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팔아서 딴 놈 주머니만…
▲ 일부 성형 브로커의 농간으로 가슴앓이를 하는 연예인이 예상 외로 많다. |
연예인을 이용한 마케팅이 가장 빛을 발하는 분야는 성형외과와 피부과, 그리고 치과다. 강남의 유명한 병원치고 연예인 사진 한 장 걸리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연예인이 과연 제 발로 해당 병원을 찾아갔을까?
강남의 많은 병원들이 연예계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실장’을 두고 있다. 이들은 양악수술 외에도 라미네이트, 피부 박피를 비롯해 각종 성형수술이 필요한 연예인과 병원 사이에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한다. 월급을 주며 고정 직원을 고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병원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며 수수료로 연명하는 이들도 많다.
수술 혹은 시술이 이뤄지면 환자(연예인)가 아닌 병원이 돈을 낸다. 이 돈은 해당 연예인의 사진을 홍보도구로 쓴다는 약속과 함께 연예인에게 건네진다. 브로커는 그 사이 10%에서 많게는 20%의 수수료를 챙긴다. 이 과정만 잘 이뤄지면 말썽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뚜렷한 소속을 두고 있지 않은 일부 브로커는 ‘먹튀’로 돌변하곤 한다.
양악수술을 받은 여자 연예인 A가 대표적이다. A는 양악수술을 받은 후 한층 뛰어난 미모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A는 단순한 미용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을 갖기 위해 양악수술을 희망했다. 때문에 소개를 받고 수술을 받은 A는 자신을 두고 거액이 오간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A는 뒤늦게 주변 사람들에게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큰돈을 챙긴 뒤 대놓고 홍보를 했을 것이다. 나는 중간에서 누가 돈을 챙겼는지조차 모른다”고 토로했다.
반면 여자 연예인 B는 성형수술을 받은 후 친분이 있던 브로커와 등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초 해당 병원에서 일정 금액을 받기로 약속을 한 후 수술대에 오른 B는 수술 후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아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미 병원에서 받기로 한 금액은 결정이 나 있는 상태라 브로커 입장에서도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차라리 돈을 더 달라는 B를 겨우 달랜 브로커는 불쾌감을 느끼고 그 이후 B와의 연락을 끊어 버렸다. 하지만 얼굴이 공개된 후 외모에 대한 반응이 좋자 B는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업그레이드된’ 미모를 뽐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브로커는 B의 이중적인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브로커가 연루된 성형수술 및 시술에 대한 뒷이야기가 많아지면서 순수하게 의사들과 친분을 갖고 있던 연예인들은 발을 빼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배우 이민호가 수년전 성형외과 의사와 함께 찍은 사진이 인터넷상에 떠돌며 곤욕을 치렀다. 당시 신인이었던 이민호는 친분이 있는 의사의 병원 홍보를 돕기 위해 함께 사진을 찍어줬다. 하지만 이민호가 스타가 되자 이 사진이 유포되며 성형의혹이 제기됐다.
이민호의 소속사 스타우스 관계자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인을 돕기 위해 선의로 사진을 한 장 찍었을 뿐인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며 펄쩍 뛰었다.
브로커는 CF 시장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광고업계는 큰돈이 오가는 곳이기 때문에 이를 노린 브로커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최근에는 전문 에이전시가 활성화되면서 브로커로 인한 피해가 많이 줄었지만 특정 스타들과 친분을 앞세운 브로커들의 이야기는 광고 관계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곤 한다.
개그맨 C의 매니저는 평소 친분이 있던 광고 에이전시로부터 “C의 몸값이 그렇게 비싼 줄 몰랐다”는 불만 섞인 이야기를 들었다. 사연인즉, 한 업체에서 C를 모델로 쓰기 위해 수소문했다가 터무니없는 개런티에 놀라 발을 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업체와 모델료 협상을 벌였다는 브로커는 사실 C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었다.
C의 매니저는 “몇몇 연예인과 친분이 있는 브로커가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며 생뚱맞은 연예인의 중개인을 자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들은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적정가가 넘는 몸값을 부르기 때문에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만 망치곤 한다”고 말했다.
방송 출연을 미끼로 연예인들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내는 브로커도 있다. 이런 사건은 특히 가요 프로그램 출연을 앞두고 자주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 7월에는 가요 순위를 조작해주는 대가로 신인 가수로부터 금품을 받은 기획사 대표 등 관련자 140명이 검찰에 검거되고 이 중 5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 경우 양지에서 활동 중인 연예관계자들이 직접 브로커로 나서기도 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일선의 가요 매니저들은 매주 월요일에는 KBS 2TV <뮤직뱅크>와 MBC <쇼!음악중심>, 화요일에는 SBS <인기가요> 제작진을 찾아가 자신이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가수의 출연을 부탁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제작진과 안면을 튼다.
매주 컴백하는 스타들과 기존 가수들을 제외하면 신인과 무명 가수들이 설 자리는 많지 않다. 몇몇 연예 관계자들은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제작진과 친분이 두터운 전문 매니지먼트 관계자에게 방송 청탁을 부탁하고 금품을 건네기도 한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