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향해 쌓이는 불만에 일부 소상공인 이탈 조짐…쿠팡 ‘퀵플렉스’ 시동 걸자 업계 긴장
#소상공인들 "경제적 타격 심각"
택배노조는 지난 1월 20일 “설 택배 대란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대화를 제안했지만 CJ대한통운은 거부했다”며 “CJ대한통운의 요금 인상 관련 주장에 대한 검증을 국토부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파업이 3주일을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 사측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은 데 따른 대응이다. 택배노조는 사회적 합의를 근거로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쓰여야 할 택배요금 인상분으로 추가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택배업체들은 지난해 6월 정부, 택배노조, 대리점 등과 △택배기사 분류 작업에서 제외 △작업시간 주 60시간 제한 등이 담긴 사회적 합의를 체결한 바 있다.
CJ대한통운은 요금 인상분이 노조가 주장한 170원이 아닌 140원이며, 인상 시기 역시 지난해 4월로 그 이후 체결한 사회적 합의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노조의 합의 대상은 대리점연합회일 뿐 당사는 결정권이 없고, 끼어들 경우 대리점에 대한 경영 간섭으로 하도급법을 위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택배회사는 보통 택배기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대리점과 계약을 맺으며, 해당 대리점은 택배기사들과 계약을 맺는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소상공인 피해는 늘고 있다. 쓱닷컴·마켓컬리 등 직매입 상품을 대규모 판매하는 기업은 CJ대한통운이 전담팀을 꾸려 배송하기에 아직 타격은 없는 분위기다. 그러나 CJ대한통운과 계약을 맺은 중소규모 쇼핑몰의 사정은 다르다. 타 택배사도 계약을 맺지 않은 한 며칠간 물량을 받아주다가 곧 거절하는 때가 많아 박스당 배송비가 더 비싼 우체국 택배 등 다른 수단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구리시에서 온라인 쇼핑몰 ‘꽁빤니’를 운영하는 명성어패럴 신기조 대표(38)는 “고객들이 일주일 기준 1000개를 주문했다고 하면 그 중 100~150곳(10~15%)은 물건을 못 보낸다. 다른 수단으로 배송하느랴 시간이 배로 걸린다”며 “우체국 택배 등을 이용할 때 박스당 1000원가량 가격이 높아지는데, 100명에게 보낸다고 하면 크기가 큰 제품은 배송비가 더 비싼 것을 감안해 10만~15만 원씩 추가로 자비 부담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반품 요구가 접수됐는데 해당 지역 택배기사가 파업으로 물건을 픽업하지 못할 경우에도 다른 수단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택배비가 배로 든다. 반품율이 높은 쇼핑몰은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방문 수거 택배를 써야 하는데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런 이유로 접수된 주문을 취소하는 쇼핑몰들도 있다.
#고객 이탈 움직임도 감지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CJ대한통운 노조들의 잦은 파업으로 배송이 잘 되고 안 되는 시기가 간헐적으로 발생했고, 이번의 총파업도 해당 지역이 초기엔 서울 노원·중랑, 경기 광주·성남, 세종, 전북 익산·군산, 광주 광산, 경남 거제·창원, 울산 등이었는데 최근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는 것.
일부 쇼핑몰들은 택배사를 바꾸거나 여러 곳과 계약을 맺으면서 대응 중이다. 이들에 따르면 보통 계약 조건에는 물건 분실이나 훼손 등에서는 환불 요건은 있지만, 파업 등으로 배송에 차질이 생겨 물건을 못 받는 경우 사측에서 대책을 마련한다거나 피해 보상금을 준다는 등의 내용은 없다. 소상공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계약 당시 따로 기간을 정해두지 않기 때문에 해지하고 다른 업체로 갈아탈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신기조 대표는 “CJ대한통운의 점유율이 높고 서비스 질이 보다 떨어지는 업체 회사들은 하루 만에 배송할 것을 2~3일을 소요하기도 하는 만큼 쉽게 택배업체를 바꾸긴 어렵다”면서도 “일일이 물건 하나하나 우체국에 가져가 박스에 넣고 보낼 순 없으니 업체 2곳을 함께 쓰거나 타사로 바꿨거나, 바꾸려고 고민 중인 분들이 있다”고 전했다.
종합물류업체 한 관계자는 “물류서비스를 이용하는 화주사가 택배업체를 바꾸는 경우는 매우 빈번하다.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화주사들의 요구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에 배송 시간을 못 맞추거나 파업 이슈가 잦으면 많이 이탈할 수 있다”며 “CJ대한통운의 총파업을 지켜보는 다른 물류업체들도 내부를 점검하며 긴장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명분 없는 파업을 중단하고 배송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사회적 합의를 지지하는 국민 성원에 보답하는 길”이라며 “대리점연합회와 노조가 원만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피해와 관련해서는 “(택배) 접수 제한 조치를 통해 최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비노조원과 직영 택배기사를 통해 배송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빈틈 파고드는 쿠팡의 영향력 주목
CJ대한통운의 파업 장기화로 발목 잡히는 동안 쿠팡은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를 통해 3자 물류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1월 국토교통부로부터 택배사업자 면허를 재취득했고 최근 배송기사 모집에 한창이다. 모집 광고를 보면 평균 배송단가를 950원에 지급해 평균 기사당 월 700만 원 수익을 보장하고, 화물기사 3명이 함께 대리점을 만들면 지원금으로 10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등 파격 조건을 내세웠다. 희망 물량을 안정적 배정하고, 분류작업은 제외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인력을 ‘퀵플렉스’라고 부르는데, 쿠팡로지스틱스와 계약을 맺고 화물차로 전문적으로 물건을 배송하는 화물용 지입차 업체를 말한다.
쿠팡은 해당 광고에 대해 “두 달 전까지 진행했던 사안으로 현재는 해당 사항 없다”고 설명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나 각종 카페·커뮤니티를 들어가면 이번 달 퀵플렉스를 시작한 택배기사나 기사 상시 모집 공고가 많이 보인다. 일부 대리점 소장들이나 택배업체 얘기를 들어봐도, 퀵플렉스로 갈아탄 택배기사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파업 장기화로 정상적인 영업에 차질이 생겼거나, 쿠팡의 조건이 더 매력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퀵플렉스에 지원하는 움직임이 조금씩 눈에 띈다는 얘기다.
쿠팡은 신사업을 펼칠 때 시범서비스로 일부 지역에서 시작한 뒤 가능성을 확인하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빠르게 출혈 경쟁에 나선다. 쿠팡이츠·쿠팡플레이에서 후발주자임에도 빠르게 점유율을 높인 이유다. 이 때문에 쿠팡의 3자 물류 본격화가 CJ대한통운에 잠재적 리스크가 될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린다. 앞서의 물류업체 관계자는 “쿠팡이 진출한다면 CJ대한통운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모든 업체에 영향을 주면서 3자 물류 판이 흔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택배업계 다른 관계자는 “필드에서는 쿠팡이 여러 측면에서 요건이 좋다고 보는 경우도 있다”며 “택배기사들은 자영업자 개념으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으니 물량 규모를 보고 왔다 갔다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측은 “쿠팡은 3자 물류를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은 상황이고, 우리의 택배시장 점유율은 50%가량에 달한다”며 “2위 업체와의 점유율 폭도 매우 넓은데 신생업체가 따라오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