문이다. 실제 쿠팡이츠에서 2만 원을 주문했을 때 기존에는 중개수수료 1000원을 내면 됐지만, 수수료 일반형 기준 중개수수료가 1960원으로 오른다. 같은 주문금액에서 배민1의 중개이용료는 1000원에서 1360원으로, 배달비는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총 1360원 인상된다.
요금 인상 발표 후 고객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지난 3월 24일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안드로이드와 아이폰(iOS) 스마트폰 기준 배민과 요기요, 쿠팡이츠의 2월 사용자 수(MAU)는 각각 2070만 명, 888만 명, 629만 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세 곳 모두 두 달 연속 사용자가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비해 각각 배민 4만 5000명, 쿠팡이츠는 70만 명, 요기요 17만 명가량이 감소했다. 지난해 8월 배민이 2148만 명을 기록한 뒤 요기요와 쿠팡이츠가 배민의 사용자를 뺏어오는 형국이었다면, 이젠 세 곳 모두 사용자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우아한형제들 측은 “이번에 요금제를 개편한 것은 ‘배민1’이라는 서비스이고, 주문 중개만 하는 일반 '배달' 영역 요금제는 변동된 것이 없다. 배민1의 경우에는 전체 배민 주문의 일부(15~20%가량)를 차지하고 있다”며 “프로모션 적용이 아닌 배민1의 정상 수수료율은 12%다. 새로운 요금제는 3월 말부터 배민1 가입 시 중개이용료 12%를 6.8%로 인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는 입장이다. 인상이 아닌 정상화이고 신규 가입자에 대한 혜택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쿠팡이츠 측도 “가격 인상이 아니라 서비스 론칭 이후 26개월 동안 8차례 연장해왔던 3개월 단위의 프로모션 연장을 종료할 뿐”이라며 “주문 건당 배달비는 6000원에서 5400원으로 인하됐고, 중개 수수료도 기존 15%에서 9.8%(수수료 일반형), 7.5%(수수료 절약형) 등으로 낮춰진다”고 설명했다.
#주가 부진이 수수료 인상 배경?
프로모션 중단 등의 조치는 영업적자로 인한 주가 부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에선 주가 회복의 최우선 과제로 흑자 전환을 꼽는다. 쿠팡이츠는 별도 실적을 발표하고 있진 않지만, 지난해 모회사 쿠팡의 연결기준 누적 적자는 6조 원을 넘어섰다. 신사업 부문인 쿠팡이츠가 쿠팡 적자에 상당할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쿠팡 주가는 공모가(35달러)의 절반 수준인 17.75달러까지 떨어졌다. 상장 첫날 시초가가 63달러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5분 1까지 급락한 셈이다.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 딜리버리히어로(DH)도 비슷한 처지다. 3월 28일(현지시간) DH 주가는 38.51유로에 장을 마쳤다. 2020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DH가 우아한형제들 주식 약 88%를 인수하는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이후 DH 주가는 140유로까지 치솟았다.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 주가는 약 4분 1 수준까지 하락한 셈이다. 우아한형제들 인수 이후 DH의 재무건전성도 악화됐다. 2021년 6월 기준 DH 당기순손실은 전년 대비 104.38% 증가한 4억 5700만 유로로 집계됐다. 순현금흐름도 전년 대비 150.46% 감소한 마이너스(-) 4억 7400만 유로를 기록했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우아한형제들도 DH에 영향을 끼쳤다. 2019년 759억 원, 2020년 485억 원, 2021년 11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배달앱 한 관계자는 “쿠팡이 상장되고, 배민은 DH에 인수된 후에 상황이 달라졌다. 모기업들은 적자에 예민해졌고, 비용을 절감하라고 지시한다”며 “과거처럼 개발자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문화를 찾기 어려워졌다. 비용 절감이 최우선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향후 시장 상황의 최대 변수는 GS그룹의 행보다. 올해 GS리테일은 전국 1만 5000여 개의 오프라인 점포와 ‘퀵커머스’를 결합한 ‘우리동네GS’를 오는 7월 론칭하고 퀵커머스 최강자에 등극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리동네GS는 기존에 운영 중인 퀵커머스 서비스 ‘우리동네딜리버리’에 요기요 등이 결합한 형태의 로컬 기반 통합 플랫폼이다. 앞서 지난해 GS리테일은 배송대행 브랜드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 지분 19.53%를 508억 원에 인수한 뒤 △요기요 인수(3000억 원) △물류 스타트업 팀프레시 투자(20억 원) △카카오모빌리티 투자(650억 원)를 단행했다.
지난 3월 25일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지분 투자한 요기요의 고객 트래픽과 결합해 올 상반기 내에 배달앱 기반의 30분 내 신선식품 장보기 서비스를 시작한다. 연내에는 국내 최초로 전국 단위의 서비스로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며 “GS리테일은 국내 주요 거점의 80% 이상을 커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고 있다. 이를 MFC(도심형 소형 물류센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점은 ‘배민’이나 다른 퀵커머스 업체와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GS리테일과 요기요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현재의 경쟁 소강 상태가 다시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GS그룹에 인수되면서 요기요에 충당된 실탄만 2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요기요는 할인 구독 서비스에 멤버십 혜택을 더한 멤버십 할인 구독 서비스 ‘요기패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향후 GS리테일은 퀵커머스 관련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GS홈쇼핑과 합병한 이후 2025년까지 물류·IT·신사업에 1조 원을 투자해 거래액을 2020년 기준 15조 5000억 원에서 25조 원으로 확대하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실제 2019년 쿠팡이츠 출범을 기점으로 배달앱 출혈 경쟁의 서막이 오른 바 있다. 그해 3월 요기요는 연간 1000억 원 수준의 마케팅 지출을 발표했다. 그 규모는 전년 대비 2배 수준에 이른다. 우아한형제들도 2019년 연간 마케팅비를 전년 대비 316% 증가한 1338억 원을 쏟아부었다. 쿠팡이츠는 배달비 0원, 최소주문금액 0원, 첫 주문 시 5000원 할인 등을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결국 2019년 우아한형제들은 당기순손실 759억 원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고, 요기요 영업손실은 620억 원에 달했다. 당시 우아한형제들은 쿠팡이츠가 자사 거래처에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쿠팡이츠와 독점계약시 수수료 할인과 현금보상 등을 제안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