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TF 구성, 18억 고문료 등 공직 떠난 10년 재산증식 초점…론스타·저축은행 맹공 땐 되레 역풍 맞을 수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4월 3일 새 정부 총리 후보자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지명했다. 한 후보자는 호남 출신(전북 전주)으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를 두루 거쳤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로 재직했고, 2012년 이명박 정부(주미대사)를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한 후보자가 올해 73세의 고령임에도 불구, 경륜을 갖춘 관료 출신인 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를, 이명박 정부 땐 주미대사를 역임한 만큼 ‘경제·관리형’ 총리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검증받은 인사인 만큼 국회 인준을 수월하게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역대 정권의 첫 국무총리는 국회 인준안을 쉽게 넘긴 적이 없다”며 “보수 진보 정권을 두루 거친 인사인 만큼 국회 인준이 과거보단 더 수월하게 넘어갈 것이란 평도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민주당은 강경한 모습이다. 민주당은 4월 6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송곳 검증’을 예고하며 인사청문회 준비에 본격 돌입해 TF를 꾸렸다. 국무총리 후보자의 경우 국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재적의원 과반출석, 출석의원 과반찬성)이 필요한 만큼 172석의 민주당은 독자적으로 한 후보자를 낙마시킬 수 있다.
민주당은 퇴임 이후 한 후보자의 10년 행적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한 후보자의 ‘김앤장 18억 고문료’ 논란으로 불거진 전관예우 의혹이 대표적이다. SBS는 4월 4일 한 후보자가 2017년 12월부터 최근까지 4년 4개월 동안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하며 18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4월 5일 “김앤장에서 18억 원을 받은 것에 대해 국민이 의아하게 생각한다”며 “법률가가 아닌 전직 고위 관료가 김앤장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국민이 궁금해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인 송기헌 의원도 “고액 연봉은 단순 예우 차원이 아니라 구체적 기능과 역할을 맡았다는 의미”라며 “기업 등의 소송 전 단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일을 맡았다면 그 자체로 공직자로서 부적격한 이력”이라고 꼬집었다.
법조계에서도 한 후보자가 받은 고문료는 이례적으로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앤장 출신 한 변호사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18억 원은 대법관 출신들 같은 고위직 법관 출신들이 받는 고문료”라며 “이례적으로 큰 액수가 맞다”고 전했다.
한 후보자는 에쓰오일 사외이사를 겸임하면서 약 8000만 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4월 5일 한국일보는 한 후보자가 지난해 3월 말 임기 3년의 에쓰오일 사외이사로 선임된 후, 매월 급여 666만 원을 받은 사실을 보도했다. 이후 한 후보자는 새 정부 초대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기 전인 4월 1일 ‘일신상의 사유'를 들어 자진 사임했다.
또 한 후보자가 2002~2003년 김앤장 고문 재직 당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당시 론스타는 ‘외환은행 먹튀’ 논란을 일으켰는데, 김앤장이 해당 사건의 법률 대리인을 맡았다. 그 당시 한 후보자는 김앤장으로부터 8개월간 1억 5000만 원의 고문료를 받고 있었다. 이와 관련 한 후보자는 4월 4일 “론스타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정부의 정책 집행자로서 관여를 한 부분은 있지만, 김앤장이라는 사적인 직장에서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 저는 그 일에 관여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2007년 3월 29일 당시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진수희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의 질문에도 론스타 사태에 선을 그었다. 진 전 의원은 “1년도 채 안되는 기간에 1억 5000만 원이 넘는 거액을 받았다면 상식적으로 많은 국민들이 ‘김앤장이 하는 특정한 일에 커다란 도움이 되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상식적으로 가질 수가 있다”고 묻자, 한 후보자는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 진행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한 후보는 “저는 그때 그 일을 안 했기 때문에 론스타의 대리인을 김앤장이 하고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 책임론도 인사청문회 쟁점으로 부상했다. 한 후보자는 2006년 노무현 정부 재정경제부 장관 당시 저축은행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여신 한도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저축은행 기업대출 한도까지 없어지면서, 저축은행이 급속히 부실화됐고 삼화저축은행과 부산저축은행 등 부실 저축은행이 줄줄이 영업정지됐다. 이로 인해 피해자만 10만 명, 피해액은 1조 3000억 원에 달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재산 증식과 관련된 사안을 유심히 보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인사청문회 TF 관계자는 “구체적인 건 자료가 (국회에) 넘어와야 알겠지만, 저축은행 사건은 노무현 정부 때 일이라고 물고 늘어지면 서로 불편해지고, 론스타는 이미 얘기가 많이 나왔다. 10년 동안 공직을 떠나셨던 분인 만큼 공직자로서 재산에서 문제가 될 부분이 있는지 유심히 볼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한 후보자에 대한 검증으로 인해 자칫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론스타 논란 및 저축은행 사태는 노무현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새 정부 발목잡기로 비칠 경우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앞서 인수위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론스타 사태나 저축은행 얘기를 꺼내면 노무현 정부도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어 쉽게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2007년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총리 인준을 위한 국회 본회의 당시 표결에서 국회의원 270명 가운데 210명이 인준 찬성표를 던졌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